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➀ 서문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 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 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옮긴이인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② 1장: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⓸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2021년 출판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개정 4판.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중요한 저널리즘 교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책 표지 갈무리
2021년 출판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개정 4판.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중요한 저널리즘 교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책 표지 갈무리

<저널리즘 기본원칙서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옮긴이 서문’ ‘네 번째 개정판에 부쳐’, 그리고 초판부터 실렸던 ‘서문’이 있다. ‘서문’은 저자인 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저술한 의도를 담고 있어 가장 중요하다. ‘네 번째 개정판에 부쳐’는 2020년대 저널리즘이 마주한 새로운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진단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옮긴이 서문’은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가 영미 언론 상황과 한국을 비교하며 왜 한국의 언론인과 예비 언론인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읽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아래에서는 책의 구성 순서와 반대로 ‘서문’ ‘네 번째 개정판에 부쳐’ ‘옮긴이 서문’ 순서대로 소개한다.

저자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 중 한 명인 빌 코바치. 빌 코바치는 1997년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 위원회’를 창립하고 ‘우수한 저널리즘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빌 코바치는 톰 로젠스틸과 함께 저널리즘 연구와 조사를 집대성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출간했다. 사진 Flickr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 중 한 명인 빌 코바치. 빌 코바치는 1997년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 위원회’를 창립하고 ‘우수한 저널리즘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빌 코바치는 톰 로젠스틸과 함께 저널리즘 연구와 조사를 집대성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출간했다. 사진 Flickr

서문에서 저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 위원회’(CCJ, The Committee of Concerned Journalists)와 ‘우수한 저널리즘 프로젝트’(PEJ, The 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의 결과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CCJ와 PEJ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했다.

이 대목을 보충하자면,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인 위원회’(이하 CCJ)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미디어 소유주, 학자, 시민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다. 1997년 설립했는데, 저자인 빌 코바치가 창립회장이기도 하다.

설립 이후 CCJ는 3000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300명의 기자가 증언하는 공개 포럼을 21차례나 열었다. 이와 별개로 언론인 100여 명과 심층 인터뷰도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CCJ는 ‘우수한 저널리즘 프로젝트’(이하 PEJ)를 시작했는데, 저자인 톰 로젠스틸이 프로젝트 책임을 맡고, 빌 코바치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연구와 조사의 정수를 집약하여 대중에게 알린 것이 바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다.

두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혼란에도 (저널리즘의) 중요한 가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저널리즘은 이전 세대의 성취를 바탕으로 늘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을 창조해 왔다는 점도 저자들은 환기했다.

네 번째 개정판에 부쳐

처음 책을 만들 때 저자들은 사회가 자유언론에 요구하는 근원적인 원칙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저널리즘은 우리가 미디어라고 부르는 다양한 행위들과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저자들은 적었다. 개정판과 3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지난 19세기와 20세기에 통용되던 저널리즘의 원칙은 어느 정도나 21세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과연 지금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긴 한가?”라는 질문을 돌아봤다.

2021년에 발행한 개정 4판을 준비하며 저자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했다. “우리가 아직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광장이 존재할 수 있는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기본적인 사실들에 대한 동의를 바탕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가? 지금도 열린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저널리즘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만난 저자들은 일단 오늘의 “저널리즘이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저널리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공중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기자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와 수용자가 저널리즘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다고 저자들은 경고했다.

옮긴이 서문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개정 4판에서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최근 저널리즘의 환경과 관련한 3개의 특성 또는 추세를 강조한다고 소개했다. 첫째,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트럼프, 필리핀의 두테르테,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등 독재적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현실이다. 이들은 독단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사와 기자를 협박하거나 가짜뉴스 생산자로 몰아붙인다.

둘째,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이 저널리즘에 끼치는 부정적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저자들은 강조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 생태계의 정보유통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개인의 특성과 집단의 성격에 맞춰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집단으로 쪼개왔다. 이로 인해 공동체가 분리되고, 공중 간의 대화가 단절됐으며, 결국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셋째, 양극화, 극단화, 또는 부족화의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인종과 성별, 진보와 보수, 부자와 가난한 사람, 늙은이와 젊은이 등으로 사회가 쪼개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도 공중의 형성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저자들이 새롭게 강조했다고 옮긴이는 해설했다.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박동주 옮긴이 서문에서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가 한국 언론에 만연한 익명 보도를 비판한다. 이는 독자는 물론 기자가 저널리즘 원칙을 내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전 교수는 지적했다. <단비뉴스>에서 보도하는 우리도 막연히 ‘실명 보도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독자가 실명 보도를 더 신뢰할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여러 서문을 읽으면서, 저널리스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이 직업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정호원 옮긴이 서문에서 말했듯 저널리즘 환경에서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전 세계에서 정치인과 독재자가 부추기는 의식의 극단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출신 언론인 마리아 레사도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리아 레사는 전 세계에 독재 정치가 퍼져나가는 것이 언론에게 얼마나 큰 위협인지 강조했었다. 이 책에서도 독재자의 위협이 언론에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말한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등 민주주의 위기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 더욱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선재 옮긴이 서문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에서 지난 5~6년간 새로 채용한 기자가 300~400명이라고 한다. 한국 언론이 기자 채용에 소극적인 것과 대비되면서, 영미 언론의 환경에 부러움을 느꼈다. 한국 언론 산업이 쪼그라드는 이유에는 시장의 변화나 압력도 있겠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사, 그리고 그런 부적응의 배경이 되는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2023년 7월 11일 세명대학교 문화관 단비서재에서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저책이책)’ 참여 학생들과 함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안수찬 교수. 사진 이선재
2023년 7월 11일 세명대학교 문화관 단비서재에서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저책이책)’ 참여 학생들과 함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안수찬 교수. 사진 이선재

안수찬 교수 초판 서문에서 저자는 ‘저널리즘’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겐 반드시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 정보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이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집단도 다양하다. 선전, 광고, 홍보도 정보다. 그렇다면, 수많은 정보의 유형 가운데 저널리즘은 무엇이 특별한가. 저자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라고 설명한다. 그 일을 하는 게 저널리스트다.

그렇다면, 그런 저널리스트가 다른 정보 유형과 구분되는 저널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제시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서문에서는 그 10대 원칙을 명제 형태로 제시하고, 이후 각 장마다 10대 원칙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에 대해선 앞으로 같이 공부해 보자.

이러한 기본 틀은 개정판에서도 변함이 없다. 다만, 개정 4판 서문에서 눈여겨볼 내용이 있다. ‘저널리즘의 근본 가치와 원칙을 끊임없이 되새기되, 낡은 관행을 깨야 한다’고 저자들이 강조한다. 관행은 무엇인가. 기자가 아침마다 기사 아이템을 데스크에게 보고하는 것은 관행이다. 이 관행은 개인, 뉴스룸, 상황, 국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은 다르다.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고, 여러 상황과 조건에서도 일관하는 게 원칙이다. 물론 그것이 절대 법칙은 아니므로 이를 되짚고 곱씹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낡은 관행을 발견하여 청산하고 새로운 실천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그 절박함도 개정 4판에서 두드러진다. ‘19세기와 20세기에 통용되던 저널리즘의 원칙은 21세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기술 변화’에 관련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기본적 사실에 대한 동의를 바탕으로 대화하여 양해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세상인지 묻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에 관한 근본적 질문이다. 그런 민주주의를 위해 저널리즘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저널리스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본문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1장은 저널리즘이 다른 정보 유형과 무엇이 다른지 더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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