[단비발언대] 박채린 기자

가끔 가수 이효리의 블로그에 들어간다. 그녀가 키우는 유기견의 재롱을 구경하고, 화려한 무대를 누비던 ‘전직 요정’이 벙거지 모자를 쓰고 밭일하는 모습도 본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열무와 콩으로 밥을 해먹는 소소한 일상, 그 사이로 드러나는 삶의 방식이 정말 멋지다. 요리사인 친구가 파스타를 만들어주면 ‘품앗이’로 기타레슨을 해주고,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 일반 생리대 대신 친환경 ‘면 생리대’를 제안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조화로운 삶’, ‘간디의 물레’, ‘오래된 미래’ 등 블로그 카테고리의 제목들처럼 그녀는 아껴 쓰고, 함께 나눈다. 이런 삶을 달리 표현하면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자원을 아끼고 나눠 씀으로써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모바일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도 이런 공유경제의 한 모델로 분류된다. 그러나 우버는 이효리가 보여주는 ‘조화로운 삶’이나 ‘사회 전체에 도움 되는 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동차가 폐차되기 전까지의 시간 중 95%는 주차상태로 방치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이처럼 ‘노는 차’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매개하는 '우버'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만한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한 우버는 공유경제 분위기에 편승한 영리한 수익모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9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세계 각국으로 진출한 우버는 2013년 7월 ‘우버블랙’을 국내에 선보였다. 그런데 우버블랙은 개인의 유휴차량이 아닌 렌터카 업체와 계약해서 ‘유사 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년 뒤 나온 ‘우버엑스’는 개인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면허를 가진 택시업계와의 갈등, 위치정보법 등 현행법 위반, 탈세 등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나눌수록 커진다’는 공유경제의 가치가 우버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공유경제의 한 모델로 분류되는 모바일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는 '노는 차'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유휴차량이 아닌 렌터카 업체와 계약해서 '유사 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해 논란을 일으켰다. ⓒ 우버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우버가 표방하는 공유경제 자체는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게 사실이다.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으로 지구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 반복되는 경제위기 속에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공유경제는 ‘배타적 소유권과 경쟁에 함몰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휴자원을 가진 이에게는 새로운 수익기회를 만들어 주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비용절감과 편익증진을 가져오며, 사회적으로는 자원절약과 환경보호 등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선택은 우버가 공유경제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촉진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버를 볼 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신뢰의 문제다. 호주와 인도 등에서 일어난 우버 기사의 성폭행 사건이 극히 일부의 문제라고 해도, 낯선 사람의 차를 타는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택시기사에 준하는 자격요건과 전과검증 등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 우버가 국내 도로망과 인터넷 인프라 등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만큼 우리 정부에 적정한 세금을 내도록 징세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위치정보법 등 정당한 규제도 수용해야 한다. 택시업계 등 기존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는 대신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우버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 역시 우버의 혁신성을 살리고 공유경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제도를 유연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 결혼 후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이효리는 첫 농사로 콩을 지었다.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콩을 수확했다. 이웃들과 함께 벤 콩대 위에 강아지들과 누워있는 이효리. ⓒ 이효리 블로그 갈무리

"물건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내게 가치 있는 것은 사랑하는 내 가족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나눔이에요." 이효리는 자신의 책〈가까이〉에서 프랑스 배우 겸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인 버킨의 말을 인용했다. 이는 공유경제의 철학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이효리 등 몇몇 유명인의 ‘멋진 라이프스타일’ 정도로 인식됐지만, 우버와 에어비앤비(숙박공유), 태스크래빗(인력공유) 등이 급성장하면서 공유경제는 이제 유망한 사업모델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나눔’과 ‘공익 증진’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면서 경제발전의 돌파구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지혜로운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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