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홍연 기자

▲ 홍연 기자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테는 “증오란 약자의 분노”라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보육교사의 분노가 아이들에 대한 증오로 변질돼 발생한 것이었다. 물론 그 분노가 아이들을 향한 것은 잘못됐고, 폭력은 일벌백계 해야 한다. 그러나 고된 근무환경은 보육교사의 감정조절 임계점을 낮춰, 아이들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 자신의 노동에 걸맞는 대가를 받도록 해 약자의 분노가 아이들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확대해 어린이집은 늘어났지만, 보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교사라는 점에서 ‘사람의 실패’를 가져왔다. 지난해 아동학대는 256건으로, 2013년보다 14.3%나 증가했다. 손쉬운 처벌강화보다 자질을 갖춘 교사의 양성이라는 근본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인성을 제대로 갖춘 교사라면 자신의 분노를 쉽사리 아이들에게 옮기지 않는다. 보육교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현장실습 비율을 높여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쌓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보육교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보육교사들은 월 140만원 대 급료에 10시간 이상 일한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보기보다는 자신의 생계도구로 여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육교사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적정수준의 보상과 노동시간이 재고돼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보육교사가 책임감과 긍정적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보육의 질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진다. 

▲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원생을 폭행했다. ⓒ MBN 뉴스파이터 화면 갈무리

일각에서는 CCTV 설치를 확대해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CTV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이 될 수 없다. 폭행사건이 발생한 송도어린이집에도 CCTV는 있었다. CCTV가 있다 하더라도 사각지대는 존재하며, 교사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CCTV가 설치된 곳은 아이의 부모나 당국이 요구할 경우 언제라도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의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CCTV 수를 늘리기보다는 제대로 된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보육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폭행사건으로 학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시설과 사람이 부족함을 실감했다. 교사의 자질과 처우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통해 이를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근본대책은 보육을 시장에 주로 맡겨둘 게 아니라 공공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며칠 전 어린이집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폭행방지 대책으로 CCTV 감시 강화를 말했다. 야당의 무상급식 대신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과 여당이 CCTV와 처벌에 매달리는 건 책임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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