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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경제는 ‘돈벌이’가 아니야”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주제①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2013년 09월 03일 (화) 16:07:00 강태영 구소라 조한빛 기자 volvol6287@naver.com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것에는 좀비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신자유주의’다. 영국의 정치학자 콜린 크라우치는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에서 “신자유주의는 좀비가 되어 전 세계를 활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은 완벽하다’는 신자유주의의 논리적·이론적 정당성은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엘런 그린스펀 의장도 국회 청문회장에서 신자유주의 한계를 인정했다. 왜 신자유주의적 관행은 좀비처럼 그대로 남아있는가?

사람들 중에는 지난 30년간 세상을 지배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이들이 있다. 내 개인적인 삶과 우리 사회, 나아가 세계경제의 작동원리를 어떻게 다시 조직할 수 있을까?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도 이런 물음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경제학자다.

여전히 막강한 금융자본의 힘,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1%에 대한 99%의 저항으로 일어난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시위도, 스페인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해 태양광장으로 뛰어나온 수만 명 시민들도 금융자본의 힘을 견제하지 못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깜깜 무소식입니다. (개혁이) 흐지부지된 상태예요. 정당들과 노조, 그리고 조직된 세력들이 하는 일 보면 전혀 새로운 게 없고, 금융 쪽에선 개혁된 게 거의 없고, 기업들이 나쁜 짓 하고, 고액 연봉 챙기는 것도 똑같이 행해지고 있어요. 신자유주의적인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겠다던 G20,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죠?”

   
▲ G20 세계금융정상회의 참석 정상들의 모습. ⓒ 서울G20 공식블로그

홍 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남아있지만 근본적인 변화 하나는 일어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이상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 미래를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IMF구제금융 위기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부모세대들은 자신의 노후와 미래를 위해 자산을 부동산과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펀드, 카드, 부동산 투기 등으로 재테크 바람이 불었다. ‘돈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재테크 서적도 유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홍 소장은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학자 케인즈를 인용해 “사람들이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이유는 영생불사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러분, 복리의 마법을 아시죠? 복리로 계산하면 자산의 가치가 14년 이후에는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이걸 보면서 사람들은 ‘자산의 증식은 영원하구나’, ‘내가 죽어도 내 자산은 영원히 증가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게 케인즈 얘기입니다.”

홍 소장은 “종교는 바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종교는 죽음과 삶을 상징으로 바꾼 다음 상징조작을 통해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양 사람들은 ’너의 자식이 너의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으리라’, ‘대대손손 대가 안 끊기고 자손들 많아져서 제사마다 챙겨먹을 수 있으면 될 것이다’라고 믿으며 죽음의 공포를 극복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리의 마법’이 허구로 밝혀진 지금 현대인들의 영혼은 공허해졌고, 결국 ‘멘붕’에 빠졌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지난 출판시장의 ‘힐링 열풍’이다. 사람들은 ‘멘붕’을 치료하기 위해 힐링 서적을 찾는다.

경제는 살림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행위일 뿐

현대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제’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이들은 고대 그리스인이었다. 경제란 뜻의 영어 ‘economy’의 어원이 되는 ‘Oikonomia’는 ‘가정’을 뜻하는 ‘oikos’와 ‘질서, 법률’을 뜻하는 ‘nomos'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리스인들에게 경제는 ‘가정살림’이자 ‘살림살이’였고, 집안 살림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는 행위가 ‘경제’였던 셈이다.

   
▲ 홍소장은 앞으로 '돈벌이 경제학’이 아니라 ‘살림/살이 경제학’이 개인, 가족, 지역, 나라,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조직하는 대안적 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홍 소장은 “우리 삶과 결부된 ‘살림∙살이 경제’가 우리의 경제생활을 다시 조직할 수 있는 대안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살림살이 경제’란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유∙무형의 수단을 뜻한다.

“음악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 이것도 살림살이에 당연히 해당돼요. 교회 다니고 싶은 욕구, 프라하에 가고 싶은 욕구, 좋은 것 가르치고 싶은 욕구, 모두 해당합니다. 여기서 수단은 악기, 선생님, 시간이었단 말이에요. 여긴 유형, 무형 다 있죠. 이걸 조달하는 행위가 다 살림살이 경제가 된다는 말입니다.”

돈벌이가 경제로 여겨지는 오늘날과는 달리 고대시대에는 돈벌이, 즉 재물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인 ‘획재술(Krematistike)’은 살림살이 경제의 하위 항목으로 존재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정의 살림살이를 위한 경제행위인 ‘오이코노미아’와 돈을 버는 기술인 ‘크레마티스티케’를 명확하게 구별했다. 또 두 가지 목적-수단 관계를 분명히 했다. 재물 획득 기술이 살림살이이라는 목적의 수단인 것이지 그 관계가 역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살림살이 세계의 폐색, 돈벌이 경제의 확장

경제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돈을 버는 것’이라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먹고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홍 소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과 ‘먹고 사는 것’이 같다고 생각한다”며 “먹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유∙무형의 것들을 이제는 돈을 벌어야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돈이 없어도 조달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돈벌이 경제영역’으로 넘어가 버렸어요. 나물 캐서 반찬하고, 옷 필요하면 물레 돌렸어요. 버스 생기고 기차 생기기 전에는 살림살이 경제가 돈 하곤 무관하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노후준비예요. 과거에 노후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보장이 되었고 삶의 영역에서 해결되었지만, 지금은 이것을 AIG와 삼성화재가 도맡아 하고 있어요.”

홍 소장은 “인류 전체의 역사를 보면 돈벌이경제가 인류 역사를 지배한 건 이삼백년 밖에 안 된다”며 “살림살이와 돈벌이경제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돈벌이경제에서 경제행위는 ‘선택’이다. 선택을 위해서 모든 것들은 화폐가치로 변한다. 결국 돈벌이 경제학에서 중요한 과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하지만 살림살이 경제학에서 돈은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 조상들은 돈이 떨어지는 도라지를 캐서 장터에 팔러 나갈 때, ‘돈 사러 간다’고 말했다. 쌀이나 칫솔 같은 생필품처럼 돈을 삶의 수단으로 여긴 것이다.

“서양 변호사 한 사람이 업무로 인도의 깊숙한 농촌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인도의 오지로 들어가면 천년이나 2천년 전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변호사가 차를 몰고 가다가 진창에 빠졌는데, 저쪽에서 불가촉천민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오고 있었어요. 상황을 지켜본 시골사람들은 차를 끌어내주었고, 변호사는 고마워 돈을 주려고 했어요. 그때 버스 운전사가 말리며 말했어요. ‘이 사람들 너무 가난해서 돈이 필요 없답니다.’ 살림살이 경제가 돈벌이 경제와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를, 전통적인 생계 경제에서 화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재미나게 보여주는 장면이죠.”

살림살이와 돈벌이 혼돈해서는 안 돼

홍 소장은 “사람들은 살림살이 영역과 돈벌이 영역을 혼돈해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그 두 영역은 결코 같지도 않고 또 같아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선 살림살이 영역은 아주 넓기 때문에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돈벌이 영역으로 대체될 수 없다. 배우자를 결혼시장에서 조달하는 등 돈벌이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결혼 후 인간적인 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비틀즈의 노래 ‘can't buy me love'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 돈벌이 경제는 살림살이 경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 영국 록밴드 비틀즈는 그들의 히트곡 '사랑은 돈으로 살 수는 없어(Can't buy me love)'에서 "난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돈으로 사랑을 살 순 없으니까"라고 노래했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배우자 구하는 문제도 그렇고, 교육 문제도 그래요. 엄청 비싼 기숙학원에 보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다는 살림살이 경제가 기숙학교로 다 해결될 수 있나요? ‘priceless’, ‘invaluable’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이란 뜻의 영어 단어인데, 이 두 단어가 돈벌이 경제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을 보여준다고 봐요.”

“돈벌이와 살림살이 영역이 같아져서는 안 되는 이유도 있다”고 홍 소장은 말했다. 살림살이 경제학에는 독자적이고 대안적인 작동원리가 숨어있다. 돈벌이 경제의 핵심원리는 수익성이지만, 살림살이 경제의 원리는 good life, 즉 좋은 삶이다. 돈벌이 경제에서는 가치가 오르지 않는 것은 잘라내어 버린다. 이것은 기업의 구조조정, 친구와의 관계, 심지어 외모에도 적용된다. 홍 소장은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직원과 친구들을 잘라내는 것과 취업시장과 결혼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얼굴을 잘라내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역설했다.

“목적이 수단의 양을 결정한다”

홍 소장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두 가지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수단의 양은 목적이 결정한다. 목적한 바 이상으로 많은 수단은 필요 없다. 홍 소장은 “우리 삶의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적당한 수단의 양을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늘 밤에 잠을 푹 자고 싶어 하는 사람, 모여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려는 사람, 위장 수술을 앞두고 마취가 필요한 사람,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이 네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은 똑같이 모르핀입니다. 필요로 하는 양이 다를 뿐이죠. 그런데 만약 양을 뒤죽박죽으로 쓴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자려고 누웠다가 영원히 자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목적은 상위 목적의 수단이다. 식스팩을 갖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에는 상위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 상위 목적은 ‘연예계로 진출해 권상우를 밀어내는 것’일 수 있고, ‘동네에서 제비 행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일수도 있다. 만약 권상우를 밀어내는 거라면 상당한 운동량이 필요하겠지만 동네에서 제비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 상위 목적이라면 그보다는 덜한 운동량이 요구될 것이다. 상위 목적에 따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의 양이 다시 결정된다.

“수단은 목적에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됩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주어진 수단은 희소하다고 가르치는데, 사람의 욕망은 무한하지 않아요. 그거야말로 가장 심각한 거짓말입니다. 사람의 욕망은 어떤 건 무한하고, 어떤 건 무한하지 않은데, 물질적 재화에 대한 욕망은 무한한 것이 없다. 간단히 입증해보자면, 제가 여러분을 만난 기념으로 모든 개개인에게 신발 일만 켤레씩 선물해드린다면, 받으시겠어요?”

그는 “인간의 모든 삶의 상위 목적은 ‘supreme good’(최고의 선)”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선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삶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이라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의 양을 조절할 줄 아는 것이다.

욕망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고비용 인생을 피하라

홍 소장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인생을 고비용 구조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사회가 조장하는 좋은 삶의 이미지는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것인데, 이것은 오히려 삶을 망가뜨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욕망의 종류들을 하나하나 꺼내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욕망의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연 중인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 임경호

“알렉산더 대왕은 상당히 금욕적인 사람입니다. 페르시아 정복 이후 획득한 미녀들과 요리사들을 그저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배움을 받았던 알렉산더는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줄 알았던 것이죠. 그 대가로 자유를 얻었습니다. 만약 그가 자신이 왕이라는 정체성에 갇혀 욕망을 조절하지 못했다면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의 삶도 그래요. 나의 욕망의 구조를 뜯어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나의 좋은 삶을 찾아 그 욕망을 재조정해야 해요.” 
 
욕망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치평가는 자기가 마음먹으면 되는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실패라는 게 없다. 일찍이 마르크스는 자본의 일반정식으로 'M(oney)-C(ommodity)-M(oney)'를 제안했다. 홍기빈 소장은 인간의 '좋은 삶'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적 지표지수 세트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림살이 경제를 공식화하면 이런 모양일 거라고. 'H(uman)-M(eans)-H(uman).'

"삶을 저비용 구조로 만들면 알렉산더 만큼은 자유로워져요. 도 닦으란 얘기예요. 여러 문제가 구조의 문제 아니냐고 말하는데, 답은 구조와 개인 둘 다죠. 어느 쪽에 책임이 있냐는 질문은 닭과 달걀의 문제와 유사해요. 구조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는 개인은 이미 자본주의 구조 안에 있거든요. 우리 스스로가 자본주의죠. 그럼 내가 나를 바꾸는 것을 이제는 시작해야 해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사회교양특강>은 김현대, 박상훈, 전중환, 유시민, 김동춘, 이종현, 홍기빈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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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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