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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고통에 대한 니체의 처방
[단비발언대] 강명연 기자
2014년 09월 04일 (목) 18:49:57 강명연 기자 unsaid@naver.com
   
▲ 강명연 기자

광복절 날 세월호 집회를 앞두고 메신저를 통해 친구와 논쟁이 붙었다. "국민들이 모여서 서명하고 집회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정치인들도 신경 안 쓰니까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아. 그냥 우리나라 싫어." 2008년 광우병 집회에 과기를 들고 함께 참여했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던 친구의 반응은 냉담했다. 집회 참여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냉소였다. 회의와 무관심으로 무장한 채 '나 하나 보탠다고 뭐가 달라질까' 또는 '나와 먼 일이니까 굳이 내가 안 나서도 되겠지'라고 합리화하던 예전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회의론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서 도달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론처럼 보인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30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10명은 시신조차 돌아오지 못했다. 구할 수도 있었던 304명은 구조 대책 실패로 희생됐다. 더 황당한 사실은 이 엄청난 참사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사건 진상 파악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라는 유가족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대통령을 위협하지 않을 만한 사람들로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을 꾸리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들 요구 앞에 야당은 무기력했다. 특별법 원안을 고수하겠다고 버티던 야당은 하룻밤 야합으로 여당의 거의 모든 요구를 수용했다. 믿었던 야당의 배신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이 바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회의론적 대응은 패배를 뜻한다.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이에게 변화가 올 리 없다. 니체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고통을 긍정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그에게 고통은 명석한 숙고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이었다. 그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고 나면 과거에 알던 것들이 이전과 아주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이 낯설어지면 그 곳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사회를 구분할 만큼 세월호의 고통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어른들 말을 따랐던 아이들의 희생 앞에 과거의 가치는 이제 가장 경계해야 할 의견 중 하나다.

수 만명이 참여한 광복절 집회에 친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회의론이 득세한다는 반증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패배에 길들여지고 있다. 야당의 무능함과 정부의 진심 없는 대응은 ‘보통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보통사람들’이 니체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은 하나다. 세월호 사건의 고통을 자기 일로 느끼는 것이다. 고통을 변화로 이끄는 이들과 회의론에 빠지는 이들의 차이는 여기서 출발한다. ‘사회 문제에서 개인에 불과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과거에 내가 가졌던 생각이 변한 것도 사회 문제를 내 삶의 문제로 여기면서부터다. 세월호 사건이 남 일이 아닌 내 일이 되는 순간 눈앞의 현실에 대한 분노는 행동을 이끌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간다.

광복절 집회에서 주최측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약속을 권유했다. 생활 속에서 세월호 문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씩 실천하기가 그것이다. 가수 김장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노래라서 여기에 나와 노래한다”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문제는 정치인들이나 사회활동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보인다. 여기서 개인은 무력할 뿐이다. 하지만 내 일이 되는 순간 광복절 집회에 참여하고 서명에 동참한다. 교황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소멸되고 마는 울림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유가족의 고통을 내 일로 느껴야 한다. 니체가 경험한 고통이 다른 시각을 제공한 것처럼. 어느 누구의 아이도 그 배에 타고 있었을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강명연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 강명연 기자입니다.
강자의 힘은 폭력이지만 약자의 힘은 평등이라 믿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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