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MBC충북×단비뉴스 “충북 지사 후보 청년 면접 심사”

지방자치단체는 근 10년 동안 청년 정책을 도맡았다. 2015년 서울을 시작으로 2018년 모든 광역지자체가 청년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2019년에는 17개 광역시도와 20개 기초자치단체가 함께 지방정부-청년 공동 실천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자체들은 정부와 국회에 청년기본법 제정과 중앙정부-지방정부-청년의 협치를 촉구했다.

2020년 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정하는” 청년 기본법이 제정됐다. 지자체는 정부와 함께 공식적으로 청년 정책의 주체가 됐다. 2021년부터는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청년 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선언문이 요구했던 ‘청년의 어려움 해결을 위한 정책’이 나올 모든 준비가 된 셈이다.

충북지사후보 청년 면접관들이 MBC충북 청주 방송국에서 “청년면접, 청년이 묻고 후보가 답하다”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 단비뉴스 기자, 이지현 MBC충북 기자, 박동주 단비뉴스 기자다. ⓒ MBC충북
충북지사후보 청년 면접관들이 MBC충북 청주 방송국에서 “청년면접, 청년이 묻고 후보가 답하다”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 단비뉴스 기자, 이지현 MBC충북 기자, 박동주 단비뉴스 기자다. ⓒ MBC충북

그렇다면 청년의 어려움을 제대로 해결하는 정책 공약을 다가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볼 수 있을까? 충청북도지사 선거에는 노영민(64)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영환(67)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했다. <단비뉴스>와 <MBC충북>이 두 후보의 청년 정책 공약과 함께 이들의 청년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짚어봤다.

24일 두 언론사가 동시에 공개한 <청년면접, 청년이 묻고 후보가 답하다>는 충북지사에 출마한 후보가 청년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는 면접 심사 프로그램이다. 2030 세대인 <단비뉴스> 강훈, 박동주 기자, <MBC충북> 이지현 기자가 면접관을 맡았다. 면접관들은 취재 과정에서 파악한 충북 청년의 상황을 고려해 면접 의제를 선정했다. 면접 심사는 후보의 자기소개에 이어 ‘기후위기’ ‘성평등’ ‘일자리’ 등 청년세대에 관한 이해를 확인하는 세 가지 큰 주제의 질문과 ‘공약 검증’ 순으로 진행됐다.

탄소감축부터 건강권, 충북 환경 정책 방향은?

기후위기는 미래세대의 큰 화두다. 충북도 재작년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었다. 충북연구원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발생한 이재민 1500명 중에서 1200명이 충북도민이었을 만큼 피해가 컸다. 기후위기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충북의 지역 경제는 시멘트 제조와 소각장 등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이 견인하고 있다. 현명한 도정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 3선 의원 출신인 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 주중 대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 MBC충북

노 후보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공약을 많이 내놨다. 노 후보는 ‘공약의 상당수가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과 차이가 없다’는 질문에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은 기존의 방법 중 무엇을 채택해 실행하느냐의 문제”라며 전기차 보급 확대, 신재생 에너지 투자 등 기존의 정책을 활용해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기후위기 분야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을 받았다. 김 후보는 “충북도의 현안이라기보다 전 인류의 문제”이고 “충북 차원의 정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미세먼지와 수질 개선 문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등이 충북도의 중요한 환경 문제”라며 온실가스 감축보다 미세먼지 개선에 무게를 뒀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전력 생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충북은 전력 소비량 대비 생산량을 뜻하는 전력 자립도가 8개 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력 생산량이 적은 만큼 충북 청주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LNG 발전소를 증축해 전력을 자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LNG 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탄소 중립과는 거리가 있다. 온실가스 문제에 관한 질문에 노 후보는 “여기에 짓는 LNG 발전소를 문제 삼는다면 그건 지역 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충북에선 “주로 충남에서 석탄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쓰는데, “이곳 LNG 발전소 건립에 반대하기보다 (충남) 석탄발전소에 반대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이다.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 4선 의원 출신인 김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 MBC충북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 4선 의원 출신인 김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 MBC충북

김 후보는 “불행하게도 원자력 발전이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며 “풍력은 실효가 없고 태양광은 기업의 에너지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NG 자체도 굉장히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 후보는 “SMR(소형모듈원전)이라는 소형 원자로가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며 SMR이나 진천, 음성, 충주의 수소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건강권도 문제다. 특히 충북의 주요 사업인 시멘트 산업이 배출하는 분진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됐다. 전국 시멘트 생산량의 43%를 충북에서 생산한다. 시멘트 제조업체가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제천시에서 시멘트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주민 백 명 이상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해 2011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를 인정하기도 했다.

시멘트 산업과 건강권 문제를 질문받은 노 후보는 “SOx(황산화물)이나 NOx(질소산화물) 등이 포함된 미세먼지는 충북 전체 배출량의 70%가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것”이라며 “기준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상시 작동하는, 철저한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방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지역주민이 수용하지 않는다”며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미세먼지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데 진단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당선이 된다면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차별 반대한다는 후보들, 여성정책은 없어

2021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유리천장지수’ 최하위는 한국이었다. 29개국 가운데 1위는 스웨덴이 차지했다. 스웨덴은 1970년대 대대적으로 성평등 정책을 입법했다. 가정주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이 단독으로 자기 소득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가질 수 있도록 개인과세법을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성평등 국가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저력은 여성 정책에서 나왔다.

하지만 충북지사 후보로 나선 두 후보는 여성 청년을 위한 정책을 공약하지 않았다. 반면 출생과 육아 정책이 두드러졌다. 노 후보는 ‘도내 모든 신생아에게 5년간 매월 70만 원’, ‘남성 육아휴직 6개월 시행하는 기업에 월 50만 원 추가 지원’을, 김 후보는 ‘영유아 보육료와 가정 양육수당 지원’, ‘임산부 태교여행’을 공약으로 내놨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가 면접을 보고 있다. ⓒ MBC충북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가 면접을 보고 있다. ⓒ MBC충북

면접관들은 “여성이 출생의 의무만 있는 존재는 아니”라며 여성 청년을 위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문했다. 노 후보는 “여성 청년, 남성 청년 구별하지 않는다”며 “그냥 청년 (정책) 공약 내 동일한 기준에 따라 대우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는 “충북도에 인구 소멸 군이 6개”라며 “출생률 강화가 현안”이라고 답했다. 육아와 돌봄 이외 여성 청년을 위한 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0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한 공약을 들며 “일자리 문제도 여성 청년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과 고용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이 잘 보이는 분야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여성 10명 중 2명만 안전하다고 느낀다. ‘유리천장지수’에선 10년째 최하위다. 충북은 어떨까.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21년 지역성평등보고서’를 보면 충북의 성평등 수준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중하위권이다.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충북 여성의 비율은 15위로 최하위권이다. 여성 관리자 비율(14위)과 남녀 간 임금 격차(13위)도 낮은 편인데, 안전과 경제활동, 의사결정 부문에서 특히 부진했다.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MBC충북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MBC충북

이처럼 충북 성평등 수준이 낮은데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후보들은 열린 답변을 내놨다. 노 후보는 “여성이 본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만약에 그런 것이 이루어진다면 도의 여성 정책관실 내에 전담할 수 있는 팀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여성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은 개선해야 되겠다”며 “보육이나 출생장려 교육 환경 개선이 물론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사회적 진출 강화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농촌 일손의 많은 부분이 여성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해 두 후보는 여가부가 해온 일은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노 후보는 “설령 여가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헌법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부처는 존재해야 한다”며 “딴 데서도 반드시 해야 되는 업무를 부처를 폐지하면서까지 옮기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느냐”며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비판했다. 김 후보는 “여성가족부가 해왔던 여성에 대한 지원이나 긍정적인 역할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해법은 ‘기업’ vs. ‘문화’

일자리 창출은 후보들이 가장 공들여 답변한 분야였다. 후보들의 주요한 일자리 공약은 기업 유치부터 창업 지원까지 이어졌다. 일자리 창출 공약은 선거마다 나왔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민선 7기인 이시종 지사 임기 때도 충북도에서 투자 유치 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지난해 4분기의 경우 69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면접관들은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 위주의 질문을 던졌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가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기업 유치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했던 노 후보는 일자리 질문에 기업 유치에 집중한 답변을 내놨다. 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신사업 위주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부터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헬스, 미래 차, 시스템 반도체의 3대 신사업(Big 3) 중 바이오헬스와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한다.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인력양성센터 등 바이오산업 인프라 조성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추가 설비 증축을 위한 공약을 냈다. 바이오산업은 DNA·단백질·세포 등 생명체 관련 기술을 직접 활용하는 기술 기반 산업이다.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MBC충북

김 후보는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놨다. 농촌에 맞는 창업 프로그램과 창업 사관학교, 연 1억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는 농부가 나오도록 돕는 정책 등을 언급했다. 창업 기금을 조성해 창업을 지원할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또 도민 160만 명 가운데 10만 명의 영상 자서전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며 “수백 명에서 1천 명의 청년이 10만 명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충북 주요 도시인 청주의 성장을 약속했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주에는 스타트업이 많다”며 투자, 보증, 대출 등 금융 인프라를 강화한 제도적 지원과 창업에 실패한 경우에 재기할 수 있는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약이다.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는 “청주시의 성안길 이런 곳에 젊은이들이 많은데 문화, 먹거리라든가 볼거리가 부족하다”며 도심 공동화 현상과 문화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 이제 청년 목소리 듣겠다

면접이 끝난 후 노 후보는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땀이 다 난다”며 “기업을 유치해 청년에게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면접에) 떨어졌을 것 같아 불안하다”며 “젊은 충북을 만들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청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며 다짐했다.

<단비뉴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전하기 위한 기획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충북지사 후보들이 청년을 이해하는 정도를 점검한 <단비뉴스>와 <MBC충북>의 이번 ‘청년면접, 청년이 묻고 후보가 답하다’ 기획은 하단 링크에서 시청할 수 있다.

청년면접 노영민 편

청년면접 김영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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