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➀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⓸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저널리즘 기본원칙> 2장은 기자가 꼭 지켜야만 하는 여러 원칙 중 가장 우선이 되는 ‘진실’에 관해 다룬다. 저자들은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에 대한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기자가 지켜야 하는 진실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이것은 왜 중요할까.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 추구’에 있다. 출처 픽사베이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 추구’에 있다. 출처 픽사베이

저널리즘은 사회적 맥락 속에 존재한다

<뉴욕타임스>의 빌켈러 편집인은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자의 최종 임무”라고 말했다. 이것은 기자가 단순히 이름과 날짜를 바르게 쓰는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저자는 “단순하게 정확성에만 기초하는 저널리즘은 현대의 시민사회에 제대로 봉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진실은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현상이다. 그런 진실을 기자가 확보하기는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진실이 누적, 수정, 재구성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저널리즘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이는 속보를 보도할 때 잘 드러난다. 첫 번째 기사는 새로운 사건이나 추세에 대한 신호를 제시한다. 2보에서는 1보의 실수를 수정하거나 부족한 요소를 보완한다. 이후 국면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보와 함께 맥락이 추가된다. 복합적이고 중요한 이슈에 관해서는 기사에 더하여 사설이 따르고, 뉴스룸 외부자들의 기고가 의견 지면에 실리며, 이를 토론하는 시민들이 소셜미디어 등에 다양한 관점을 주고받는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널리즘은 진실에 점진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여기서 진실은 실체이자 과정이고 지향이다. 결국 다른 사람보다 진실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좀 더 완전하고 종합적으로 기술하며, 좀 더 객관적으로 실체를 전하며, 더 정직하게 기록하는 자가 저널리스트다.

진실에 도전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규범들

물론 최근 들어 ‘과연 진실은 뉴스가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물음을 갖는 이들이 생겨났다. 어떤 이들은 진실성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공정성’과 ‘균형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매우 가치 있는 규범이지만, 이것이 진실성을 대체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공정성은 추상적이고 균형성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언론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른바 ‘주장 저널리즘’(Journalism of Assertion)도 등장했다. 그 물결에 휩쓸려 더 완전한 형태의 보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저널리즘이 진화하지 못했다. 수용자가 분화하고, 많은 뉴스 매체들이 수용자를 끌어들이려고 경쟁하면서, 주장 저널리즘이 더 악화한 형태인 ‘긍정 저널리즘’(Journalism of Affirmation)도 등장했다. 수용자의 선입관이나 가치관을 더 강화하는 내용으로 기사를 보도하는 흐름이 더 강해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집합 저널리즘’(Journalism of Aggregation)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는 물론 수많은 언론까지 스스로 정보를 취재하여 보도하지 않고, 이미 알려진 사실을 수집하여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은 콘텐츠를 전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어느 이슈에 대한 수많은 텍스트를 큰 노력 없이 둘러볼 수 있게 됐지만, 정확하고 종합적인 사실을 수집하고 검증하는 기자들의 능력은 오히려 퇴화했다. 결과적으로 사실 확인의 부담은 뉴스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로운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마운트홀리오크대학 역사학과 피터 비어렉 명예교수는 요즘같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데 주력하는 집단의 가치는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나심 탈레브의 책 <검은백조(black swan)>는 “우리가 마주하는 정보의 과잉 상황은 우리가 진실을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신들이 이미 가진 선입견이나 편견에 더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MIT 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허위조작정보는 진짜 뉴스보다 여섯 배 빠르게 확산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왜 21세기의 새로운 정파적 저널리즘, 또는 ‘긍정 저널리즘’이 일부 수용자들에게 더 매력적인지를 설명한다. 그런 환경에 놓인 뉴스 이용자들에게는 ‘의미를 미리 규정하는 뉴스’가 아니라,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려 주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맥락과 사실 확인에 집중하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우리는 취재원, 근거, 그리고 뉴스에 관련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뉴스를 찾아야 한다. 또한 소문을 걸러내고 근거를 보여줌으로써 과장과 의미 비틀기 등을 추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뉴스를 찾아야 한다.

“저널리즘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하는데, 이때 ‘새로운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새롭게 강화한 뉴스를 말한다. 네트워크 시대의 기자는 자신이 제시하는 기사가 수용자가 접하는 유일한 상품이라고 더 이상 단정할 수 없고, 자신의 기사가 가장 뛰어나고 남다른 뉴스라고 쉽게 주장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깊이 있는 취재와 더욱 투명한 절차를 통해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허위조작정보, 정파적 뉴스, 긍정 저널리즘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소비한 수용자를 위해 기록을 바로잡아야 하고, 다른 기사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도 제공해 줘야 한다. 그것이 저자들이 제시하는 ‘최고의 저널리즘’이다.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이은별 단순한 정확성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주 사소한 부분의 진실만을 말한다고 해서 좋은 보도가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다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됐다. 최근 기사 중 일부는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사실을 왜곡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보도 사례들을 보면서 사실을 제공했어도 맥락에 맞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호원 2장은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가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에서 거짓이 전파되어 온 여러 사례가 등장하는데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는 거짓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틀림없는 거짓으로 판명되는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하는 것을 두고 "바닥없는 피노키오"라고 짚었다. 바닥없는 피노키오는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를 만나 더 강력해지는데, 이에 대응해 기자는 '정확한 사실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되새기게 됐다.

박동주 저널리즘이 신뢰를 얻는 작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장이었다. 기사 내용이 진실인지를 따지려면 사람들이 이 기사에 동의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 기사를 믿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어서 독자들은 ‘내가 왜 이 기사를 믿어야 하는가?’를 궁금해할 것이고,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것이 진실성이라고 생각한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안수찬 교수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진실’의 기반에는 경험주의, 실증주의, 실용주의 등 일련의 과학 철학의 발전사가 깔려있다. 현대 과학의 바탕에는 ‘실체의 전모를 모두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잠정적인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다’는 정신이 있다. 그 행동을 통해 사실을 검증하고 수정하면서 진실을 누적해가는 것이 과학의 정신이다. 대신 ‘지금 알고 있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앞으로 발견될 추가적인 사실에 의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까지 포함하는 게 과학적 진실이다. 저널리즘은 바로 그 과학의 자세로 나, 우리, 이웃, 공동체, 세계의 진실을 파고든다.

그래서 진실에 접근하는 또 다른 과학적 방법은 거짓, 허위, 오류를 걸러내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비슷하다. 저널리즘은 거짓을 추려내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거짓과 허위는 판별해서 걷어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남겨진 것을 보도할 때도,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을 완전하고 총체적인 진실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것도 중요하다.

옛날에는 기자가 쓰면 다 진실로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저널리즘이 필요한 때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독자들이 이미 잘못된 정보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전제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를 염두에 두면서, 독자가 ‘이미 접했을 잘못된 정보’보다 자기 기사가 더 신뢰할만하고 타당하다는 것을 기자들은 입증해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취재, 보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깊이 있게 취재하고 더 투명하게 보도해야 한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3장을 다룬다.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그 독립성에 관해 설명한다. 특히 기자와 시민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기자들이 가장 충성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다룬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책을 옮긴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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