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조한빛 기자

▲ 조한빛 기자

한 남자가 울고 있다. 결혼식 사진을 보던 그가 자기 사진을 신부 위에 덧댄다. 신랑과 그는 연인처럼 보인다. 그는 동성애자다. 케이윌의 노래 ‘이러지마 제발’ 뮤직 비디오 마지막 장면이다. 숱한 동성애자의 처지도 이와 같지 않을까, 누구를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대학교 때 친한 후배가 어느 날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왜 동성애자인지 고민했다고, 2년 동안 미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 고백은커녕 자기 성 취향을 드러내지도 못한다. 그게 알려지는 순간 놀림감으로 전락할 게 너무나 뻔하니까. 

지난 6월 영화감독과 영화사대표인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9월 결혼을 앞두고 보란 듯이 웨딩 사진을 공개했다. 기사에는 축하보다 비난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세 가지 일이 벌어졌다. 하나, 동성애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19살에 자살한 육우당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가 일부 기독교단체와 보수주의자들 반대로 좌절됐다. 셋, 프랑스에서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했다. 사회가 바뀌길 기도하며 한 소년이 자살했지만 변화는 먼 나라에서 일어났다. 

차별금지법을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한 기독교 지도자는 “하나님의 저주와 심판인 에이즈를 낳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무지의 소산이다. 에이즈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2009년에 이성간 에이즈 발병률은 동성간보다 높았다. 그들이 에이즈를 막고자 한다면 연애금지법을 추진해야 한다. 

연애를 막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렇다면 동성애자의 연애도 보장해야 한다.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동성애자는 왜 보통 사람들처럼 연애하지 못하나? 동성애를 저지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저지해야 한다. 스웨덴은 2003년에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드러내는 언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증오언론금지법(Hate Speech Law)을 제정했다. 동성애는 병이 아니며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프로이트는 1930년대에 이미 이렇게 썼다. 

“동성애는 분명히 이득도 없는 것이지만 부끄러워할 만한 것도 아니며, 또 타락도 아니므로 질병으로 분류될 수 없다. 동성애를 범죄나 잔학행위로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범죄는 일부 사람들이 하는 동성애자 비난이다. 우리나라는 이 범죄를 방관할 것인가? 애덤 스미스도 국가는 개인을 불의와 억압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의무라고 했다.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해야 한다. 반대가 심해서 못 한다는 건 변명이다. 프랑스에서도 동성결혼 합법이 무탈하게 추진되지는 않았다. 보수 가톨릭단체 등은 법이 프랑스를 두 동강 낸다며 반대했다. 80만 명이 모여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권리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인식에 힘입어 법이 통과됐다. 만약 내 친구가 동성결혼에 골인한다면 축하해줄 생각이다.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