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장학금’ 첫 시도 성공적...건양 백석 삼육대 등도 성과

“늘 금연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혼자서는 힘들었어요. 마침 금연을 하면 장학금을 준다는 공고를 보고 이참에 확실히 끊자 싶어 참여했죠.”

지난달 28일 충북 제천시 청전동의 제천시보건소에서 만난 세명대학교 한의대생 김모(27)씨는 ‘한의사에게서 담배냄새가 나면 환자들이 거부감을 갖겠지’ 하는 생각에 금연해야겠다고 작정했지만 쉽게 실행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세명대가 ‘금연클리닉, 행복드림장학금’을 신설하자 이 기회를 잡기로 결심했다고. 3개월 이상 담배를 완전히 끊는 학생에게 50만원씩의 장학금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3개월 이상 금연 성공하면 50만원

하루 반 갑 이상 담배를 피우던 김씨는 3월 중순부터 완전히 금연하고 1~2주 간격으로 보건소를 찾았다. 흡연자는 내 쉬는 숨의 일산화탄소 수치가 비흡연자보다 높은데, 날숨 측정과 몸속 담배노폐물 변화량 확인을 통해 금연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전문상담사에게서 식단조절 등 금연 적응을 위한 상담도 받았다. 때때로 금단 현상을 줄여주는 금연 보조제도 먹었다.

시작한 후 한 달은 잘 지났는데, 중간고사가 있는 4월 중순 무렵 고비가 찾아왔다. 밤낮으로 책만 붙들고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 예민해지고 짜증이 났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 등에게 금연 도전을 널리 알린 터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대신 과자나 초콜릿 등 단음식을 잔뜩 먹어 체중이 3킬로그램(kg) 정도 불었다. 기말고사가 닥친 6월 중순에도 비슷한 고비가 있었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날은 마지막으로 보건소에 들러 금연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날. 일산화탄소 측정기구를 물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수치를 살폈다. 날숨 속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1부터 30피피엠(ppm)까지 나타나는데, 3을 초과하면 흡연자로 분류한다. 체내에서 코티닌으로 변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니코틴은 검출기구 니코사인(NicoSign)을 써서 확인했다. 측정 결과 일산화탄소 수치는 3ppm, 코티닌 반응은 음성(불검출)이었다. 드디어 금연에 성공한 것이다.

▲ 금연상담사가 코티닌 검출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두 줄이 표시되면 음성이다. ⓒ 송두리

이달 중순 장학금을 받고나면 다시 담배를 피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어떻게 끊었는데···”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담배를 피울 때는 대학 정문에서 얼마 되지 않는 한의대 건물까지 오르막을 걸어가는 데도 숨이 가빴는데 이제는 힘들지 않다”며 “나보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보건소를 찾아가 금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배 끊으니 숨찬 증상 없어지고 주변 사람들 대환영

김씨처럼 3개월간의 금연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세명대 학생은 모두 74명. 지난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한 결과 총 419명이 지원했는데 그 중 348명이 금연에 도전했고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최종검사에 응한 학생은 모두 141명이었다. 학교측은 당초 장학생을 40명으로 제한할 계획이었으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금연에 성공한 74명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세명대 학생처 이정선씨는 “처음 시행된 제도라 이렇게 많은 학생이 참여할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천시 보건소는 이번에 성공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3개월 더 금연프로그램을 지속한 뒤 금연 증서와 함께 런닝머신 등 운동시설을 갖춘 보건소 건강증진센터 1년 무료이용권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연상담사 이정순씨는 “세명대 학생들이 금연을 하려는 의지가 높기 때문에 금연 장학금을 확대한다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명대 외에도 금연장학금을 이미 도입한 대학들이 있다. 대전의 건양대학교는 2003년 처음 금연장학금을 도입, 1년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학생에게 장학금 25만원을 지급한다. 경기도 수원의 수원여자대학교는 2007년부터 금연을 1년 이상 지속한 학생 10명을 매년 선발, 20만원씩을 준다. 서울 공릉동 삼육대학교는 3개월 금연에 성공하면 20만원, 계속 유지하면 3개월 후 30만원을 더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시행 이후 2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학교측은 밝혔다. 충남 천안의 백석대학교와 강원도 원주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등에서도 10~50만원 정도의 금연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흡연실 신설, 금연캠퍼스 추진하는 대학도

금연장학금 외에 대학 내에서 흡연할 수 있는 장소를 별도 지정해 실질적인 금연구역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대학교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해 지정해야 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앙대·서강대·가천대·동국대·고려대는 흡연구역을 지정하거나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중앙대는 흡연부스를 포함한 교내 11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한 뒤 나머지 공간에서는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서강대는 교내 23곳, 가천대는 교내 25곳을 제외한 모든 건물 실내와 공원, 광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흡연부스를 운영 중인 동국대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금연의 날’로 정해 캠퍼스 금연 운동 확산에 힘쓰고 있다. 

▲ 고려대에 설치된 스모킹룸(좌)과 중앙대 흡연부스(우). ⓒ 송두리

서울 안암동의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12월 학생회가 직접 나서 안암캠퍼스 인문대 앞 중앙광장과 자연대 과학도서관 앞 두 곳에 가로 3미터(m), 세로 4m 크기로 10여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스모킹룸’을 설치했다. 공기 청정기, 담배연기집진기 등 공기정화시설과 냉방기를 갖췄다. 김기동(27·국어국문학)씨는 ”스모킹룸까지 직접 가야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비흡연자 친구들이 겪는 피해를 줄이는데 동참하고 싶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흑석동의 중앙대학교도 지난 3월 28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법학관과 서라벌홀 사이에 약 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두색 담배부스를 설치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6,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뒤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내부에는 담배연기를 없애는 분연기, 공기청정기와 의자, 냉방기를 구비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대학원생 정준영(26·여)씨는 “흡연자들이 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니 지나가도 냄새가 덜하다”며 “쾌적하게 관리가 된다면 흡연자들도 담배피우기가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비뉴스> 취재진이 지난 1일 중앙광장 앞에 마련된 고려대 스모킹룸을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지켜본 결과 부스를 이용한 학생은 1시간 동안 6명, 흡연자 13명 당 1명꼴에 불과해 아직은 정착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부스를 눈앞에 두고도 주변 계단이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훨씬 많았다. 환기구 관리도 소홀해 보였다. 취재진이 부스 문을 열자마자 담배냄새가 진동해 기침이 났다. 공기청정기 등 환기기구가 작동은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대학 내 흡연구역이 정착되려면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 흡연 부스 너머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 송두리

제천시 보건소 금연상담사 김상예씨는 대학들의 이 같은 금연 확산 캠페인과 관련, 학생들에게 금연의 중요성과 취지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담배는 폐암은 물론 구개암, 후두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하고 잇몸염증, 치아 손실, 호흡곤란도 가져온다”며 “심한 중독성을 가진 니코틴 때문에 담배가 없으면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는 심리적 병폐도 초래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또 ”국내 30대 기업에서 흡연자들에게 금연 서약서를 받거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는 점도 학생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연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금연클리닉 센터에서 무료로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하라는 권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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