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동문회 ‘세저리인의 밤’

여러 언론에서 일하는 현직 언론인들이 소속과 연차를 불문하고 한 곳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모두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이하 세저리) 사람들이었다. 세저리 개원 14주년을 기념하는 총동문회 ‘세저리인의 밤’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신라스테이 광화문점 8층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예 개최하지 못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동문회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전환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최고·유일의 실무중심 언론대학원에서 인연을 맺은 동기, 선후배, 교수진이 만나 그동안 묵혀둔 이야기를 나눴다. 재학생도 함께 참가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선배들이 이를 즉석에서 답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저널리즘, ‘같이의 가치’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원장이 동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저리 동문회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원장이 동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저리 동문회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세저리 동문이 한국 언론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5년 동안 공들여 수집한 보석들이 이 자리를 꽉 채운 느낌입니다. 위로받고 힘을 얻는 동문회, 가치 있는 작당을 하는 동문회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중 상당수는 언론계에 있습니다. 정의롭고 실력 있는 세저리 동문이 뭉쳐, 언론 신뢰 회복부터 불평등이나 기후 위기, 차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1cm라도 좋은 방향으로 움직여 주길 바랍니다.”

심석태 교수는 서로에게 좋은 동료가 되어주라고 조언했다.

“저널리즘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옆에 있는 동료가 제대로 생활하고 있는지,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항상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격려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세저리 동문은 항상 같이 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안수찬 교수는 재학 중인 후배를 항상 응원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고의 저널리즘 교육기관이라는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커리큘럼과 <단비뉴스>를 더욱 현대화, 체계화하려고 교수진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 <단비뉴스>를 찾아 좋은 기사를 응원하고 격려해주길 바랍니다.”

이상요 전 교수(KBS 이사)가 동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상요 전 교수(KBS 이사)가 동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종인PD

학교를 떠난 퇴임 교수도 오랜만에 제자들을 만났다. 이상요 전 교수(KBS 이사)는 더 많은 세저리 동문을 언론 현장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얼마 전, 어느 제자가 KBS에 합격했다고 연락해왔어요. 사제지간이 자꾸 선후배 사이로 바뀌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저리 출신인 박진영 KBS 기자(9기)가 ‘GPS와 리어카’ 보도로 한국방송대상을 받았습니다. 세저리 출신들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지난 9월부터 강의하고 있는 신연수 객원교수는 세저리 동문에 합류한 것을 기뻐했다.

“언론사에 있을 때부터 세저리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저도 그 식구가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세저리 동문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서로 굉장히 끈끈하게 지내는 것 같아 정말 감동적이에요.”

요즘 마와리는 어때요?

세저리 4기인 최원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가 재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종인PD
세저리 4기인 최원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가 재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종인PD

재학생들의 질문에 선배들이 허심탄회하게 답변하는 시간도 있었다. 첫 질문은 이른바 ‘사스마와리’로 불리는 ‘순회 취재’에 대한 것이었다. 사스마와리는 주로 수습기자가 교육·훈련의 일환으로 특정 지역의 관공서를 순찰하듯 취재하는 일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다.

‘요즘도 ‘사스마와리’를 도나? 밤을 얼마나 많이 새면서 일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사회를 맡은 최원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동가는 “2012년 YTN에 입사했을 때 거의 매일 밤새워 일했고, 아예 경찰서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최근 입사한 동문의 경험은 조금 달랐다. 지난 1월부터 <연합뉴스>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는 신현우 기자(13.5기)는 “지금은 주 52시간제가 적용돼 밤을 새우지는 않는다. 내가 무언가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힘을 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저리의 선배를 회사 후배로 만나거나, 세저리의 후배를 회사 선배로 만나면 어색하지는 않을까? 사회를 맡은 김윤정 아산시청 홍보담당 주무관(전 <오마이뉴스> 기자·4기)은 “내가 바로 당사자다. 세저리 동생이자 후배인 손지은 기자를 회사 선배로 만났다”며 웃었다. 이에 대해 손지은 <오마이뉴스> 기자(5기)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김윤정 기자를) 언니라고 불렀다”며 함께 웃었다.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탈락한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장군 <국민일보> 기자(9기)는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세저리에 입학하여, 시험에서 떨어지면 아무래도 마음이 더 흔들렸다. 그래도 세저리에서 함께 공부하는 방향이 옳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언젠간 기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무작정 빨리 합격하기보다 제대로 배우고 다듬어 좋은 기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가르치고 다듬어 좋은 기자를 만드는 세저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개원 14주년 기념 동문회 ‘세저리인의 밤’에서 세저리 동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종인PD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개원 14주년 기념 동문회 ‘세저리인의 밤’에서 세저리 동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종인PD

행사장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선후배들이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김윤정 주무관은 “직접 만나지 못한 사이라도 세저리 후배라고만 말하면, 어느 선배나 기꺼이 이야기 들어줄 것이다. 어려워 말고 어느 선배한테건 편하게 무엇이든 물어봐도 된다는 것이 세저리 동문의 가장 좋은 특권이니,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고 재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손준수 KBS 기자(9기)는 “코로나 이전에 열린 동문회에선 내가 갓 입사한 언론계 후배였는데, 이제 어느덧 선배 축에 속하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동문회를 열어 서로 인사 나누고 돕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년여 전 입사한 방재혁 <조선비즈> 기자(13기)는 “낙방할 때마다 ‘언젠가는 합격하니까 인내심을 가지라’는 교수님들의 말을 믿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랬던 세저리가 항상 그립다. 재학생들이 지금의 배움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배들과 만난 재학생들도 즐거워했다. 얼마 전 KBS에 합격한 손민주 <단비뉴스> 기자(15기)는 “졸업하고도 후배들에게 간식을 소포로 보내거나, 휴가를 내어 직접 위문품을 들고 제천에 오는 선배들을 신기하게 여겼는데, 이런 자리에서 직접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박시몬 <단비뉴스> 기자(15기)는 “현직에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저리라는 특별한 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히 그리고 치열하게 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정예지 <단비뉴스> 기자(15기)는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가도, 믿고 의지할 동문이 많다는 게 느껴져 세저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믿고 의지하고 서로 돕는 세저리 동문이 될 수 있는 길이 때마침 열렸다. 12월 26일부터 내년 1월 6일 오후 5시까지 16기 신입생 원서를 접수한다. 자세한 안내는 여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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