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② 1장: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➀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⓸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1장은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에 관해 다룬다. 저널리즘은 ‘정보를 전파’함으로써 공중의 공동체 의식을 키움과 동시에 시민 정신을 만들어 내며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고, 정보의 전달 방식이 ‘일대다 방식’에서 ‘다대다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저널리즘의 중심이 흔들렸다. 허위·조작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저널리즘의 탈을 쓴 편향적인 매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누군가는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일이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변화를 막는 저항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럴수록 ‘사실의 전달’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목적을 더 충실히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에 착안해 ‘진실을 전함으로써 시민이 자치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 즉 공공을 위한 정보 제공을 저널리즘의 일차적 임무로 꼽았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 중 한 명인 톰 로젠스틸 미국언론연구원(American Press Institute) 원장. LA타임스 미디어 담당 기자, 뉴스위크 의회 출입 기자로 일한 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과 더불어 ‘저널리즘의 새로운 윤리: 21세기를 위한 원칙들’등 여러 권의 저널리즘 관련 책을 저술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 중 한 명인 톰 로젠스틸 미국언론연구원(American Press Institute) 원장. LA타임스 미디어 담당 기자, 뉴스위크 의회 출입 기자로 일한 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과 더불어 ‘저널리즘의 새로운 윤리: 21세기를 위한 원칙들’등 여러 권의 저널리즘 관련 책을 저술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알고자 하는 본능’과 저널리즘의 역할

사람은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일이나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미지의 대상에 대한 지식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를 ‘알고자 하는 본능’이라고 정의한다. 뉴스는 대중의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수용자 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외부 세계의 인물, 특정 사안의 쟁점, 현상의 변화 등을 알려주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정보가 공개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신뢰할 만한 공적 사실을 제공한다는 저널리즘의 독점적 지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널리즘이 생존하려면 저널리즘을 ‘고급화’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고급화란 ‘사물을 다원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보도하여 ‘공중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의 의미를 설명’해주거나, ‘어떠한 정보를 믿을 수 있는지 검증’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즉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선별하는 ‘게이트키퍼’나 권력 등을 감시하는 ‘감시견’ 등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이외에도 좋은 글을 가려내는 일, 공적인 토론에 저널리즘 가치를 반영하는 일, 공중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구와 정보를 제공하는 일,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 등을 현재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언론이 이런 일에 앞장서야 ‘편향적 매체’와 ‘허위·조작정보’와 구분되는 진짜 저널리즘의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과 저널리즘의 새로운 미래상

과학 기술의 발전은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대중은 여러 방법을 통해 사실과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을 악용해 정보 제공자가 제 의도에 따라 정보를 걸러내거나 때로는 지어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역설적인 현상도 함께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즉 ‘사실 수집가’로서의 기자의 기능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기자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이 ‘사건 중심의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 ‘본질적 사실을 확보하는 일’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는 곧 시민, 기술, 기자라는 세 기여자가 함께 저널리즘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들은 기술로서 인터넷 네트워크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기자는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정보를 추리고 구조화해 전달하며, 시민들은 전문성과 경험, 다양한 관점 등을 통해 사건을 관찰하는 시각을 추가하는 식으로 ‘조직된 협력적 지성으로서의 저널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고, 이를 곧 저널리즘의 새로운 미래상이라고 주장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의 저자들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저널리즘과 시민, 기술이 상호 협력해 본질적 사실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unsplash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의 저자들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저널리즘과 시민, 기술이 상호 협력해 본질적 사실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unsplash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정호원 책에서는 ‘고급화’의 핵심을 ‘사물을 다원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일의 함의를 설명하는 것, 정보가 믿을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라고 봤고, 이것이 저널리즘이 선전이나 홍보 등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기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공동체의 건설적인 의제 설정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남겼다고 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다양한 주체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새로운 의제를 계속 내놓더라도, 기자는 그 모든 측면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예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확증편향을 강화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실 수집가’로서의 기자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 주제만 다루는 식으로는 진짜 중요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공론장을 만들고 이를 수용자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돕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창용 아무리 사실을 그대로 옮기더라도 어느 정도는 뉴스룸의 필터를 거치게 된다. 그래서 기자의 사실 수집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정리하고 분석해 수용자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해 수용자가 자신의 의견을 더하는 방식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자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가 됐다. 또한, ‘의제 설정자’로서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시한 점도 인상 깊었다. 다양한 주체가 의견을 표명하고 새로운 의제가 매일 발생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의제 설정자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대환 ‘알고자 하는 본능’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제일 인상 깊었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대할 때 불안을 느끼는데, 진실은 ‘확실성’을 제공하여 세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그러한 ‘진실’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저널리즘이라고 이해했다. 품을 들여 진실을 추구하고 맥락을 더해 의미를 찾는 과정이 저널리즘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안수찬 교수 1장에서는 ‘모든 시민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저널리즘의 목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저널리즘의 그 역할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첫째, 시장 이익을 위해 공중을 성향과 취향에 따라 쪼개어 이른바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보가 유통되면, 공통의 사실에 근거해 서로 다른 의견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둘째, 디지털의 발전으로 인해, 정부, 정당, 기관, 단체가 직접 언론 채널을 만들어 지지자들에게 자신들만의 정보를 전달하게 됐다. 이는 선전(propaganda)의 기술이 더 고도화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편파 정보에만 노출되면, 공중은 분절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의 기반도 위협받게 된다.

이런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게 오늘날 저널리즘의 역할이다. 다양성과 다원성이 그 자체로 존립할 수 있도록 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게 저널리즘이다. 그게 바로 공론장을 형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자가 앞으로 네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저자들이 정리했다.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진실 확인자’(authenticator), 사안의 맥락을 파악해 전달하는 ‘의미 부여자’(sense maker), 현장과 사람을 직접 취재하는 ‘목격자’(Bear witness), 그리고 권력을 감시하는 전통적 ‘감시견’(watchdog)의 역할이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2장을 다룬다.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이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를 설명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소개한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책을 옮긴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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