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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마녀를 만드는 나라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 이택광 교수
주제②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14년 03월 07일 (금) 09:46:49 양승희 유선희 이보람 기자 tjsgml881101@naver.com

2010년 한국사회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뜻하는 ‘타진요’ 광기에 흔들렸다. 50대 재미교포 남성 ‘왓비컴즈’가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학위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스탠퍼드 졸업방식이 타블로 경우와 다르고, 졸업 앨범에 타블로 이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혹에 수많은 사람들이 파편적 지식을 동원하면서 타블로를 완벽한 범죄자로 몰아갔다. 당시 ‘타진요’에 가입한 회원 수는 20만명에 이르렀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에서 이 사건이 “한국에서 ‘마녀 프레임’이 작동했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비합리성’을 마녀 프레임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레임이 ‘마녀사냥’을 만든다. 여기서 ‘합리성’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의 한계가 작동하는데, 이것이 바로 ‘지식의 한계’라고 이 교수는 이야기했다. 

   
▲ 2010년 한국사회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광기에 흔들렸다. 공식 카페까지 등장하며 가수 타블로를 완벽한 범죄자로 몰아갔다. 현재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2'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2' 카페

그는 “타진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이 ‘한국의 후진성’을 지적했지만, 이 사건의 원인은 한국의 후진성이 아니라 ‘계몽성’”이라고 지적했다. 즉 “계몽되지 않은 사람이 마녀사냥을 일으켰다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17세기 인기도서, ‘마녀 식별 안내책자’

마녀사냥은 계몽주의가 창궐했던 17세기에 극성을 부렸다. 이전에도 가톨릭 교회에 마녀재판이 있었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마녀의 해머>라는 책이 보급되면서 마녀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책은 도미니코 수도회 수도사 크라머와 슈프랭거가 쓴 일종의 ‘마녀 식별 안내책자’다. 

크라머가 제시한 마녀 식별법은 마녀로 지목된 여자에게 돌을 매달아서 물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살아서 나오면 악마가 구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마녀이고, 물에 빠져 죽으면 마녀가 아니다’라는 황당무계한 판단기준이다. 당연히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잘못된 정보가 인쇄매체를 타고 급속하게 퍼져 나간 결과, 마녀로 지목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이 책은 2만부 가까이 팔렸어요.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유럽 전체를 통틀어 책이 100권밖에 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판매 부수였죠. 매체 발달 ‘덕분에’ 많은 사람은 마녀에 관한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고, 너도나도 마녀를 판별하기 시작한 겁니다.”

진실게임이 마녀 프레임을 만든다

   
▲ 이택광 교수는 마녀사냥을 주도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과 파편적 지식을 보급하는 ‘집단지성’ 그리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상인 ‘마녀’가 존재할 때 마녀사냥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 교보문고

이 교수는 마녀사냥을 만들어내는 구성요소를 세 가지로 꼽았다. 마녀사냥을 주도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과 파편적 지식을 보급하는 ‘집단지성’ 그리고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상인 ‘마녀’가 존재할 때, 마녀사냥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세 마녀사냥은 “<마녀의 해머>를 읽은 사람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한 여자를 마녀로 몰아세웠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진요 사건 역시 마녀사냥을 만들어내는 구성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최초의 ‘사이버 마녀사냥’이었다”고 덧붙였다. 

“타진요 이후 인터넷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일간베스트’(일베)는 타진요의 영향 아래 있는 문화라고 보거든요. 이들은 모두 진실을 요구하고 있어요.”

마녀사냥의 조건은 바로 ‘진실에 대한 요구’에 있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단순히 마녀를 식별해서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반드시 진실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설명이다. 진실 게임에 대한 요청은 결국 ‘마녀’를 죽이고 만다. 천안함이 침몰한 원인을 둘러싸고 보수언론이 보인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언론은 마녀사냥에서 작동한 논리구조를 그대로 따라갔다. 의학 지식으로 해명할 수 없는 병을 악마라는 초자연적 존재 탓으로 돌렸듯이 보수언론은 부지런히 ‘북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계몽’하면 마녀사냥을 막을 수 있나?

이 교수는 “마녀사냥의 광기를 잠재우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은 계몽된 사람들이 아니라 ‘사법적 이성’”이라고 설명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입증주의’를 기초로 한 사법제도가 도입됐다. 기소를 한 사람이 재판에서 ‘증거’를 제시해야만 피의자가 처벌받을 수 있는 제도다. 마녀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심증밖에 없던 사람들은 결국 마녀사냥에 실패한다. 실존하지 않는 존재를 입증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마녀라고 판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동자가 살인죄로 처벌받는 일이 벌어졌다. 실제로 1751년 8월 24일 토머스 콜리는 살인죄가 적용돼 교수형에 처해졌다. 합법적인 마녀사냥이 막을 내린 시기는 그 후 1782년으로 알려졌다. 합리주의를 원칙으로 삼는 재판 절차가 마녀사냥을 점점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광신도 같은 사람들을 입증주의로 잠재울 수 있었던 것처럼 ‘일베’ 역시 사법제도 완비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사법제도는 공론을 제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학생들이 이택광 교수 강연에 열중하고 있다. ⓒ 손지은

“공공성은 특정한 합리성이 주도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마구 부딪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공공성이고, 하버마스가 말하는 의사소통의 합리성입니다.” 

의사소통의 합리성은 하버마스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공론장이란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서로 다투되,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승복하고 때로는 합의하고 때로는 거부하면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의사소통의 공간’이다. 이 교수는 의사소통의 합리성, 토론 방식으로서의 합리성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이 마구 충돌하면 마녀사냥을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NLL 대화록 공개 문제가 터졌을 때, 방송에 나가서 ‘NLL 문제가 일단 테이블 위에 올라왔고, 이것은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NLL을 공개하는 순간 그것은 공론에 붙여진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일부가 원하는 방식대로 끌고 갈 수 없다는 뜻이었죠. 이것이 바로 ‘공론의 민주화’입니다.”

통제 안 되는 언론이 공론의 장 넓히기도

이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민주 사회로 가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누구나 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공공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언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언로(言路)가 많아지면 공론의 장이 확대돼 민주주의를 관철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는 “이런 논리로 볼 때,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등장은 언로의 통로를 더 넓혀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로가 많아질수록 통제가 안 됩니다. 신문사들 이해관계 때문에 종편이 나왔지만 결국 종편이 그들의 물적 토대를 무너뜨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김정은이 눈썹을 저렇게 깎은 이유는 ‘허열’이 많아서라는 등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종편이 오히려 자본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 2011년 12월 1일 각종 특혜 논란 속에 신규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했다. 이택광 교수는 언로(言路)가 많아지면 공론의 장이 확대돼 민주주의를 관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편의 등장은 언로의 통로를 더 넓혀줬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KBS 화면 갈무리

이 교수는 “아무리 종편이 황당한 소리를 해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을 구별해 사회를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며 “이런 점이 공론의 장이 가진 위력”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자본을 대변하는 언론이 많아지지만, 동시에 특정 의견이 특정 생각을 전일화하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언로의 중요성을 설파한 이들은 많았다. 지치주의(도학정치)를 내걸고 혁신정치를 도모했던 조광조는 “언로가 통하면 치안하지만 막히면 난망하다”면서 “군주는 모름지기 언로를 넓히는 데 힘써 공경백사로부터 시정백성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자기 말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창했다. 율곡 이이는 “언로가 열리고 닫히는 데 국가의 흥망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녀사냥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북한은 한국에서 ‘현대판 마녀’다. 한국 우파에게 북한은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근대의 출현은 마녀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규정한다. 근대 사회의 성립과 마녀의 출현이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는 한국 사회의 ‘인터넷 마녀사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인쇄매체 발달이 그랬듯이 인터넷 확산은 하나의 사건을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퍼뜨린다. 이 교수는 “마녀사냥을 막는 방법은 공공성의 확립, 곧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인문교양특강I>은 정희진, 진중권, 안광복, 주일우, 천정환, 이상수, 이택광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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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 기자]
단비뉴스 전 취재부장, 환경팀
진실에 더 가까이 간다면, 그 어느 후미진 곳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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