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⑥ 5장: 기자의 독립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①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② 1장: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④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⑤ 4장: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

저마다의 사실과 의견이 범람하는 시대다. 기술은 온라인에서 글과 영상의 무제한적인 유통을 가능케 했다. 정당, 기업, 시민단체 등 사회 조직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온라인에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한다. 그중 일부는 자신과 관련된 일을 기사의 외양을 갖춰 배포하기도 한다. 사실과 의견을 보도하는 행위는 더 이상 언론만의 배타적인 역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일부 언론 매체들은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기존 관념을 강화하고 상업적인 이득을 취하는 길로 나아가며, 스스로 저널리즘의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언론이 자신의 보도 행위와 다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구분 짓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의 저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책 5장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서 저널리즘의 네 번째 원칙 ‘독립성’을 제시한다. 기자가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저널리즘을 ‘유사 저널리즘’으로부터 구별 짓는 핵심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기자가 독립해야 하는 대상에는 정파성과 상업성과 같은 외적 대상들은 물론, 계급·인종·성별·종교 등 내적 정체성까지 포함된다.

독립성의 원칙

저자들은 ‘의견 저널리즘’과 일반적인 ‘의견’을 구분하면서 5장을 시작한다. 왜 어떤 의견은 저널리즘이 되고, 어떤 의견은 그렇지 못할까. 그 간극은 어디에서 나타날까.

저자들은 <뉴욕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32년을 지낸 윌리엄 새파이어를 소개한다. 그는 원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다. 뉴욕타임스는 펜타곤 페이퍼 보도로 닉슨 대통령과 극렬히 대립하던 시기에 새파이어를 영입했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정파성을 문제 삼아 그의 합류를 반대했다. 하지만 새파이어는 정치인에서 언론인으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의 균형 잡힌 칼럼들은 뛰어난 저널리즘 작업으로 인정을 받았고, 결국 최고의 칼럼니스트에게 부여되는 퓰리처상의 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경력 말미에는 수백만 독자의 존경을 받으며 퇴직했다.

저널리즘의 네 번째 의무는 ‘독립성’이다. 출처 픽사베이
저널리즘의 네 번째 의무는 ‘독립성’이다. 출처 픽사베이

정치인이었던 새파이어는 어떻게 언론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저자들의 질문에 새파이어는 “독립성이 핵심”이라 말했다. 원래 새파이어는 뼛속까지 지극한 보수주의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언론인이 된 후 그는 자신의 정치 이념과 정당, 과거 동료로부터 의도적으로 멀어졌다. 대신 그 공간을 시민과 공동체를 향한 충성심으로 채웠다. 이 충성심은 자연스럽게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새파이어는 칼럼을 쓰면서도 다른 기자와 마찬가지로 정확성과 사실의 가치에 헌신했다. 독자에게 특정 입장을 강요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시민이 자신과 관련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의제를 제시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새파이어는 언론인이 된 후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했다. 정파성과 상업성 등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된 중간 지대에 섰다. 여기서 중간 지대는 서로 다른 생각을 동등하게 담는다는 중립성과는 별 상관이 없다. 새파이어는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갖는 동시에 독립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테러리스트는 기꺼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러한 판단에 이르기 전, 기자는 시민과 공동체를 향한 충성심을 견지하고, 취재와 관련된 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자의 정체성보다 중요한 원칙

독립성의 문제는 정파성과 의견 저널리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들은 미국 언론이 과거보다 더 남성 위주의 엘리트주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빈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존재가 언론에서 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언론의 계급적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해, 뉴스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채용할 것을 제언한다. 인종, 민족, 성별 등 정체성이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저널리즘은 동질적 집단의 저널리즘보다 더 넓은 세상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기자를 종교나 피부색만으로 결정한다면, 그 또한 또 다른 고정 관념을 드러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기자는 자신의 인종, 민족, 종교, 계급 그리고 이념적 배경으로부터 독립하여, 저널리즘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정신과 마음을 지켜야 한다. 예컨대 불교 신자의 정체성을 기자의 정체성보다 우선하면 안 된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진다면 기자 개개인의 정체성은 저널리즘을 결코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고, 취재하는 사안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5장의 내용을 정리하면, 기자는 취재 대상은 물론 자신의 편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일이다. 저자들은 저널리즘에서 요구하는 독립의 정신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익혀야 하는 전문 능력이라 말한다. 그들이 저널리즘은 “열린 마음의 취재 기법을 익혀 예술의 경지까지 이르도록 단련이 필요한 일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까닭이다.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문준영 PD 언론사는 경제 활동을 해서 직원한테 월급을 줘야 하는 기업이다. 언론사가 상업성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한국은 언론 산업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이라, 언론사가 기업의 광고와 후원으로부터 독립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언론사가 외부로부터 현실적으로 어떻게 독립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민정 기자 아무래도 언론사가 상업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소한 편집국의 독립이라도 보장을 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 낼 수 있는 환경을 편집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승연 기자 원칙적으로 언론은 광고주가 아닌 독자들의 신뢰 때문에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광고주가 언론사에 광고를 주는 것도 언론사를 신뢰하며 읽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사가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독립성은 신뢰의 필요조건과 같다. 독립성이 단기적으로는 이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언론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보면 현실적인 지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안수찬 교수 칼럼니스트도 기자와 마찬가지로 저널리스트다. 그렇다면, 칼럼니스트의 글에 담긴 의견과 정치인, 학자, 운동가의 글에 담긴 주장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칼럼니스트는 정치 선동가들처럼 특정한 결과물을 얻어내려는 게 아니라, 공중이 고민할 주제를 제시하는 것에 주력한다. 칼럼니스트는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제를 제시하고 분석하는 사람이다. 다만, 영미권에서도 기자와 칼럼니스트 사이에 벽이 있다. 기자가 논설위원실로 옮겨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 다시 편집국으로 돌아와 기사를 쓸 기회가 없다. 기자가 기사와 칼럼을 동시에 쓰거나, 논설위원실과 편집국을 수시로 옮겨 다니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좋은 기사를 시작하는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이면 안 된다. 예컨대 기자 본인이 성적 소수자라고 해서, 성적 소수자 집단 내부의 인권 유린 문제를 보도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기자가 특정 정당의 지지자라고 해서, 그 정당 내부에서 벌어진 불합리한 일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6장을 다룬다. 권력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자로서 기자의 역할을 설명한다. 탐사보도로 대표되는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어떻게 약화하여 왔는지, 그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기자들이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책을 옮긴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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