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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구원하라'
[단비발언대] 조창훈 기자
2014년 08월 11일 (월) 09:02:56 조창훈 기자 nakedjochang@gmail.com

   
▲ 조창훈 기자
공영방송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대학의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고, 급기야 여당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사고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정부도 세월호 참사를 해상교통사고 정도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교통사고는 규모가 크든 작든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다. 이런 시각이면 세월호 사고도 청해진해운과 피해 승객의 문제가 된다. 사고 초기부터 구조작업을 선사가 계약한 민간업체가 주도하고, 해경은 뒤로 빠져버린 것에서 정부가 이 사고를 어떻게 규정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부터 해경청장까지 모두가 국가시스템을 총동원해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다 거짓이었다. 국가의 재난 관련 시스템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안에서 구출된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생존자들은 자력으로 선내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서 ‘스스로 구원하라’는 말이 진리임을 보여줬다. 사실 세월호 참사뿐 만 아니다. 우리 국가시스템은 개인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최소한의 조건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이 생존을 위해 직접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병원비가 아까워 삶을 등지고, 젊은 부부들은 양육비와 교육비가 막막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국민들이 기본적인 생계는 걱정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부를 지녔다. 문제는 이런 부와 자원을 국가차원에서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하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인간적인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국가 시스템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개인의 생존 책임이 거의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사회나 학교의 가르침은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벌어 재테크하라. 그 돈으로 아이 낳아 기르고, 좋은 대학 보내라” 정도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들은 도태된다. 최근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소득자의 하위 50%는 한 달에 155만원도 벌지 못한다. 정부는 올해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를 163만원이라 고시했다. 이런 상황에선 생존하는 것 자체가 생존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내 집 마련하고 자식 낳아 잘 길러보자”는 정도의 지극히 ‘보통 수준’의 삶의 목표는 이제 ‘보통 사람’들은 쳐다보기도 힘든 꿈이 돼 버렸다. 복지나 경제민주화는 선거 때나 반짝 언급되지만 그 이외에는 포퓰리즘으로 매도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국가시스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탑승자들의 생사가 짧은 시간 안에 갈렸다면, 한국호에 탑승한 사람들의 생존과 도태는 좀 더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결정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세월호의 시스템은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고, 한국 사회의 시스템은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라며 구조적 문제를 은폐한다. 세월호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고 선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생존했다. 또 승객들은 그대로 두고 탈출한 시스템 운영자들이 살아남았다. 시스템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살아남은 기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사회 시스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장의 행위는 살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는 엄벌에 처하겠다”며 책임에서 탈출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장이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발을 뺐던 건, 한국 국가시스템의 정체에 대한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 아니었을까?

국가시스템의 부재, 또는 오작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치다. 시스템은 자원 배분과 집행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 진다. 이 과정을 정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진정한 정치는 없다.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치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사라진 공간에는 ‘각자도생’의 정글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와 내 가족의 생존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씁쓸하게 재확인했다. 정부는 수백 명의 생명이 바다에 잠기는 것을 보고만 있었고, 국회 국정조사는 아무런 진상도 밝혀내지 못했고,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세해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마저 이제 ‘스스로를 구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언제까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대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시스템이,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이제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서 무엇이라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조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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