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바이오연료 ② 부산 생곡순환단지

부산시 강서구 생곡동의 생곡지구. 조만강을 지나 2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니 창고와 공장이 드문드문 보였다. 쓰레기 트럭이 오가는 게이트 부근에서 차를 내리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쳤다. 자원재활용센터 건물 뒤편으로 4~5층 높이의 쓰레기 더미가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이곳은 매립가스발전시설, 자원재활용센터, 폐비닐유화(폐비닐을 열분해해 석유로 만드는 과정)시설, RDF(고체폐기물 연료화)발전시설 등이 모여 있는 생곡순환단지다.

▲ 부산 생곡순화단지 내에는 쓰레기 수거 트럭이 통과하는 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 조수진

종합건설회사인 서희건설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가스(Land Fill Gas)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이곳에 완공했다. 혐기성소화, 즉 무산소 상태에서 활동하는 혐기성균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 메탄가스를 뽑아낸 뒤 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부산시 전역에서 매일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800톤(t) 중 200t이 이곳에서 처리된다. 매일 2만~2만4000입방미터(m³)의 가스를 생산해 전기로 변환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바이오가스로 연간 10억원 수익 올려

“초기에는 쓰레기처리 중에 발생하는 가스를 그냥 태워버렸습니다. 가스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던 거죠.”

서희건설 환경팀 조영렬 부장은 바이오가스 발전설비를 해외에서 수입한 탓에 초기 수년 간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국내 음식물 쓰레기와 외국 음식물 쓰레기의 특성이 달라 곧바로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해 노력 끝에 점차 자리가 잡혀 2010년부터는 현재 수준의 발전량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이 시설에서 하루에 2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해 5분의 1에 해당하는 400킬로와트시(kWh)를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는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판매가격은 SMP(계통한계가격), 즉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10원을 더한 값이다. 서희건설은 이를 통해 연간 약 1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수익은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 

▲ (주)서희건설 음식물 자원화 발전소 내에 위치한 혐기성 소화시설. ⓒ 조수진

“가스를 전기로 변환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70%정도가 소모됩니다. 가스 자체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조 부장은 바이오가스를 에너지로 이용하는 방법이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정제해서 도시가스처럼 배관을 통해 공급하는 방법, 온수로 공급하는 방법, 전기로 변환하는 방법 등이다. 이 중 가스를 직접 공급하는 게 가장 효율이 높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스 배관 등 인프라 구축이 돼야 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수요처가 일정 거리 내에 있어야 한다. 서희건설은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존사업 외에,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가스를 직접 공급하는 사업을 추가하기로 부산도시가스공사와 최근 합의했다. 부산시가 승인하면 오는 10월부터는 기존의 도시가스 배관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서희건설처럼 매립지의 음식물 쓰레기 등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는 현재 전국에 20여 곳이다. 국내에서 음식물을 포함한 폐기물의 매립지가스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의 총량은 2012년 기준 연 419,409메가와트시(MWh)이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가스를 뽑아내 바로 활용하거나 전력생산에 쓰는 것은 폐기물로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배출도 줄이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사업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이 보다 합리화될 필요가 있다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 부산 생곡자원순환단지 안에는 부산시에서 모여든 각종 쓰레기가 높이 쌓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 조수진

폐기물 자원화 위해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 필요

“음식물 쓰레기 처리 관련 법규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합니다. 법이 왔다갔다할 때마다 업체들은 거기에 따라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처럼 초기 시설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죠.”

조 부장은 폐기물 자원화 정책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관련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오는 2016년부터 가정용 음식물분쇄기(디스포저)사용을 부분 허용하는 ‘하수도법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예고했다. 일반 가정에서 디스포저를 사용하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수거할 필요 없이 싱크대 배수구를 통해 흘려보낼 수 있다. 자원화할 수 있는 원료를 하수도로 버리면 서희건설 같은 바이오연료 업체는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 디스포저의 사용이 허용될 경우,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상당량이 싱크대 배수구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버려질 것이다. ⓒ 조수진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폐기물 발생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에 해당할 만큼 많은 편이다. 매립되는 폐기물 중 56%는 에너지화를 포함한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폐기물을 대량 매립할 경우 전국의 지정된 매립지 잔여 용량 1383만m³가 4년 내로 포화될 형편이다.

정부는 2011년 기준 9.4%였던 폐기물 발생량 대비 매립률을 2020년까지 3.0%로 줄이고 폐기물 중 56%에 이르는 재활용자원 매립률은 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2010년 기준 생활폐기물 매립률이 독일 0.42%, 스웨덴 0.97%, 일본 3.8%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폐기물의 재활용이 그만큼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음식물 쓰레기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한 후 남는 찌꺼기(슬러지)는 염분 등을 제거하는 처리를 거치면 퇴비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이 두 과정이 결합하면 폐기물 매립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슬러지를 퇴비원료로 납품하려 할 때 퇴비생산업체가 ‘원료지정서’를 관련부처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규제가 있어 바이오가스 생산업체들이 슬러지를 활용하지 못한 채 그냥 매립하고 있다. 서희건설 강승균 상무는 “이런 규제들이 합리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폐기물을 제대로 자원화하려면 그 과정과 성과가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재활용된 폐기물의 유통과정을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없어 통계 등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또 “환경부의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뀌다보니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며 “쓰레기 분야는 최소 2~3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전문성을 갖춘 담당자가 정책을 이끌어나갈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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