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꿀벌] ① 네오닉계 농약 잔류 실태 최초 분석

2021년 겨울, 국내에서 꿀벌 집단 실종 현상이 처음 발생했다. 2022년 농촌진흥청은 이상기온, 꿀벌응애, 말벌 등을 그 원인으로 특정했다. 해외에서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농약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단비뉴스>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의 위해성에 주목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면밀한 분석 끝에 해당 농약을 꿀벌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그 사용을 적극 제한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특별한 규제 없이 논밭과 산림 등지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사는 총 세 편으로 구성됐다. 1편에서는 4대강과 지하수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잔류 실태를 모니터링한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를 <단비뉴스>가 단독으로 입수·분석하여 보도한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4대강 거의 모든 유역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됐고, 심지어 지하수에도 잔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편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의 해외 규제 현황을 살펴보고, 이와 대비되는 국내 사용·판매 실태를 보도한다. 3편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의 만성적인 위해성을 조명하고, 국내 농약 승인 절차 중 하나인 ‘꿀벌 위해성 평가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 제4회 기획취재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한국일보> 지면과 누리집에도 게재됐다. (편집자주)

<기사 차례>

① '꿀벌 킬러' 농약, 4대강과 지하수에서 검출

② 유럽은 금지한 네오닉, 한국은 마구잡이 사용

③ ‘꿀벌 킬러’ 농약을 가려내지 못하는 한국

 

지난 5월 4일 충북 청주시의 한 양봉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꿀벌. 조승연 기자
지난 5월 4일 충북 청주시의 한 양봉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꿀벌. 조승연 기자

국내 4대강과 지하수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이하 ‘네오닉’) 계열 농약 성분이 높은 빈도와 농도로 검출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네오닉 농약은 꿀벌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탓에 유럽연합 소속 국가에서 실외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다.

<단비뉴스>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의 2021년, 2022년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국내 4대강에서 네오닉 농약의 주성분인 이미다클로프리드(IMI)와 티아클로프리드(THD) 등 2종이 검출됐다. 또한, 지하수에서는 IMI를 비롯해 클로티아니딘(CLO), 티아메톡삼(THM), 디노테퓨란(DTN) 등 4종의 네오닉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네오닉 농약 성분이 국내 4대강과 지하수에서 검출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대부터 널리 사용된 네오닉 농약은 유럽에서 '꿀벌 킬러'로 알려져 있다. 2018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네오닉 농약 주성분인 이미다클로프리드(IMI), 클로티아니딘(CLO),티아클로프리드(THD)가 꿀벌에 매우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같은 해 유럽연합은 이 성분이 포함된 네오닉 농약의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네오닉 농약이 여전히 자유롭게 유통·판매되고 있다. 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행한 <농약 연보>를 보면, 2021년 국내 네오닉 농약의 판매 대금은 1426억 원으로 전체 살충제 판매 대금의 22.7%를 차지했다.

충청북도 제천시의 한 농자재백화점에 다양한 농약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승연 기자
충청북도 제천시의 한 농자재백화점에 다양한 농약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승연 기자

네오닉 농약, 4대강 전역에서 검출

그런데, 아무 규제를 받지 않고 국내에서 사용되어 온 네오닉 농약의 주성분이 전국 곳곳의 강과 지하수에 잔류해 있다는 사실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보고서 <미관리 수질오염물질 탐색체계 구축>(2023년 발행)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단비뉴스>가 확보한 이 보고서를 보면, 국내 4대강 거의 모든 유역에서 이미다클로프리드(IMI)가 검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2022년 6월과 8월, 2023년 1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4대강 유역 130곳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진이 시료에서 확인한 73종의 오염 물질 가운데는 네오닉계 농약의 주성분인 이미다클로프리드(IMI)와 티아클로프리드(THD)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세 차례에 걸쳐 130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이미다클로프리드(IMI)는 각각 120, 122, 102곳에서 검출됐다. 그만큼 잔류 지역이 넓은 것이다. 검출 빈도를 기준으로 보면, 이미다클로프리드(IMI)는 살균제 테부코나졸(127, 128, 126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역에서 검출됐다. 또 다른 네오닉 농약 성분인 티아클로프리드(THD)는 각각 72, 67, 37곳에서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년 국내 4대강 총 130지점에서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미다클로프리드(IMI)가 검출된 지점의 빈도와 비중을 정리했다. 그래픽 조승연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년 국내 4대강 총 130지점에서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미다클로프리드(IMI)가 검출된 지점의 빈도와 비중을 정리했다. 그래픽 조승연

이미다클로프리드(IMI)는 농도 면에서도 수생 생물에 유해한 수준이었다. <단비뉴스>가 4대강에서 검출된 네오닉 농약의 평균 농도를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치와 대조한 결과, 4대강의 많은 지역에서 발견된 IMI의 농도가 EPA의 ‘수중 무척추동물 대상 만성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를 보면, 130개 측정 지점 가운데 이미다클로프리드(IMI)의 농도가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치인 1리터당 10ng(나노그램)을 초과한 지점은 1~3차 조사에서 각각 104, 91, 41곳으로 나타났다. EPA는 ‘생물이 만성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도의 농약에 몇 주에서 몇 년까지 노출되면 생식능력과 이동성 등 중요한 기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4대강 1~3차 모니터링에서 이미다클로프리드(IMI)가 검출된 지점. 그래픽 조승연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1~3차 모니터링에서 이미다클로프리드(IMI)가 검출된 지점. 그래픽 조승연

이미다클로프리드(IMI)의 농도는 1, 2차 모니터링에서 특히 높아, 각각 47.9ng/L, 23.8ng/L의 평균 농도를 나타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보다 2~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다만, 3차 조사에서 IMI가 검출된 41곳에서 측정한 평균 농도는 8.5ng/L였다.

이에 대해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이미다클로프리드(IMI)가 국내 4대강에서 이렇게 높은 빈도와 농도로 검출됐다면 수생 생물뿐만 아니라 꿀벌 등 육상 생물에 대한 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하수까지 흘러든 네오닉 농약

네오닉 농약의 주성분은 지하수에서도 높은 빈도로 검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행한 또 다른 보고서인 <지하수 미규제 오염물질 통합수질조사>(2021년)를 보면, 지하수에서는 이미다클로프리드(IMI), 클로티아니딘(CLO), 티아메톡삼(THM), 디노테퓨란(DTN) 등 4종의 네오닉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2021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200곳에서 지하수 잔류 유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미다클로프리드(IMI) 등 네오닉 농약의 주성분이 검출된 지점의 빈도와 비중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래픽 조승연
2021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200곳에서 지하수 잔류 유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미다클로프리드(IMI) 등 네오닉 농약의 주성분이 검출된 지점의 빈도와 비중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래픽 조승연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2021년 전국 지하수 관측 지점으로 200곳을 선정해 농약 물질 73종을 모니터링했다. 모니터링 대상으로 설정한 농약 물질 가운데 네오닉 성분은 모두 4종류였는데, 이들 모두 두 차례 측정 때마다 검출됐다. 6~9월의 1차 측정에서 이미다클로프리드(IMI), 클로티아니딘(CLO), 티아메톡삼(THM), 디노테퓨란(DTN)은 각각 41, 37, 36, 36곳에서 검출됐다. 또한, 9~11월의 2차 측정에서는 각각 32, 32, 32, 27지점에서 검출됐다. 두 번의 모니터링을 종합하면, 전체 73종의 농약 물질 가운데 IMI, DTN, CLO, THM의 검출 빈도가 각각 2, 3, 4, 6번째로 높았다.

특히 검출된 이미다클로프리드(IMI)의 평균 농도는 지하수에서도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만성 기준치를 초과했다. 1·2차 측정 때 검출된 지점에서 IMI의 평균 농도는 각각 24.25ng/L, 23.63ng/L로 나타나, EPA 만성 기준치(수중 무척추동물 대상)인 10ng/L를 초과했다. 1차 측정 때 검출된 지점에서 클로티아니딘(CLO)의 평균 농도는 61.16ng/L였는데, 이 수치 역시 EPA 만성 기준치인 50ng/L를 초과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그동안 한국에서는 네오닉 계열 농약의 꿀벌 위해성을 낮게 평가해 왔는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네오닉 농약의 주성분이 전국의 강과 지하수에 잔류하고 있어 국내 생태계 전체가 네오닉 농약에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실태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년 작성한 지하수 오염물질 측정 보고서도 분석해야 하겠지만, 그 전문을 공개해달라는 <단비뉴스>의 요청을 국립환경과학원은 거절했다.

지난 5월 4일 취재팀이 방문한 충북 청주시에 있는 김 모씨의 양봉장.벌이 가득했어야 할 벌통이 비어있었다. 사진 조승연
지난 5월 4일 방문한 충북 청주시 어느 양봉장의 벌통이 대부분 비어있다. 조승연 기자

폐사한 꿀벌에서 발견된 농약 성분

실제로 국내 꿀벌 사체에서 네오닉 농약 성분은 꾸준히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식물위생연구부가 발표한 <꿀벌 질병 진단 실적> 보고서를 보면, 2021년과 2022년에 죽은 꿀벌을 대상으로 43종의 농약 물질을 검사한 결과, 클로티아니딘(CLO)이 가장 높은 빈도로 검출됐다. CLO는 2022년 121개 시료 중 18개, 2021년 66개 중 12개에서 검출됐다. CLO는 43종의 모니터링 대상 농약 물질 중 2년 내내 가장 많이 검출된 농약이었다. 또 다른 네오닉 농약 성분인 티아메톡삼(THM)도 2022년 121개 시료 가운데 4개, 2021년 66개 시료 가운데 3개에서 검출됐다.

해당 검사의 결과 분석을 담당한 조윤상 농식품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연구원은 “이 진단 결과는 진단 시료 수가 적어 꿀벌이 무슨 농약에 많이 노출되는지 일반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꿀벌이 네오닉 계열의 농약에 꾸준히 노출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편에서는... 유럽·미국의 네오닉 농약 규제

[사라진 꿀벌] 기사는 2회로 이어진다. ‘2회-유럽·미국이 금지한 농약, 한국은 규제 미비해’ 편에서는 네오닉 계열 농약의 꿀벌 유해성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조치를 알아보고, 해외에 비해 농약 사용 규제가 미비한 국내 상황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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