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바이오연료 ③ 화천의 산림부산물

“여기 널려 있는 게 나무잖아요. 기름 대신 나무 찌꺼기로 난방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리고 우리 마을 집들은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중앙난방 설비에도 적합하다 생각했고요.”

▲ 강원 화천 느릅마을은 산자락 아래 80여 가구가 모여 있어 중앙난방 설비에 적합하다. ⓒ 조수진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유촌1리와 2리를 아우르는 ‘느릅마을’에는 125가구가 산다. 이 중 멀리 흩어져 있는 자연부락 집들을 뺀 80여 가구가 산자락 아래에 모여 있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심하고 한겨울엔 영하 25~3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동네라 마을주민들의 생활에는 난방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종석(47)이장은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등유 대신 산림바이오매스를 쓰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난방설비도 기존의 개별난방 대신 효율이 높은 중앙난방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자연부락 가구는 목재 펠릿 보일러를 이용해 개별 난방을 한다. ⓒ 조수진
산림바이오매스는 산에서 얻을 수 있는 목질계 에너지원을 말한다. 우드칩이나 목재펠릿이 대표적이다. 우드칩은 건축용 목재로 부적합한 나무뿌리와 가지, 기타 임목 폐기물을 태우기 쉽도록 칩(얇은 조각) 형태로 만든 것이다. 목재펠릿은 임목 폐기물을 분쇄·건조·압축해서 담배필터모양의 작은 덩어리로 변형한 것이다. 목재 펠릿의 열량은 1킬로그램(㎏) 당 약 4300~4500킬로칼로리(㎉)로 난방유 0.5리터(ℓ)의 열량과 같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펠릿은 1㎏에 약 600원, 경유는 1ℓ에 1680원 정도이므로 비용면에서 펠릿이 약 30% 싸다. 또 펠릿은 연소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석유를 태울 때에 비해 1톤(t)당 온실가스배출을 1.3t 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다.

느릅마을은 80여 가구에 중앙난방을 제공하는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지난해 3월 마을 복판에 짓기 시작, 12월 18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여기서 목재 펠릿과 우드칩으로 보일러를 돌려 물을 덥힌 뒤 4킬로미터(㎞)의 배관을 따라 각 가정으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매스센터와 배관시설을 건립하는 데 총 27억여 원이 들었는데 20% 정도를 마을주민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았다.

난방비 20~30% 절감··· 생산잠재력 매우 커

산림바이오연료를 쓴 후 각 가구의 평균 난방비용은 20~30%가량 줄었다. 다섯 가족이 사는 이상선(51)씨 집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난방비가 72만976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만8000원에 비해 약 24% 절감됐다. 2인 가족인 오흥교(68)씨 집은 45만6850원으로 전년의 65만8090원 대비 약 30% 줄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절감효과는 주민들의 기대에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목재 펠릿과 우드칩 가격이 너무 올라서 생각했던 것만큼의 (비용 절감) 효과는 못 느꼈어요.”

이종석 이장의 말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목재펠릿 수요는 2009년 2만t에서 2013년 55만1000t으로 4년 새 27배가량으로 늘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로 폐목재 발생량이 줄어, 건설용 가설재(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사용한 자재)를 파쇄한 조각들이 2009년 1t당 3만원에서 최근 4만원을 넘어섰다. 과거 무상으로 원료 수거가 가능했던 산업체 보일러용 우드칩은 요즘 1t당 2만∼3만원까지 한다.

▲ 마을 중앙에는 목재 펠릿과 우드칩 보일러 시설이 있는 산림 바이오매스 센터가 있다. ⓒ 조수진

“어차피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에요. 저도 그렇고 여기서 수십 년을 살고 계신 어르신들에게도 느릅마을은 평생 살 곳이잖아요. 우리 마을이 잘 돼서 난방비 부담이 큰 다른 산촌에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이장은 지금 사다 쓰고 있는 목재펠릿과 우드칩을 앞으로는 마을이 자체 생산해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골마을의 특성상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산림부산물을 원료로 펠릿 등을 직접 생산하면 ‘에너지 자립’에 성큼 다가가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마을 주민들은 기대했다.

신재생에너지 80%가 산림자원인 핀란드, 숲 철저히 보호 

산림부산물을 포함한 바이오에너지는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원 공급에서 15.08%를 차지한다. 신재생에너지 전체가 연간 국내 1차에너지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은 해 기준 2.9%밖에 되지 않으니 바이오에너지의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축산분뇨, 음식물쓰레기, 산림부산물 등 바이오에너지의 국내 생산잠재력은 매우 크고, 특히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국토면적의 약 64%가 산림 및 임야인 우리나라에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바이오순환림 조성 및 숲가꾸기 등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196만t과 임목벌채지역에 남겨지는 바이오매스 48만t 등 연간 이용 가능한 산림바이오매스 양이 244만t에 이른다. 최근 들어 숲가꾸기 등의 사업과 연계해 산림바이오매스 개발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어 활용도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원 중 바이오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 약 15%이다. 산림 바이오매스는 국내 어디서든 조달이 가능하고 그 양 또한 풍부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 에너지관리공단

▲ 핀란드는 전체 국토 면적의 80% 이상이 숲이라서 삼림 관련 산업이 발달했다. ⓒ BOREALFOREST
세계에서 산림바이오매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들 수 있다. 핀란드는 전체 국토 면적의 86%인 2천3백만헥타아르(ha)가 숲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펄프·제지 등 목재 관련 산업이 발달했고 에너지 또한 나무에서 얻는 양이 많다. 핀란드의 전체 에너지공급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012년 기준 약 30%인데, 이 중 목재펠릿 등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에너지가 80%를 차지한다. 특히 펄프·제지 부문이 갈수록 사양산업이 되어감에 따라 바이오연료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고 있다. 핀란드는 바이오에너지의 원천인 숲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엔 다시 나무를 심어야 한다. 전체 산림의 13%인 300만ha는 ‘보호숲’으로 지정해 벌목을 제한하고 있다. 덕분에 핀란드는 매년 벌목량보다 식목 증가량이 30%이상 많고, 넓은 숲이 핀란드가 배출하는 탄소의 절반 정도를 빨아들여 ‘온실가스 흡수원(carbon sink)’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현재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바이오에너지 중에는 축산분뇨나 음식물쓰레기, 산림부산물 외에 옥수수나 대두, 사탕수수 등 농작물을 이용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의 비중도 크다.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가공해 만든 에탄올이 정부의 보조금정책에 힘입어 휘발유를 대체하는 자동차연료로서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팜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식량에 손대지 않는 2ㆍ3세대 바이오에너지 개발 추세 

그러나 이처럼 식량자원을 활용하는 ‘1세대 바이오연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온난화를 막는 대안에너지로서 자리 잡는 대신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앨 고어 전 미부통령은 저서 <우리의 선택(Our Choice)>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전과정을 따져보면 휘발유 못지않게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식량 생산농지가 전용됨으로써 세계적인 식량난을 악화시키며 수자원까지 고갈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어는 “식량과 경쟁하는 바이오연료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오일 팜 농장을 개간하기 위해 숲을 태워 또 다른 환경파괴를 낳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 1세대 바이오연료의 문제점을 풍자한 만화. 옥수수 등을 가공해 만든 바이오에탄올은 식량 수급 문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 <nature>

이 때문에 세계 각국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억새 같은 비식량 작물과 산림부산물 등을 활용하는 2세대 바이오에너지와 해조류 등에서 자동차연료를 만드는 3세대 바이오에너지에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이런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바이오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자립, 지역 활성화 등에 큰 도움이 되며 경제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사이언스>는 다만 1세대 바이오연료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향후 바이오연료의 개발에는 신중한 영향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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