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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에도, 백두대간에도 ‘날개’ 활짝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풍력 ③ 국내외 ‘바람산업’ 현황
2014년 06월 13일 (금) 21:28:24 박일규 기자 sputternik@naver.com

아프리카 남부의 가난한 나라 말라위의 시골마을 마사탈라. 지난 2002년 여름 16살 소년 윌리엄 캄쾀바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고철을 모으고 있었다. 캄쾀바는 외국에서 보내준 과학책에서 풍력발전기의 원리를 읽은 뒤 자신이 직접 발전기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캄쾀바는 자전거 체인과 바퀴, 빨랫줄로 쓰던 낡은 전깃줄, 완전히 망가진 트랙터에서 빼낸 송풍팬 등을 모아 얼기설기 발전 장치를 만들었다. 발전기의 뼈대는 마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무나무로 만들었다.

   
▲ 캄쾀바가 자신의 마을에 직접 설치한 풍력발전기. 나무와 각종 폐품으로 만들었다. ⓒ Wikipedia

놀랍게도 캄쾀바가 만든 풍력발전기는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전등을 켤 만큼 전기를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작은 용량의 충전기를 인근 도시까지 들고 나가 돈을 주고 전기를 채워 와야 했던 마을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남들 중고등학교 다닐 나이에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던 캄쾀바는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됐다.

캄쾀바는 세계적인 학술강의 프로젝트인 테드(TED)에 출연해 자신의 풍력발전기 얘기를 했고, 각국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됐다.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후원금으로 마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태양열 펌프를 설치하고 더 큰 풍력발전기도 만들었다. 캄쾀바는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아프리카 리더십 아카데미를 거쳐 2014년 현재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고국의 경제발전에 헌신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국내에도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란 책으로 소개됐다.

   
▲ 테드에 출연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캄쾀바 ⓒ TED

덴마크 독일이 기술발전과 투자확대 선도

캄쾀바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풍력발전의 원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바람을 동력원으로 이용한 풍차의 역사는 기원전 1700년경에 만들어진 함무라비 법전에 언급될 정도로 오래됐다. 풍차가 전기를 만들어 내는 풍력발전기로 도약한 것은 1888년 미국의 찰스 브러시에 의해서였다. 이후 덴마크의 폴 라쿨이 1891년 풍력발전용 고속 풍차를 만들면서 바람을 이용한 전기생산이 본격화했다. 

20세기 초반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각국은 에너지확보를 위해 풍력발전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41년 미국의 스미스 푸트남은 세계 최초로 발전용량 1.25메가와트(MW)급 대형 풍력발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발전기는 구조적인 문제로 수백여 시간 가동된 후 망가져버렸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풍력발전은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싼 석유 등 화석연료에 밀려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가 1973년과 79년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겪은 후 다시 부흥기를 맞았다. 많은 나라들이 불안정한 석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공을 들였다. 특히 덴마크는 1979년부터 풍력발전설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실시하면서 꾸준히 기술발전과 수요기반확대에 성공, 유럽의 풍력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 덴마크의 풍력발전 현황. 발전용량은 GW 단위로 나타냈다. 총 발전량은 TWh 단위다.(TW는 GW의 1000배다.) 삼각형에 적힌 숫자는 총 발전량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단위 %). ⓒ Wikipedia

2012년 기준으로 풍력발전은 덴마크 전력 수요의 30% 정도를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덴마크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필요한 에너지의 40%를 풍력으로 공급한다는 ‘에너지전략(ENERGY STRATEGY) 2050’계획을 지난 2011년에 발표했다. 오늘날 덴마크의 풍력 기술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농기계 생산회사에서 풍력발전 업체로 변신한 베스타스(Vestas)는 세계 각국에 발전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동에너지(Dong Energy)사는 해상풍력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풍력선진국은 독일이다. 독일은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사고로 유럽 전역이 충격을 받은 후 ‘안전한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쏟았다. 1990년에 발전차액보상제도인 ‘전력발전 차액지원법’을 도입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동서독 통일(1990년)후 옛 동독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산업 클러스터를 집중 건설했는데,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설치비용이 저렴한 풍력에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 2012년 기준 독일의 총 풍력발전용량은 31기가와트(GW)로 세계 3위 규모다.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독일은 풍력발전 분야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지멘스사는 2011년 기준 세계 풍력터빈 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독일은 특히 풍력 전문 교육기관에서 우수한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2011년까지 풍력발전 분야에서 창출한 일자리가 10만개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풍력터빈 전문가 1500명 중 1000명 가량이 독일인일 정도로 고급 기술인력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 덴마크 미드그룬덴 해상풍력단지. ⓒ Wikipedia

 설비용량은 중국이 1위, 한국은 아직 걸음마 

세계풍력에너지협회(The World Wind Energy Association)의 2012년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전세계 풍력발전기 설치용량은 연평균 30% 증가했다. 2012년의 설치용량은 2011년도의 237GW에서 19.2% 늘어 총 282GW에 이르렀다. 현재 전세계에서 풍력발전의 설비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2012년 기준 75GW의 풍력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2위는 미국으로 약 60GW다.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해상풍력 분야는 영국이 규모가 가장 크다. 총 3GW에 달하는 설비를 가지고 있다. 덴마크(921MW), 중국(390MW), 벨기에(380MW) 등도 해상 풍력의 규모가 큰 나라다. 전세계 해상풍력 규모는 총 5.4GW로 육상풍력발전에 비하면 아직 비중이 작지만 성장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제주시 구좌읍에 행원풍력발전단지를 착공하면서 본격적인 풍력에너지 개발이 이루어졌으니 시작이 늦은 편이다. 2012년 기준 총 풍력발전 규모는 483MW로 세계 풍력발전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7%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원자력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느라 풍력을 포함한 전체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기술개발이 소극적이었던 탓이 크다.

   
▲ 군산풍력단지전경.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풍력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 조수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풍력발전단지를 구성한 지방자치단체다. 바람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에는 2012년 현재 11개 지역에 풍력단지가 들어서 있으며 총 발전용량은 107MW에 달한다. 대관령을 비롯한 강원도 산지나 해안지역에도 풍력단지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대관령 풍력단지의 경우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목장의 초지를 이용, 2MW급 발전기 49기(총 98MW) 규모로 지난 2006년 완공됐다. 또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에는 고랭지 채소밭 부지를 이용한 매봉산풍력단지가 총 8.8MW규모로 지난 2006년 조성됐다. 해안 지역의 경우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 영덕풍력단지가 지난 2005년 39.6MW규모로 가동되기 시작, 연간 2만가구가 쓸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서해안의 경우 전북 군산시 비응도에 군산풍력발전단지가 7.9MW규모로 2007년 완공됐고, 인근 군산항 부근에는 20MW급의 새로운 풍력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풍력발전 시설이 있는 지자체는 강원도(103기, 179.19MW)이며, 그 다음이 제주도다.

풍향 풍속 불안정성 보완할 기술 등 연구개발 필요  

계절풍이 부는 우리나라는 바람의 방향이 다양하고 계절마다 바람의 세기도 달라진다. 그래서 연중 고른 바람이 불어야 유리한 풍력발전에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다. 풍력발전이 경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바람이 초속 4m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빠를 경우에는 과전류를 일으켜 기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덴마크의 경우는 초속 4.9~5.8m의 바람이 꾸준히 불고 있어 풍력발전에 이상적이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윤성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기 때문에 육상풍력발전에 상당히 불리한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3면이 바다여서 해상풍력에 유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업권 보상, 해양환경관리법, 해상교통안전법률, 환경영향평가법 등 각종 인허가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풍력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윤 연구원은 “풍력자원 지도 혹은 바람지도 등을 통해 경제성이 확보되는 지역 중 야생동물보호구역 같은 자연보호 지역과 주민 생활과 관련된 지역을 제외한다면 대략 10GW 내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풍력발전을 본격화하려면 불규칙한 바람을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보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제주대학교가 연구발표한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계획’은 “에너지저장시스템을 도입해 불규칙한 풍력발전을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대안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추천했다.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음으로써 에너지 저장효과를 얻자는 것이다. 전기분해 과정은 환경오염도 없고 잉여전력을 수소자동차의 연료로 전환하는 부수적 효과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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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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