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⑦ 6장: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하라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➀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② 1장: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④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⑤ 4장: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⑥ 5장: 기자의 독립성

1964년 미국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수상 분야에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 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탐사보도 분야의 신설은 저널리즘에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는 변화를 불러왔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72년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기자가 워터게이트 사건(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꾸미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된 사건)을 보도하면서 탐사보도는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6장은 ‘탐사보도’와 언론의 ‘감시견 역할’에 관해 다룬다. “기자들은 반드시 권력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자로 봉사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여섯 번째 원칙을 제시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왼쪽), 칼 번스타인 기자.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왼쪽), 칼 번스타인 기자.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탐사보도를 통한 감시견 역할

언론의 감시견 역할은 언론이 대다수 국민을 위해, 사회의 아주 강력한 소수 집단의 독재를 막으려고 권력자를 감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저널리즘의 감시견 역할이 “단순히 정부에 대한 감시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역할은 정부, 비정부, 기업 등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권력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권력의 책임을 묻는 목적은 권력의 관리와 행사를 투명하게 하고, 시민들에게 그 권력의 효과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쇠퇴했지만, 여전히 시민은 언론의 감시견 기능을 호의적으로 바라본다. 어떤 콘텐츠가 수용자의 관심을 유도해 내는가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미국언론연구소는 깊이 있는 탐사보도가 독자들의 충성심을 강화하고, 그들을 구독자로 만드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밝혔다.

다만, 재정적 이유로 탐사보도는 드물게 시도된다. 195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탐사보도의 현황을 연구한 캐서린 핑크와 마이클 셔드슨 교수의 연구를 보면, <밀워키 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1면 기사들 가운데 탐사보도의 비중은 3%를 넘긴 적이 없었다. 지역 텔레비전의 경우 1% 정도였으며, 정부에 대한 감시로 주제를 좁히면 그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다양한 사람이 탐조등을 잡아야 하는 이유

탐사보도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비추는 탐조등과 같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누가 탐사의 탐조등을 잡고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어느 방향으로 취재하고, 기사 구조를 어떻게 잡고, 기사가 누구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지휘권을 행사하는 편집책임자의 영향력이 크다.

미국의 비영리 뉴스 매체 <MLK50>을 설립한 웬디 토머스는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어디에 사람을 투입할지 결정하는 사람은 대부분 백인 남자다. 그렇기 때문에 흑인 여성의 어려움 같은 문제를 가장 시급한 보도 대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극히 작다”고 말했다.

흑인 여성 탐사기자인 아이다 웰스를 기념해 만들어진 ‘아이다 웰스 탐사보도협회’는 탐사보도 영역의 다원성을 확장하는 일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유색인종 출신 기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이 계속 언론계에 머물도록 돕는다. 진정한 탐사보도를 위해 다원적 배경과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공적 탐사보도를 위해 필요한 것

탐사보도는 어떤 주제를 단순히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탐사보도는 무엇이 잘못인지 분명히 드러내는데, 이는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려고 기소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따라서 유죄 입증을 위해 증거를 확보하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탐사보도 기자는 충분하고 정확한 근거를 확보하여 보도해야 한다.

그렇기에 탐사보도에서 “무언가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고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큰 문제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자칫하면 탐사 저널리즘이 ‘옹호 저널리즘’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옹호 저널리즘은 사회적 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취재 보도 행위를 말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밥 우드워드 기자는 감시견의 원칙을 책임감 있게 지키려면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저자들은 풍부한 경험, 적합한 품성 등 기자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취재원에 대한 접근권, 시간과 인력의 투입, 다른 이익 주체들로부터 독립 등 환경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런 점에서 비영리 언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인 <프로퍼블리카>, <인사이드 클라이미트 뉴스> 등에선 심층탐사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을 둘러싼 공동체의 역할이 있다. 언론은 수용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해 탐사보도의 쟁점을 찾아야 하고, 사회 공동체는 기자가 정직하게 탐사보도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강민정 기자 책에서 저자들은 이미 잘 알려진 문제나 상식화된 얘기를 폭로하는 일이 탐사보도를 왜소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지적이 조금 막연하게 느껴진다. 왜소하지 않은 탐사보도를 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취재해야 할지 더 고민하게 됐다.

정호원 PD 탐사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을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원래적 의미의 탐사보도라고 저자들이 적었다. 공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발굴하여 자료를 통해 입증하고, 기사 형태로 잘 풀어내는 보도가 진정한 탐사보도라는 생각이 든다.

조승연 기자 사실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단순히 사실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실을 둘러싼 맥락이나 구조를 함께 보여주는 게 탐사보도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저자들은 이러한 방식을 해석적 탐사보도라고 이야기한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안수찬 교수 한국에선 investigative report를 흔히 ‘탐사보도’로 번역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 단어는 ‘수사보도’로 번역하는 게 더 좋다. 말 그대로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하는 것처럼, 기자가 증거를 수집해 누군가를 고발하는 것이 수사보도다. 따라서 수사보도를 하려면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자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야 하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개인이건 집단이건 누군가를 고발해야 한다. 증거 수집과 고발, 두 가지를 충족해야 수사보도다.

수사보도와 다소 구분되는 것으로 ‘심층보도’(in-depth report)가 있다. 한국에선 이 분야도 흔히 탐사보도로 이해하는데, 엄밀히 보면 조금 다르다. 심층보도에선 고발의 대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어떤 이슈와 배경과 맥락을 더 깊이 파고들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심층 보도가 가능하다.

이 책에서 주의하여 읽을 대목이 있다.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해석적 탐사보도’는 기자가 어떤 관점이나 입장을 갖고 고발하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그것은 ‘옹호 저널리즘’에 불과하다고 저자들이 적었다. 여기서 ‘해석’이란 수집한 증거의 연관 고리를 기자가 분석·해석하여, 고발 근거의 타당성을 잘 갖추는 과정을 의미한다. 해석적 탐사보도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증거의 연결을 통해 ‘유죄를 입증하는 것’에 있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탐사보도, 또는 수사보도는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흘리는 정보를 받아 쓰는 보도가 아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최초 정보를 얻었더라도, 이를 기자가 스스로 검증하거나 입증하는 게 진정한 탐사보도다. 그러나 한국에선 수사기관의 정보를 단독으로 입수했다면서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탐사보도가 아니다. 영미 기자들은 그런 보도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고발에도 수준이 있다. 기자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 누군가 고발할 때는 증거의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한다.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수사보도가 아니다. 수사보도를 통한 권력 감시는 저널리즘이 가지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강력한 역할이다. 일상적 이슈에 대한 보도도 필요하지만, 언론은 권력 고발의 역할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수사보도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런 수사보도를 잘하려면, 기자는 의견이나 판단을 유보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간단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의견과 판단을 유보하기는 어렵고도 중요한 능력이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7장 ‘공공포럼으로서의 저널리즘’을 다룬다. 7장에는 최초의 저널리즘 형태부터 오늘날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공공 포럼의 역사와 공공 포럼의 재탄생에 관한 저자들의 제언이 담겼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 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옮긴이인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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