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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예뻐진 소금마을 범죄가 줄었네
서울 염리동, 알록달록 환해지니 치안 개선 쓰레기 감소
2013년 04월 28일 (일) 21:28:14 송두리 기자 duri@danbinews.com

“귀찮기는. 저쪽 색칠된 골목길 가봤지? 마을이 훤해지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아직 우리 집 앞에는 칠을 안 해서 언제 색 입히나 기다리고 있었어.”

   
▲ 지난 13일 서울 염리동 '내 집 앞 칠하기' 작업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 송두리

지난 13일 오전 11시 서울 염리동 서쪽 끝자락의 삼거리 언덕길. 햇볕이 내리 쬐는 좁은 골목길에 김순환(75)씨가 페인트 붓을 들고 서있다.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사업의 일환인 ‘내 집 앞 칠하기’에 동참하러 나온 길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모른 척해도 될 텐데, 일손을 보태고 싶다고 한다.

다니기 불안했던 달동네 화사하고 안전해져

   
▲ 색색의 옷 입은 염리동 소금길. ⓒ 송두리

‘달동네’의 비중이 큰 마포구 염리동이 화사하게 변하고 있다. 서울시가 치안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염리동을 2012년 범죄예방디자인(CPTED) 시범마을로 지정한 후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고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은 도시설계와 디자인으로 범죄유발 요소를 감소시키는 도시계획 기법. 우선 낙후된 주거환경 탓에 인적이 드물었던 마을 길을 1.7킬로미터(㎞)의 산책로로 만들고 ‘소금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소금을 나르는 보부상들이 머물러 ‘염리동’이라 불렸던 마을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염리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디자인 전문가들은 또 좁은 골목의 낡은 담벼락 마다 파랑 연두 보라 등 색을 입혀 ‘걷고 싶은 길’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동네 전봇대에는 1부터 69번까지 번호를 매기고 방범용 발광다이오드(LED) 번호 표시등을 설치했다. 밤길에 구조요청이 필요할 때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서울시는 또 주민들의 지원을 받아 ‘안전지킴이 집’ 6곳을 선정하고 그 부근 골목길에 인터넷으로 실시간 상황파악이 가능한 아이피(IP)카메라와 비상벨도 설치했다. 비상벨을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고 안전지킴이 집과 용강지구대에 신고가 된다.

   
▲ (시계방향으로) 전봇대마다 설치된 번호 표시등, 지킴이집, 비상등. ⓒ 송두리

세 살 때부터 염리동에 살았다는 김예진(14•창천중)양은 “밤엔 무서웠는데 작년부터 골목이 알록달록하게 변하고 폐쇄회로 티비(CCTV)도 설치돼 어두워도 잘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달 염리동 주민 3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금길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83%, ‘범죄예방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73%로 나타났다. 경찰의 비공식집계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해당 지구대에 신고된 강도, 절도, 성폭력 등의 범죄건수가 이전에 비해 30%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이 밝고 안전해지면서 환경에 무심했던 동네 사람들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 마을이 깨끗해진 것도 큰 소득이다.  염리동 마을공동체 조용술 사무국장(33)은 지역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마을 구경 온 사람들이 시끄럽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인적이 끊겼던 공간에 활기가 생겨 오히려 주민들이 좋아해요. 방문객들이 마을에서 음식을 사먹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염리동에서 50년 정도 사신 분들이 관광가이드로 일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습니다.”

   
▲ 인적 드문 사각지대에 디자인을 도입해 마을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였다. ⓒ 송두리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우리 동네 살리기’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을 염리동에 우선 도입하기로 한 것은 주민참여 공동체 활동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디자인정책과 권은선 주무관은  “염리동은 주민자치단체 활동이 활발하고 커뮤니티 자원이 풍부해 (사업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범죄예방디자인 시범 마을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이 추진되기 전, 염리동에는 2008년부터 시작된 ‘창조마을 재생 사업’이 있었다. 몇몇 주민들이 ‘예술 창조활동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뭉쳤고,  염리동 마을음악회, 합창단, 연극단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런 활동을 묶은 ‘소금마을 만들기’로 2011년 전국 주민자치 박람회 지역활성화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용술 사무국장은 “수상 이후 커뮤니티 활동이 소문 나면서 주민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졌다”며 “현재는 양희봉 오케스트라, 연극하는 사람들, 마포 아트센터, 반찬봉사단 등 20여 공동체 기관이 마을에 들어왔고 염리창조마을축제 등 10여 개의 마을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염리동주민센터 2층엔 마을문고와 ‘솔트카페’가 있다. 지난 2008년 개관한 마을문고는  주민들로부터 기증 받은 1만 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올 들어 매 주 토요일 염리동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들이 학습지도 등 멘토링을 해주는 ‘마미(마포의 미래)’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기업인 솔트카페는 커피 등 음료와 천일염 등을 판매하는 곳. 염리동에서 35년간 살았다는 이성재(59) 대표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주민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천일염도 판매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마을 홍보의 효과도 얻고 있다” 고 말했다.

   
▲ 매 주 토요일 솔트카페와 마을문고에서 진행되는 마미 프로젝트. ⓒ 송두리

대부분의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상회도 이 동네에선 부활했다. 요즘 염리동 반상회에선 마을 문화와 예술 사업을 묶어 소금을 상징화한 마을 축제 만들기를 구상 중이다. 이 축제에 관광객을 유치하면 수입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10년째 재개발 예정지…불확실성 없애줘야 

하지만 염리동에도 고민이 있다. 지난 2003년 재개발 예정지로 지정돼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방향만 나왔을 뿐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어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주민 안모(78)씨는 “염리동이 밝아지고 깨끗해진 건 좋지만 디자인 작업보다 급한 건 재개발 여부를 빨리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모(85)씨는 ”세입자인 나 같은 사람은 (이사를 가야 할 지) 어떻게 할 지 몰라 난감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염리동 주민자치위원장 홍성택(55)씨는 “자본 논리에 얽매인 재개발 때문에 마을이 정체되면 안 된다”며 “설사 현재의 공동체 활동이나 디자인사업들이 재개발로 언젠가 (소용이) 없어지더라도 당장은 끈끈한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염리동 일대는 재개발 예정지로 지정돼 있다. ⓒ 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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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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