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닷페이스(Dotface)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변화를 이끄는 미디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다. 영상, 기사, 뉴스레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주로 MZ세대(대략 20~30대)가 주목하는 사회문제 중 변화가 필요한 지점(dot)을 찾아 대면하는(face)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2018 온라인 저널리즘어워드 비디오 저널리즘 부문 수상, 2019 아태지역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혁신 챌린지 우승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닷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조소담(32) 대표가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에서 ‘뉴미디어 스타트업 저널리스트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저널리즘특강에 나섰다. 

언론사 취업 대신 뉴미디어 창업 선택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닷페이스’ 창업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조소담 대표. ⓒ 현경아

“달라야 하는데, 라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 안 바꾸면 계속 바뀌지 않고 반복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 대표는 1부 강연에서 닷페이스 창업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 재학시절 <SBS>에서 저녁 뉴스 대본을 기록하는 스크립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론사 입사를 꿈꾸었다. 하지만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2014년에 ‘부적응자’라는 뜻을 지닌 독립언론 <미스핏츠>(Misfits)를 기획했고 2015년에는 ‘목격자’(witness)라는 단어를 비튼 미디어 플랫폼 <비트니스>(vvitness)를 만들었다. 미스핏츠는 20대가 이야기하는 20대, 비트니스는 흩어져 있던 목격자들의 시선을 지도에 재구성하는 ‘목격자 저널리즘’을 지향했다.

▲ 조소담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미디어 플랫폼 비트니스. 2015년 11월, 12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2차 민중총궐기를 목격자들의 다양한 시선에서 재구성했다. ⓒ 비트니스

그는 이어 ‘가고 싶은 현장과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는 생각에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직장에 다니거나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들과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콘텐츠를 만들었다. 각자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하고 영상을 찍어오면 카페에 모여 편집하는 방식이었다. 조 대표는 “그때 짜릿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MZ세대의 불만을 정조준한 미디어 

2016년 5월, 한 남성이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이 발생했다. 조 대표와 동료들은 아직 기성언론이 취재하지 않았을 때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 콘텐츠를 기점으로 구독자가 2만~3만 명 가까이 유입됐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대표는 그해 10월 7~8명의 동료와 함께 닷페이스를 창업했다. 미디어 스타트업 투자사 메디아티의 투자와 2015년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이 종잣돈이 됐다. 

조 대표는 기성언론처럼 출입처 중심으로 취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으로 기사를 분류하는 방식으로는 ‘이야기가 필요한 곳’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성폭력, 노동처럼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는데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따라주지 않는 현안을 다루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분류하는 매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 수강생들이 조소담 대표의 강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있다. ⓒ 현경아

조 대표는 동세대가 사회에 느끼는 감정인 ‘무력감’과 ‘비연결감’을 해소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보기 싫은 데다 해결되지도 않는 문제만 다루는 뉴스’에 느끼는 것이 무력감이고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게 되는 것’이 비연결감이다. 닷페이스는 독자들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무력감을 해소하고, 독자들의 제보와 이야기를 공유하도록 해 비연결감을 해소한다. 핵심 독자층은 관심 있는 의제에 직접 기여하고 싶어 하는 MZ세대로 정의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수익과 홍보 함께 잡기 

조 대표는 2부에서 저널리즘 수익모델을 소개했다. 닷페이스의 콘텐츠는 조회수가 500만을 넘어도 광고가 잘 붙지 않는다. 디지털 성폭력, 장애인 탈시설 등 심각한 문제를 담은 콘텐츠를 광고주가 선호하지 않는 탓이라고 한다. 그래서 닷페이스는 광고 대신 구독자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 수익을 얻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후원 혹은 기부 명목의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2018년 10대 성매수 피해 여성을 위한 프로젝트 ‘Here I Am(여기 있어요)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 금액인 500만 원을 훌쩍 넘은 4000만 원대 모금에 성공했다. 낙태죄 폐지 목소리를 담은 세탁소의 여자들 크라우드 펀딩도 목표 금액인 3000만 원을 넘겨 약 4900만 원을 모금했다. 조 대표는 이런 경험을 통해 특정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돈을 지불할 고객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닷페이스는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을 ‘닷페피플이라고 부른다. 현재 약 1600명 정도가 닷페피플로서 정기 후원을 한다. 1만 100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면 멤버십을 유지할 수 있다. 멤버십 모델은 안정적으로 수익이 들어오고, 어떤 이슈를 다루든 지속 가능하게 매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매체가 아니면 시도하기 어렵고 성장세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체적인 홍보 효과가 있고, 독자의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단점이 있다. 조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새로운 독자들과 고관여 독자들을 모으고, 이들이 멤버십에 가입하는 식으로 경험이 연결된다면 함께 성장하는 ‘독자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닷페이스의 탈시설 프로젝트 ‘당신 곁에 내가 살 권리’. 독자들이 후속 보도를 지켜보고 음성 기반 소셜 플랫폼 음(mm)에 모여 다양한 의견을 공유한다. ⓒ 닷페이스

자유롭고 평등하게 소통하는 미디어 조직 

조 대표는 3부에서 닷페이스의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을 소개했다. 닷페이스는 ‘닷’(dot)이라는 유연한 팀으로 꾸려진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닷, 구독자들에게 최적화한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 닷 등이 유기적으로 협업한다. 직급이 없는 대신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리드’(lead)가 될 수 있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소통하다가, 일정한 영역에서 결정 권한을 가지는 방식이다. 

조 대표는 동료들의 강점을 찾아주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도 소개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스스로 부딪히면서 일을 배운다. 서로의 성장을 독려하는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닷페이스에서는 모두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어떤 영역에서 강점이 있는지, 어떤 역량을 기대할 만한지 구체적으로 짚어준다고 조 대표는 설명헀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이정민(28) 씨는 “콘텐츠의 재미와 메시지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 대표는 “주제의 한계로 (재미가 없어서) 주목을 못 받는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마케팅을 잘 하거나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과 관련 “콘텐츠 목표를 먼저 구상해놓고 시작하며, 좋은 부분을 살리고 재미없는 부분을 제외하면서 메시지를 날카롭게 하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윤재영(29) 씨는 최근 닷페이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채용과 관련해 “어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조 대표는 “기후위기, 여성인권, 노동 등 특정 주제에 전문성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며 ”취재를 직접 해보고, 취재한 결과물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에게 내보일 방법을 고민해 본 지원자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신문, 방송, 뉴미디어 등에서 탁월한 활동을 보이는 현직 언론인을 초청해 ‘저널리즘 특강’을 열고 있다. 초청 강사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함께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과 언론의 대응, 언론인의 고민 등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한다. <단비뉴스>는 강연과 문답 내용을 기사와 영상으로 독자들에게 배달한다. (편집자 주)

편집: 현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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