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박진 ‘나는 꿈을 노래한다’

▲ 박진, <나는 꿈을 노래한다> 표지

청춘을 자극하는 감성적 금언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현실이 너무나 각박한데도 ‘열정만 있으면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는 낡은 경구로 ‘청춘’을 위로하려 든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진짜 심신이 아픈 이들에게는 ‘저주’가 될 수 있다. 요즘 그런 책은 흔하다. 성공한 기성세대가 실패를 거듭하는 청춘에게 연민으로 충고하는 책은 그 표지만 봐도 “이딴 거 왜 읽어”라는 반감이 생긴다.

별 도움이 안 되는 위로, 곧 ‘가혹한 환경을 탓하지 말고 청춘은 원래 그런 거니 잘 극복하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자기 이야기’로 성공을 자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솔직한 언어로 늘어놓는 자랑은 우울한 삶에 웃음과 활력이라도 준다.

변명거리를 만들지 마라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가 지난 4월 15일 ‘글로벌 리더십과 한국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세명대를 찾았다. 강연 뒤 박 교수는 강연 내용과 관련한 퀴즈를 내고 답을 맞힌 학생들에게 <나는 꿈을 노래한다>는 제목의 저서를 선물했다.

얼떨결에 나도 책을 받았는데 ‘또, 청춘을 위로하려 들겠지’라는 생각에 저널리즘스쿨 스터디룸 내 책상 한 켠에 밀쳐두었다. 어느 날 함께 공부하는 동료가 그 책을 가리키며 ‘읽어봤냐’고 물었다. 그 또한 퀴즈를 맞혀 책을 받은 터였다. ‘안 읽어봤다’고 했더니 책 몇 쪽을 펴 보였다. 저자의 오늘이 있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난관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소개돼 있었다.

“변명거리는 많다. 나이가 많아서 혹은 나이가 어려서,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집이 가난해서,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는 변명이다. (중략) 한계는 내가 만든다. 그리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가 만든다. 한계도 가능성도 모두 내 마음속에 있다.”

그렇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핑계와 변명을 만들어왔던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실패는 포기하지 않는 한 결정된 게 아니다. 책을 통독하면서 저자의 화려한 경력이 결코 환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능력에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노력해온 결과였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로소 자기 이야기로 털어놓는 자랑이 거부감 없이 전달돼왔다.

화려한 경력은 끊임없는 진로변경의 결과

책을 읽으면 저자의 경력에서 우선 놀란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거쳐 하버드, 옥스퍼드, 도쿄대에 이르기까지 명문대라는 명문대는 다 거치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통역담당 비서관으로 발탁돼 세계 정상들을 만나고 정치1번지 종로에서 3선 국회의원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범생이’의 길이 아니었다. 추첨으로 배정받은 중학교가 재단 비리로 폐교되는 바람에 중퇴를 한 뒤 술과 담배를 배우고 가출도 해보았다. 대학 때는 ‘뱀파이어’라는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세시봉에도 출연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장호 감독 영화 ‘별들의 고향’에도 잠깐 나왔다.

그는 ‘아니다’ 싶으면 인생의 진로를 바꾸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고교 때는 원래 이과였지만 닉슨 대통령이 ‘죽의 장막’을 뚫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보고 외교관이 되기 위해 고3 때 문과로 바꿨고, 대학 재학 때 외무고시에 합격했지만 외교관보다는 영국에서 국제정치학 교수가 되는 길을 택했다.

“친구들은 내가 무슨 일이든 조금만 노력하면 1등 하는 줄 안다. 하지만 내 자신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걸 안다. 이를 악물고 해야만, 코피가 터지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승리의 영광을 거머쥘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실패와 과오가 아무리 처절했어도 결말이 성공으로 끝나면 모든 과정은 그것으로 해피엔딩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는 “실패를 그냥 놔두지 않고 극복해서 성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한 기억이 없다고 말할 뿐이다.

그는 늘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방송통신대학에 다니는 등 끊임없이 공부하고, 판소리를 배우고, 악기를 연습한다. 다이어트를 한 경험을 토대로 <박진의 돌고래 다이어트>라는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를 쓰는가 하면, 마라톤에 취미를 붙이기도 했다.

그에게 ‘방황’은 ‘꿈을 찾는 과정’이다. 아니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그의 자서전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로 끝난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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