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선 8기 김영환 충북도지사 공약 확정 내역 분석

지난해 6.1 지방선거로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예산 편성을 마친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약 이행에 나섰다. 충북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추진 중인 공약도 있지만, 시·군과의 갈등이나 실현가능성 등을 두고 검토 중인 사업도 여럿이다. <단비뉴스>는 충북 제천시장과 단양군수에 이어 충북도지사의 공약이 선거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없는지,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될만한 점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공약을 검토한 문건, 충청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 백서, 지자체 회의록 등을 들여다봤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선거 당시에는 150개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 직후 168개의 선거공약을 인수위에 넘겼다. 제36대 충청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충청북도청 정책실·국과의 검토·조정을 통해 지난해 6월 30일, 임기 4년 동안 추진할 100개 공약을 발표했다. 이어 7월부터 9월까지 2차의 전체 회의와 외부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공약사업평가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9월 15일 100대 공약 실천계획안을 심의·의결하고, 약 2주 뒤인 9월 28일 실천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김영환 충북도지사. 출처 충청북도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김영환 충북도지사. 출처 충청북도

청주시는 출산·양육수당 제외... 농업인수당, 감사효도비 등도 축소

하지만 출산수당, 양육수당과 더불어 농업인수당, 효도비 지급 등 현금성 공약이 대거 후퇴하면서 비판이 일었다. 먼저 핵심공약이었던 출산수당, 양육수당의 경우 선거 당시에는 출산 시 1000만 원, 5년간 월 100만 원씩 최대 7000만 원을 도와 시·군비로 지급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출산·육아수당으로 통합하면서 자체 사업을 국비 병행 사업으로 바꾸고, 지원 규모도 5265만 원으로 축소했다. 그마저도 국비연계사업을 제외하면 도와 시·군비 지원액은 1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충북도 출산육아수당. 출처 충청북도
충북도 출산육아수당. 출처 충청북도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청주시는 예산 부담률을 둘러싼 갈등 탓에 사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충청북도 출생아 수는 8190명이고, 그중 청주시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5100명(전체의 약 62%)이었다. 충청북도는 이 수치를 기준으로 각 가정에 출산수당 300만 원씩 246억 원이라는 예산을 산정했다. 이중 충북도는 98억 원을 부담하고 청주시에 91억 원을 부담할 것을 요청했다.

청주시는 과도한 부담금을 이유로 사업 참여 불가 의사를 밝혔고,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5일 진행된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을 보면 풍경섭 청주시 복지국장은 실무진은 물론 국장과 부시장까지 나서 예산 분담 비율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충북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충청북도는 청주시를 제외한 10개 시·군에서만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재현 청주시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시 차원에서 대안을 논의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남성 육아휴직수당 500만 원 지급 공약도 100대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출산·양육수당 외에도 후퇴한 현금성 복지 공약은 더 있다. 기존 65세 이상 노인에 연 30만 원씩 지급하겠다던 ‘감사효도비’도 80세 이상 노인에 연 10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현재 50만 원씩 지급하는 농업인 공익수당 역시 임기 내에 10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60만 원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변경된 현금성 공약 목록. 출산·육아수당은 자체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만 표기했다. 표 김창용
변경된 현금성 공약 목록. 출산·육아수당은 자체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만 표기했다. 표 김창용

20개 환경 공약 중 13개는 안전, 교육 관련... 탄소중립 목표도 모호해

김 지사는 100개의 공약을 ‘경제를 풍요롭게’, ‘문화를 더가깝게’, ‘환경을 가치있게’, ‘복지를 든든하게’, ‘지역을 살맛나게’ 등 총 5개 분야로 나눠 각각 20개씩 분류했다. 그리고 ‘환경을 가치있게’ 분야의 공약 비전으로 ‘탄소중립 목표실현을 통한 충북 발전의 기틀 마련’, ‘안전 인프라 확충을 통한 안심하고, 살고 싶은 충북 실현’,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 생태계 조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공약 비전에서도 알 수 있듯 안전과 교육 분야의 공약이 환경 관련 공약에 대거 포함됐고, 환경과 직접 관련된 공약은 7개에 불과했다. 김 지사의 공약에서 안전, 교육 분야의 공약을 제외하면 ▲미호강 맑은물 사업 추진 ▲2050 탄소중립 실현 기반구축 및 이행 ▲탄소중립 역량 집적화 거점 조성 ▲친환경 자동차 및 관련 인프라 확대 ▲도시 바람길 조성 및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 ▲친환경 자전거길 조성 및 기반 인프라 확충 ▲방사광가속기 주변 생태에너지공원 조성 정도만 남는다.

문제는 그마저도 환경 공약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하다는 점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충북환경련)은 지난해 7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호강 프로젝트는 친수 여가 공간 조성 대신 수질 개선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탄소중립 역량집적화 거점조성 역시 (주 사업내용은) 오송 3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탄소배출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충북환경련 이동우 사무처장은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의) 공약 내용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환경 공약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환경공약과제를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7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도지사의 환경 관련 공약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공약과제를 다시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출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7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도지사의 환경 관련 공약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공약과제를 다시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출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실제로 도지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환경 관련 공약을 보면 대부분의 공약이 오송 3국가산단 기업 유치와 연관되어 있고, ‘탄소 중립 역량 집적화 거점 조성’ 공약 또한 ‘관련 기관 유치 추진’만 있을 뿐, 탄소 중립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게다가 김 지사의 1호 결재 사업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구축’ 사업 또한 상수도 보호구역 내에 수상 택시 등 배 운항을 허용함으로써 식수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자리·지역 사업 공약 후퇴 도드라져…핵심 공약 이행 여부 지켜봐야

삭제된 공약도 적지 않다. 일자리 관련 공약에서의 후퇴가 눈에 띈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일자리 관련 공약 가운데 100대 과제에 포함된 건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참여기회 확대, ▲청년취업대학과 직업재교육아카데미로 직업교육 강화 정도였다. 그 외에도 ▲순수한 질 좋은 일자리 10만 개 확대, ▲취업하고 싶은 좋은 청년 일자리 5만 개 창출, ▲어르신, 장애인 일자리 마련 행복한 삶 구현 등의 공약이 있었지만 모두 삭제되거나 병합됐다.

특정 지역과 관련된 공약 중 삭제된 공약도 여럿 있다. 김 지사는 당초 충북 지역 시·군을 방문하며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왔다. 그 결과로 선거 과정에서 ▲괴산 백두대간 국립생태원 건립, ▲괴산·보은 등 농업인회관 건립, ▲보은 대추 명품화 사업 추진, ▲영동 국립보훈요양원 건립, ▲옥천 구읍 한옥마을 조성 추진, ▲옥천 대청호 규제 완화 및 수변 관광 활성화, ▲옥천 장계 관광단지 확대 추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스포츠 테마타운 조성, ▲진천 스포츠 과학지원 협력센터 건립 등의 공약을 과제로 설정했지만, 모두 100대 과제에서 제외되거나 통합됐다.

김 지사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출산수당과 육아수당 지급, ▲충북창업펀드 1000억 원 조성, ▲카이스트(KAIST) 바이오메디컬타운 조성, ▲농민수당 100만 원 지급, ▲메가시티 중심 광역교통망 확대를 5대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AI, 수학, 과학 영재학교 설립, ▲의료비 후불제, ▲충북 레이크파크 조성, ▲공공와이파이 구축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출산수당·육아수당과 농민수당은 이미 후퇴했다.

충북도는 김영환 지사(왼쪽에서 네 번째)의 핵심 공약인 의료비후불제의 시범사업 협력 의료기관인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지정병원 현판 제막식을 개최했다. 출처 충북도청
충북도는 김영환 지사(왼쪽에서 네 번째)의 핵심 공약인 의료비후불제의 시범사업 협력 의료기관인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지정병원 현판 제막식을 개최했다. 출처 충북도청

다만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의료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에게 의료비를 빌려주는 '의료비 후불제' 공약 실행에 나섰고, 충북창업펀드 조성사업 또한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만큼 김 지사의 핵심 공약 이행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비뉴스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초부터 단비뉴스가 있는 충북 제천을 중심으로 민선 지자체장들의 공약 이행상황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선 지자체장들이 공약을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꾸준하게 점검해서 보도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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