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현장] “지역 지키는 청년들에게 힘 쏟아야” 주장도

충북 단양군이 설립해 운영하는 단양장학회가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축하금을 주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든 대학 입학생에게 입학 축하금을 주기로 한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문근 단양군수가 새로 장학회 이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올해부터 생긴 ‘입학 축하금’이 논란이 된 것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조기 취업하거나 중장비 등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문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 합격자에게 100만 원씩 주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장학회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꼭 대학에 가야만 축하금을 주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모든 대학 진학자에게만 축하금을 주기보다는 다양한 꿈을 좇는 지역의 고교 졸업생 모두에게 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생기는 이유다.

이번에 대학 입학 축하금을 받게 되는 사람은 133명으로, 올해 단양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 187명의 70%를 넘는다.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만 지급하는 입학 축하금이 아니라,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모든 학생을 격려하는 '졸업 축하금'으로 지급한다면 30% 정도의 청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차별을 받지 않아도 된다. 정말 재원이 문제라면 지급 금액을 줄이면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재) 단양장학회에서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축하금 지급을 발표하자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 네이버 카페
▲ (재) 단양장학회에서 대학에 입학한 모든 학생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축하금 지급을 발표하자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 네이버 카페

단양장학회는 지난 1996년 지역의 우수 인재 양성과 명문 학교 육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단양군의 출연과 지역 기업체 등의 기부금으로 장학기금을 확충해 현재는 1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적립한 상태다. 모든 대학 진학자에게만 입학 축하금을 준다는 방침은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확정됐고, 다음 달에 지급할 예정이다.

일반 장학금 지급 기준도 ‘대학 서열화’ 논란

단양장학회는 올해 단양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일반장학생 65명, 경제 곤란 특별장학생 15명에게 1인당 연 300만 원씩 2억 1750만 원을 지급한다.

▲ (재) 단양장학회에서 공고한 장학생 선발 기준 ⓒ 단양군청 홈페이지
▲ (재) 단양장학회에서 공고한 장학생 선발 기준 ⓒ 단양군청 홈페이지

그런데 단양장학회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뜻하는 이른바 ‘인서울’ 대학 등 수도권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인서울 대학에 입학하면 무조건 장학금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장학생 선발 기준에 나오는 것처럼 중앙일보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평가 39위권 내 대학생들에게 우선 지급하는 장학 사업 방식 때문이다.

공공 장학회가 이렇게 대학 서열화에 동참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지역을 이끌 차세대 인재들을 지원해야 하는데, 특정 언론이 내놓는 대학평가 순위를 반영해 장학금을 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는 이런 지원책이 ‘지역을 위한 인재’ 양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단양 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K 씨(53세)는 “모든 학생에게 공정성과 평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규정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다니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어야 한다. 명문대에 진학해 단양을 떠난 학생들이 단양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그들은 타 도시에 정착한다. 정말 필요한 장학금 지급 대상자는 공부를 마치고 지역을 이끌어 갈 청년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수도권 명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지방 대학 학생들보다 더 많은 장학금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온 지는 오래됐다. 단양을 떠나지 않고 인근 제천이나 충주, 경북 영주 등에 있는 지역 대학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매년 단양장학회에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 건설업자 B 씨는 “지역 대학에서 철도, 호텔 등 특수 학과에 진학하는 발전 가능성 있는 지역인재가 학업을 마치고 지역 경제와 사회에서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양군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그는 “단양장학회는 장학생 선발과 지급 정책을 재검토하고 학생들이 대학 서열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차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올해 단양고등학교 대학교 진학 학생 현황 ⓒ 단양고등학교 홈페이지
▲ 올해 단양고등학교 대학교 진학 학생 현황 ⓒ 단양고등학교 홈페이지

그동안 대학 순위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던 방식은 올해도 유지된다. 장학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학 순위는 선발 과정에서 고려되는 몇 가지의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며, “공정하게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 중복 지원’도 논란

타 기관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단양장학회에서 일부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중복 지원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단양군에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가운데는 종업원의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급하는 회사도 여러 곳 있다. 단양장학회는 회사로부터 학자금 지원을 받더라도 장학금을 지급한다.

고3 학생을 둔 단양읍 별곡리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이에 대해 “실제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발굴해 장학금을 주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지원이 편중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양장학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타 장학금 수혜자에게는 장학금이 아닌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경제적으로 지원이 더 절실한 가정의 학생들이 많다는 점은 단양장학회가 점검해볼 대목이다.

단양군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단양장학회는 현재 100억 원의 기본재산을 포함해 총 114억 4550만 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단양장학회는 기본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매년 접수되는 기탁금을 합친 금액을 예산으로 매년 약 5억 원 규모의 장학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개인과 각종 단체에서 장학회에 기탁한 금액은 총 120건으로 1억 9859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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