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
주제: 신문과 방송의 융합

<동아일보>의 자회사인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출범한 지 3년을 맞이했다. <동아>와 <채널A>는 편집국과 보도본부를 나란히 배치해 방송과 신문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뉴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의 신속성과 신문의 심층성 등 각 매체의 장점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다.

두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지난 4월 14일 '동아일보사'를 방문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신문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 황호택 논설주간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정희

신문 논설주간이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

황 주간은 1981년 <동아>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2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신동아>에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을 연재한 인터뷰 전문 기자이기도 하다. 현재 <동아일보>에 칼럼을 쓰면서 <채널A>에서는 ‘논설주간의 세상보기’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신문 기자생활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다방면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신문기자와 방송기자의 다른 점’을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설명했다.

“볼펜 기자들은 대충 신경 안 쓰고 다녀도 됩니다. 하지만 방송기자는 방송에 나오는 모습도 중요합니다. 제가 눈이 작다 보니 연출진들이 ‘안경을 써보라’며 권하더군요. 처음엔 뿔테 안경을 썼더니 지인이 전화를 ‘뿔테 말고 쇠테 안경을 쓰는 게 나을 거’라며 조언해줬습니다. 그래서 방송을 할 때면 항상 쇠테 안경을 쓰곤 합니다.”

그는 신문과 방송의 융합 과정을 ‘1단계 브랜드 공유, 2단계 정보 공유, 3단계 인력 공유’로 나눠 설명했다.

1단계 브랜드 공유는 사람들 머릿속에 두 매체의 연결성을 심는 과정이다. <동아일보> 독자들이 신문을 보며 <채널A>를 함께 떠올리고, <채널A> 시청자들이 TV를 시청하며 <동아일보>를 함께 떠올리도록 하는 등의 가장 기본적인 융합 단계를 말한다.

김용준 총리 후보 낙마는 신문∙방송 인사검증팀 합작품

2단계 정보 공유는 양사 기자들이 각자가 취득한 고급 정보와 취재원을 공유하며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단계다. 현재 <동아일보>와 <채널A>는 취재와 관련한 정보를 100% 공유한다.

이런 과정은 특히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탐사보도에서 그 효력을 발휘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동아>와 <채널A>가 공동팀을 꾸려 주요 공직자 인사검증팀을 만들고 후보자의 각종 의혹들을 밝혀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황호택 주간은 “당시 양사의 협업시스템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자격 요건 미달 사항들을 발견해내는 데 큰 구실을 했다”며 “<동아일보>와 <채널A>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 채널A·동아일보사 건물 입구에 두 회사 로고가 나란히 붙어있다. ⓒ 이문예

3단계는 인력을 공유하는 단계로, 신문과 방송 융합의 종착점으로 보고 있다. <동아>와 <채널A>는 현재 인력 공유 단계에까지 와 있다. 황호택 주간은 대표적 인력 공유 사례로 꼽힌다.

현재 <채널A> ‘뉴스 TOP 10’을 진행하고 있는 김승련 앵커도 오랜 기간 신문기자로 일한 ‘볼펜기자’ 출신 앵커다. 신문기자로 잔뼈가 굵어 처음에는 신문기자의 언어가 튀어나오는 때가 있었는데 ‘방송용으로 적합치 않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긴 글을 많이 쓰고 좀 더 심층적인 취재를 주로 하는 신문기자는 방송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

이렇듯 신문과 방송의 융합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동아일보>와 <채널A>의 통합뉴스룸은 신문과 방송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화면 속 작가노트, 단순한 장식품 아닌 연출도구

황호택 주간은 방송제작 과정을 설명해 줄 피디(PD)를 소개했다. 황 주간이 진행하는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연출을 맡은 김남준 피디다. 그는 <채널A> 인기 프로인 ‘박종진의 쾌도난마’ 연출을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 김남준 피디가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주요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 이정희
그는 이번 특강을 위해 ‘논설주간의 세상보기’를 직접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방송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설명했다.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제작을 위해 김 피디에게 주어진 시간은 2-3일에 불과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청자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한다. 김 피디는 황 주간과 소설가 조정래씨가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게 없는 화면이다.

“인터뷰 하는 곳은 조정래 선생님 자택이에요. 장소가 넓어 보이는데, 와이드샷으로 잡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책상 앞 책들은 사전에 미리 이야기를 하고 놓은 미장센들이에요.”

수강생들은 평범해 보이는 책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해답은 다음 장면에 있었다. 황 주간과 조정래씨는 신작 <정글만리>에 대한 이야기했다. 조정래씨는 중국 현지에서 자료를 수집한 이야기를 하며 책상에 놓인 책을 집어 황 주간에게 보여줬다. 단순한 책이 아니라 작가노트였다. 황 주간은 조정래씨의 그림 솜씨를 칭찬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노트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인터뷰를 자연스럽게 진행하기 위한 도구였다.

때로는 임기응변, 방송엔 정답이 없다

김 피디는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인터뷰를 위해서는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이의 표정이나 행동을 잘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인촌 전 문화부장관 인터뷰에서는 대여료가 비싼 지미집(Jimmy Jip)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것은 크레인 같은 구조물 끝에 카메라를 설치해 리모컨 등으로 촬영을 조정하는 장비다. 촬영이 공연장 객석 한 가운데서 이루어져 일반 카메라로는 좋은 화면을 잡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모든 인터뷰가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임권택 감독 편에서는 탁자가 준비되지 않았다. 김 피디는 항아리 두 개와 유리판을 이용해 즉석에서 탁자를 제작했다. 임기응변이었지만 오히려 분위기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임 감독의 부인이 예정에 없이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화장을 받는 부인, 촬영장으로 이끄는 황 주간의 모습이 방송의 재미를 더했다.

▲ 황호택 주간과 임권택 감독이 임 감독 자택 정원에서 급조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채널A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화면 갈무리

김남준 피디는 올해로 7년차다. 하지만 “방송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논설주간의 세상보기’가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그러나 전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해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조상호, 고승철, 김현대, 황호택, 이영돈, 선대인, 오연호, 박태균, 곽윤섭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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