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 여성학자 정희진
주제 ② 포스트 자본주의와 한국사회

막스 베버와 칼 마르크스가 상정한 초기 자본주의 개념은 21세기에 거의 무너졌다. 변형된 자본주의는 실업 증가, 양극화 심화, 가치관 변질로 나타나고 있다. 초기 자본주의체제의 기본 요소는 소비•노동•생산이었다. 지금은 유통과 금융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작동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세계 각국은 자본주의 패러다임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세계는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데 한국은 기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다. 

자본주의 초기에 발생했던 경제 문제들은 정부 조처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번갈아 사용하며 문제의 원인에 따른 대응이 가능했다. 20세기 초에 일어났던 대공황은 소비를 진작시키는 케인즈 해법을 추구함으로써 불황을 잠재웠다. 하지만 70년대 오일쇼크로 야기된 스태그플래이션으로 정부의 개입이 무력해지자 시장주의자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8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이 20여 년간 위세를 떨치면서 고전적 자본주의에 큰 균열이 생겼다. 시장주의에 대한 지속적 맹신은 유통과 금융 산업의 발달을 가져왔고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했다.

▲ 포스트 자본주의는 유통업 팽창과 함께 도래했다. ⓒ 미래에셋+매거진/M다이어리

유통업 팽창이 일자리를 줄인다

"자본주의가 생산에서 유통으로 부의 창출이 이동한 것과 연동되는 게 취업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 마르크스가 비주류경제학이고 경영학이 주류경제학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주류 경제학에서도 피터 드러커 등 전문가들이 고용불안을 중요한 쟁점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아요. 설상가상으로 초기 자본주의 기획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여성학 강사인 정희진씨가 포스트 자본주의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젊은이들 취업과 고용불안 문제다. 그는 일자리 부족이 전 지구적 사태라고 지적하면서 기성세대의 잘못을 언급하거나 노력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꾸짖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한다. 정보화 혁명에 힘입어 단군 이래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세대로 지칭되는 청년들의 암담함을 개인의 역량부족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는 청춘들을 위한 힐링 관련 서적의 유행은 문제의 표면만 건드렸지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왜곡된 시스템을 성찰하고 사태가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조처하는 일이다. 당장은 고통스럽겠지만 폭주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새 살이 자라도록 유도하는 진짜 힐링이 요구된다.

“이마트에서 피자를 파는 게 왜 문제인지 아세요? 유통을 장악한 사람들이 생산까지 담당하는 거예요. 자체상표도 만들었죠? 주도권을 쥔 겁니다. 유통업에서 물건을 왕창 샀다가 저장해놓고 나중에 팔면 생산업계는 어떻게 되겠어요? 생산업자가 제품을 생산해도 판매경로가 없으면 망하는 건 시간 문제죠. 당연히 유통업자의 입김이 세지겠죠? 이마트에서 조직적으로 치킨•떡볶이•피자 파는 걸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구조가 왜곡되는 거예요.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삶의 질이 감소하는 데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 자체 생산하는 제품의 재료가 값싸고 제품도 ‘후지기’ 때문이죠.”

정 교수는 “배추를 생산하는 것보다 이자 놀이하는 게 더 큰 부가 쌓인다”며 임대업과 금융업이 횡행하는 것이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나 2011년 월가 시위를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금융산업이 21세기 자본주의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안다. 반면에 유통업계가 생산을 장악한 포스트 자본주의의 다른 축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동네에서 값싸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통업의 발달이 자본주의 구조를 변형시킨 것이다.    

자본주의 최강국 일본의 우울한 현실

그는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일본이고 두 번째는 미국인데 두 나라 차이는 매우 크다”며 일본이 세계 최대 채권국이고 미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인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전 에도시대부터 자본주의 씨앗이 뿌려졌고, 지금은 ‘진품을 초월한 모조품’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유럽의 근대성과 자본주의를 추월한 지 오래다. 

그는 자연스레 발생한 서구 자본주의와 다르게 모방과 습득으로 성장한 일본의 자본주의를 연구하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그 속에 함의된 서양과 동양의 차이 모두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일본 콤플렉스 탓에 부족하지만 외국에서는 일본 자본주의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다. 일본 연구가 곧 자본주의 연구고 모더니즘 연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선진국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정 교수는 일본의 일자리 수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막 자본주의 맹아가 싹트던 1650년쯤에는 530여종, 한창 전쟁에 열을 올리며 일본의 자본주의가 급격하게 성장하던 1920년쯤에는 19만종의 직업이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일본의 일자리 수는 6분의 1로 줄어든 3만종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인 일본도 고용불안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속성 안에 포스트 자본주의가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직업이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삶이 복잡•다양해진다는 말은 100% 착각”이라며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삶은 획일화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잉여’ 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포스트 자본주의

▲ 정희진 교수

정 교수는 자본주의의 발전이 포스트 자본주의를 확산하는 사례를 군대와 학교 시스템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대 초기에는 많은 공장 노동자가 필요했다. 출산이 장려됐고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사용자 쪽에서 공장 시스템을 이해하는 숙련노동자를 키우기 위해 교육이 필요했고 그에 따라 많은 학교가 설립됐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기술 발달은 기계화를 촉진했고 자본주의는 ‘한 명의 유능한 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구호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백병전이 기술전으로 진화해갔고 군인 수보다 최첨단 무기의 성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필요 이상으로 고용된 학교 교사나 군인들은 어떻게 처우해야 할까? 그는 그것이 자본주의와 포스트 자본주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한다.

“보수라고 일컫는 집단도 크게 시장주의를 맹신하는 ‘신자유주의 세력’과 이데올로기로 뭉친 ‘애국주의 세력’으로 양분할 수 있어요. ‘신자유주의 세력’은 포스트 자본주의의 흐름에 맞게 모병제를 하든 다른 방식이든 군인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애국주의 세력’은 이에 반대합니다.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국민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주의 관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고, 둘째는 군인을 줄이면 장교들이 실업자가 돼서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본 쪽에서는 필요한 인원이 몇 안 되는데 국가운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죠. 교사도 군인과 마찬가지 논리로 볼 수 있습니다.”

정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언론 환경도 변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문과 텔레비전이 최고의 수단이었지만 현재는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 매체들이 다양해졌다. 온라인 매체의 발전과 종이신문의 사양화는 언론 메커니즘의 전환을 야기했다. 그는 거대자본과 많은 인력이 요구되었던 언론환경이 바뀌게 된 것 또한 기술 발달에 기인한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숙명적 요청이라고 설명한다.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는 인구는 넘쳐나지만 산업 쪽에서는 정작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의 과잉 인력은 결국 ‘잉여’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폭주하게 된 원인

자본주의와 계획은 양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계획경제는 사회주의라 불러 마땅하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지난 반세기를 지배했다는 걸 우리는 안다. 하지만 포스트 자본주의는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속성에 내포되지 않은 ‘계획’에서 파생됐다. 정 교수는 자본주의가 계획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도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의지를 뛰어넘어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간 것은 국가주의와 남성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구를 조절해야 하는데 국가주의와 남성주의가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주의는 인구가 많아야 국력이 발전한다는 인식이고 남성주의는 생식능력을 앞세워 본능적으로 번식하려는 속성을 말한다. 공통적으로 인구를 증가시키는 요인인 셈이다. 정 강사는 중국의 인해전술이나 프랑스의 생식력에 대한 숭배가 국가주의와 남성주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한다. 

▲ 특강을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김혜영

하지만 상황에 따라 국가주의와 남성주의는 신자유주의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국가주의와 남성주의가 포스트 자본주의를 태동시켰던 원인임과 동시에 포스트 자본주의 메커니즘 확장을 저해하는 기능 또한 수행하는 것이다. 그는 앞서 설명한 군인과 교사의 수를 줄이는 데 있어 애국주의 세력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작금의 상황을 제일 먼저 알아차린 이들이 10대 청소년과 여성들”이라며 “10대들은 공부를 해봤자 필요 없는 것이라 인식하게 됐고 여성들은 ‘저출산’으로 본능적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좋은 학교를 나와 운 좋게 대기업에 취직해도 35살이 되면 그만둘 준비를 해야 한다는 현실을 안다”며 “여성들도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부부와 자녀 모두가 힘들 거라는 걸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의 대안적 삶 ‘비정규직’

지금의 인구는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인력 구조에 견주어 과잉 상태다.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와 제각기 ‘힐링’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자신이 ‘잉여’ 인력이 되었다는 자각 때문에 우울증이 오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힐링’을 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자신의 삶을 예로 들며 ‘틈새’를 찾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내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 강사는 대세를 좇기보다는 ‘여성학’이라는 틈새를 찾았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학을 공부했고 이를 정치적 입장, 가치관으로 삼는 걸 넘어 직업으로 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모두가 ‘틈새’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여성학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사고해야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학은 남성 위주 가부장적 사회를 뒤집어보는 역할을 한다. 

그는 여성학적인 새 관점으로 남성 위주 가부장적 사회를 뒤집어 본 사례로 고용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들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진영은 모든 고용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존하는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사회적 의제 설정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스스로를 ‘정규직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정규직’을 반대하는 이유를 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모두가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하는 건 다 같이 죽자는 거예요. 기업도, 노동자도 살아남지 못해요. 기업은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능력이 없어요.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되면 8시간 또는 그 이상을 노동해야 돼요. 그 정도 노동을 하려면 집에 가사노동자가 있어야 하겠죠.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 자식을 낳지 않고, 버겁게 살고 있는 거예요. 가장 좋은 건 모든 사람이 4시간만 일하는 겁니다. 이건희서부터 노동자까지 모두 다 4시간만 일하고 4시간 아이 돌보고 4시간 취미생활하고. 자본 초기 단계인 유토피아적 아이디어와 비슷한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남성주의적 대기업 노동조합은 모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며 거꾸로 요구하고 있는 거예요.” 

사회 발전을 가로 막는 건 진보와 보수가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또한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문제 삼는 이들은 모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이는 건강한 남자, ‘정상’인 사람만 일하게 만드는 잘못된 담론이다. 결국 ‘정규직’이란 시민권에 위계를 만드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는 “‘정규직’이란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상’에 불과하며 이제 비정규직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비정규직 간의 격차다.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여도 1년 계약에 50만원 받는 이와 1년 계약에 몇 억씩 받는 이가 있어 그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모두들 비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말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 정 교수는 8시간 노동제의 정규직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이 나라에서는 10시간 이상 일하는 게 흔한 일이죠. 하지만 그렇게 장시간 노동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어요. 건강해야 하고, 아이가 없어야 하니까요. 밤 9시에 집 밖에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인구가 얼마나 될 까요? 따져보면 우선, 돌보는 사람이 없어야 돼요. 집 안에 환자•노인•아기•장애인이 없어야 집 밖에서 자유로이 놀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은 야근이 없어야 해요. 하지만 일에 치여 있는 사람들이 많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바깥바람 쐬면서 여유있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우리가 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좁은 가시화한 세계에 불과해요. 전체인구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인 셈이죠.”

정 교수는 모든 사람이 4시간만 일하면, 임신부와 노인도, 환자도 다 동일한 시민권을 가지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시간 노동제의 정규직은 건장한 가장의 이데올로기다. 200년 전 자본주의에서나 필요하던 이야기다. 당시 공장을 돌리기 위해 혹사시켰던 맥락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의 노동이 8시간 노동제라는 것이다. 이제 모든 직업의 정규직은 불가능하다는 게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조차 별정직과 계약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정규직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정규직이란 170cm에 45kg인 여성만큼이나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에는 그런 불가능한 것들이 실제처럼 재현된다, ‘정숙하면서도 섹시한 여자’, ‘캔디 가정부와 재벌의 사랑’처럼. 역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미디어에 나오는 이유는 실제로는 없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자들의 공모 ‘생활협동조합’

천 명이 대졸자면 자본이 필요로 하는 인원은 한두 명인 현실에서 나머지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 교수는 사회적 기업과 NGO 활성화, 사회적 노동, 생활협동조합(생협)이 대안적 삶의 형태라고 말했다. 특히 생협을 강조했다. 생협이 중요한 이유는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나타난 분업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성별분업, 국내분업, 국제분업(FTA)의 순서로 분업되며 발전했다. 성별분업은 여자는 집, 남자는 밖에 있는 것을 뜻하며, 국내분업은 서울은 금융을 담당하고 평창은 배추를 기르는 것처럼 각 지역이 각 분야를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분업은 한국은 자동차를 맡고, 칠레는 포도를 맡아 분업하는 FTA 형태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분업체계는 한 쪽이 마비되거나 한 쪽이 독점하면, 망가지는 것이 문제다. 지역분업이 문제되는 건 서울 산업과 담양 산업의 성격과 결과가 같지 않기 때문에 지역별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역별 빈부격차가 생기는 이유다. 국제분업, 지역분업화 하면서 더 큰 격차가 생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생협은 지역에서 우리끼리 조금씩 생산해서 나눠 소비하도록 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분업체계와는 다른 시스템인 셈이다. 강원도 원주 정도 되는 ‘지역’ 안에서 생산과 소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유상으로 할 것인가 무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거기서 진짜 논의됐어야 할 문제는 급식의 유무상 문제가 아니라 ‘급식이 기업화하느냐 아니면 사회공동체화하느냐’의 문제였다. 원래는 서울시에서 각 학교에 유기농 급식을 하고자 평창 등의 농촌지역과 연결하려 했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여 ’생산‘과 ’소비‘를 교환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급식을 국가 지방단체에서 다루려 했던 것이다. 신세계,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 식품업체가 학교에 들어오게 되면 이러한 지역간 생산과 소비의 연결이 불가능해진다.

마르크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전세계 프롤리타리아 단결하라.” 그러나 실제로 노동자들의 단결은 불가능했다. 미국 노동자보다 방글라데시 사장이 더 못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간 격차는 커졌고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마르크스의 말은 바뀌어야 한다. “전 세계 불안정한 자여 공모하라.” 불안정이 정상인 지금, 불안정한 자들은 새로운 대안적 삶을 공모해야 한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인문교양특강I>은 정희진, 진중권, 안광복, 주일우, 천정환, 이상수, 이택광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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