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새로운 뉴스레터] ⓶ 참신한 관점으로 이슈에 접근하는 '어거스트'

전편 : ① 정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정치 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발행한 보고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뉴스전략>을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된 콘텐츠다. 같은 해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 세대는 자신들의 관심 의제를 기성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안 매체를 선호한다.

2019년 8월 만들어진 <어거스트>는 바로 그 세대를 위한 뉴스레터다. 밀레니얼 세대가 만든다. 밀레니얼의 관심사를 담는다. 특히 미디어 분야의 최신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 '어거스트' 스티비 페이지에서는 구독 신청과 함께 이전에 발행했던 레터를 읽어볼 수 있다. '어거스트' 스티비 페이지 갈무리
▲ '어거스트' 스티비 페이지에서는 구독 신청과 함께 이전에 발행했던 레터를 읽어볼 수 있다. '어거스트' 스티비 페이지 갈무리

미디어 산업을 통해 세상을 읽자 

<어거스트>를 만드는 에디터는 모두 8명이다. 초창기에는 2명의 에디터가 주 1회 발행했으나, 창간 2년을 맞은 2021년 8월부터 8명의 에디터가 주 2회 발행을 시작했다. 2023년 4월 현재, 구독자 수는 1만 1천여 명이다. 

창립 멤버인 구현모(32) 에디터를 제외하면 모두 필명을 쓴다. 에디터들이 필명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 모두 미디어 산업에서 일한다. 뉴스레터 제작은 본업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UX・UI 디자이너, 라이브 커머스 담당자 등이 그들의 직업이다. 그래서 오히려 전문적이다. 이슈로 떠오른 미디어 산업의 문제나 콘텐츠, 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에 누구보다 밝다. ‘미디어 전문 뉴스레터’를 자처한 자신감도 에디터들의 전문성과 현장성에서 비롯했다.

구현모 에디터는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엔 <미스핏츠>, <알트>와 같은 뉴미디어 매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대학원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국내 방송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다. 에디터 ‘조이’(필명)는 현재 11번가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어거스트>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썼다. 심리학을 전공한 에디터 ‘찬비’(필명)의 본업은 데이터 애널리스트이다. 

미디어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함께 일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우선, 이들은 주말에 뉴스레터를 작성한다. 평일에는 각자 본업에 충실하고, 주말에 짬을 내어 글을 쓴다. 각자 알아서 소재를 정하고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작성하여, 한 편의 레터를 통째로 책임진다는 점도 특이하다. <어거스트>의 주 2회 발행주기에 맞춰, 8명의 에디터는 매달 한 편씩 뉴스레터를 만든다. 

이 과정의 소통은 수평적이다. 각자의 개성과 전문성을 존중한다. 특정 에디터가 일방적으로 편집하지도 않는다. 매번 발행 때마다 각자의 초고를 공유하고 다른 이의 의견을 듣지만,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전문성을 존중한다.

▲ 서울시 중구 남창동에 있는 비케이제이엔 숍(BKJN shop) 커뮤니티 공간에서 지난 4월 12일부터 3주 동안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그 전시회에 어거스트도 소개됐다. 에디터들의 사진이 전시돼있다. 김태연 기자
▲ 서울시 중구 남창동에 있는 비케이제이엔 숍(BKJN shop) 커뮤니티 공간에서 지난 4월 12일부터 3주 동안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그 전시회에 어거스트도 소개됐다. 에디터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김태연 기자

전문성과 독립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특성은 미디어 전문 콘텐츠를 뉴스레터의 형식에 담아 발행하게 된 과정에도 영향을 줬다. 전문적 내용을 다루려면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는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뉴스레터라고 이들은 생각했다. 각자 본업을 갖고 있어, 제작에 품이 많이 들어가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또한,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현직자의 시선으로 

<어거스트> 뉴스레터의 기본 형식은 거의 고정돼 있다. 도입부에서 오늘의 에디터는 누구이고,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 간략히 소개한다. 이후 서너 개의 꼭지로 나누어 한 편의 글을 전한다. 레터 마지막에 에디터가 선정한 ‘오늘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에디터들 각자가 흥미롭다고 느꼈던 영상 콘텐츠를 독자들과 공유하는 코너이다. 

▲ 어거스트의 뉴스레터 하단에는 ‘오늘의 콘텐츠 추천’ 코너가 있다. 통찰을 제공하는 짧은 강연이나 요즘 듣기 좋은 음악 콘텐츠 등 에디터들이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영상 콘텐츠를 담고 있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 어거스트의 뉴스레터 하단에는 ‘오늘의 콘텐츠 추천’ 코너가 있다. 통찰을 제공하는 짧은 강연이나 요즘 듣기 좋은 음악 콘텐츠 등 에디터들이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영상 콘텐츠를 담고 있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뉴스레터의 주제와 소재는 광범위하다. 플랫폼 비즈니스부터 뉴미디어, 마케팅, 디자인 등을 망라한다. 각 에디터가 접한 미디어 업계의 최신 뉴스가 레터에 반영되기도 한다. 

구현모 에디터는 2021년 8월 29일 발행한 ‘라이브 커머스 뉴비를 위한 안내서’를 현직자의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난 레터로 꼽았다. 마케터로 활동하는 에디터 ‘조이’(필명)가 작성했다. 통념과는 달리, ‘라이브 커머스’(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상품을 소개하는 스트리밍)가 성공하기 어려운 마케팅 수단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 ‘라이브커머스 뉴비를 위한 안내서’는 라이브커머스의 국내 시장 현황을 레터 서두에 제시하고 있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 ‘라이브커머스 뉴비를 위한 안내서’는 라이브커머스의 국내 시장 현황을 레터 서두에 제시하고 있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2022년 1월 13일 발행한 뉴스레터 ‘저주에 대한 다큐, 이렇게 만들어졌어요’는 다큐멘터리 피디가 제작했다. 이 레터에서 에디터 ‘식스틴’(필명)은 자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저주의 역사>를 소개하며, 연출부터 섭외 및 취재, 구성까지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 6년 차 다큐멘터리 피디인 에디터 ‘식스틴’(필명)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줬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 6년 차 다큐멘터리 피디인 에디터 ‘식스틴’(필명)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줬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2022년 1월 20일 발행한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는 가장 열렬한 반응을 받은 사례다. 이 레터는 취업 혹은 이직과 관련한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한 후기를 소개했다. 직종이나 상황에 맞는 여러 플랫폼을 추천하기도 했다. 주요 구독층인 2030 직장인으로부터 유용한 내용이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레터는 48.3%라는 역대 최고의 오픈율을 기록했다.

▲ 구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뉴스레터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에서는 이직할 때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콘텐츠를 소개했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 구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뉴스레터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에서는 이직할 때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 콘텐츠를 소개했다. 어거스트 뉴스레터 갈무리

독창적 관점을 담은 소통  

이들이 벤치마킹 모델로 삼는 것은 미국 미디어 전문매체 <디지데이>(DIGIDAY)다. 미디어 산업의 다양한 이슈에 관해 독창적 관점과 정보를 담은 레터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어거스트> 에디터들의 꿈이다. 이를 위해 에디터들은 <뉴욕타임스>와 같은 외신을 비롯해 각종 유료 구독 콘텐츠까지 조사한다. <어거스트>가 “뻔한 소리 하지 않는 매체”로 독자에게 인식되면 좋겠다고 구현모 에디터는 말했다. 이를 위해 “단순 속보성 콘텐츠 제작은 지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뉴스레터와 별개로 소셜미디어 계정도 활성화하여 구독자와 소통 채널을 확장하려 한다. 독자의 피드백을 받지 못한 채 레터를 제작하면, 독자가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하는지, 어느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조이(필명) 에디터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구축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거스트의 모든 콘텐츠는 현재 무료로 구독할 수 있다. 

전자 우편 발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티비’가 지난 2월 발표한 <2023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스티비를 통해 발송된 전자 우편은 16.2억 건으로 2021년보다 1.6배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4.5억 건을 발송한 미디어가 전체의 28%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렇듯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더불어 성장한 MZ 세대는 전자 우편으로 뉴스를 보는 일에 익숙하다. 국내의 뉴스레터 열풍을 이끈 언론은 <뉴닉>(NEWNEEK)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 청년들의 주도로 2018년 12월 만들어진 뉴닉은 2023년 4월 현재 약 53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뒤이어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뉴스레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문, 방송, 웹 등 중요 채널을 따로 두고 부수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전통 언론과 달리, MZ 세대는 오직 뉴스레터를 중심으로 정보와 해설을 제공하는 ‘뉴스레터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

<단비뉴스>는 뉴스레터 제작에 뛰어든 MZ 세대를 만났다. 지난 3월부터 MZ 세대가 만드는 뉴스레터를 취재했다.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 대면하거나, 온라인이나 전자 우편으로 인터뷰하면서 각 뉴스레터의 특징과 계획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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