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② 제천 공공배달앱 개선 방향

<단비뉴스>는 지난 26일 제천시 공공배달앱 배달모아의 현황과 이용자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점검해봤다. 제천 시민 10명 중 1명은 배달모아에 가입했지만, 이용자가 젊은 세대에 국한되는 문제점 등이 있었다. 이번에는 배달모아를 사용하는 점주들이 겪는 불편을 알아보고, 이런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공배달앱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점주들 “주문받는 과정 번거로워” 불만 

배달모아를 쓰는 점주들은 주문을 받는 과정부터 민간배달앱에 비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장락동에서 프랜차이즈 수제버거집을 운영하는 김인순(61) 씨는 “배달의민족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원 지정까지 자동으로 된다. 그런데 배달모아는 (배달원 연결) 버튼을 눌러야 배차가 된다”며 “손님이 없다면 별문제 없지만, 바쁠 때는 한 번 더 클릭하기 번거롭다”고 말했다.

의림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선희(54) 씨도 배달모아앱의 배달원 지정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씨는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배민은 준비시간을 입력하고 나서 자동으로 배달대행업체로 주문이 넘어간다”며 “반면 배달모아는 (준비시간 입력 없이) 곧바로 배차 신청이 돼서 취소하고 소요 시간을 입력하고 다시 배달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의림동의 한 분식집에서 배달모아로 주문한 뒤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을 직접 테스트했다. 배민과 달리 배달모아는 주문 처리 과정이 더 복잡했다. ⓒ 조성우
지난 3일 의림동의 한 분식집에서 배달모아로 주문한 뒤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을 직접 테스트했다. 배민과 달리 배달모아는 주문 처리 과정이 더 복잡했다. ⓒ 조성우

실제로 황 씨의 가게에서 배달과정을 지켜보니 배민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대기시간을 입력해 배달원이 지정되는 등 주문 처리 과정이 간단했다. 반면 배달모아 주문이 생기면 대기시간에 상관없이 곧바로 배달원이 지정되는 바람에 취소를 한 뒤 다시 주소까지 입력해야 했다. 황 씨는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배달모아로 주문을 받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고 말했다. 화면 배열 또한 배민은 주문 순서대로 정렬됐고 주문 시간도 큼직하게 표시돼 있었지만, 배달모아는 주문이 불규칙적으로 정렬됐으며 주소도 화면에 뜨지 않았다. 

배달모아는 메뉴 품절 등록을 해제하는 방법 등 세부 기능에서도 불편한 점이 있었다. 중앙동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김지영(47) 씨는 “그날 메뉴가 다 팔려 품절 등록을 하면 배민은 다음 영업일에 자동으로 품절 등록이 해제되는데 배달모아는 점주가 직접 (품절 해제를) 눌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소의 주문 관리용 단말기와 배달모아가 연동되지 않는 가게도 있었다. 제천시 청전동의 한 양식집 사장 김모 씨(32)는 PC에 민간배달앱으로 들어온 주문을 모아주는 주문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배달모아용 주문 관리 프로그램은 별도로 설치해 이용한다. 민간배달앱은 단말기 프로그램에 모두 연동되지만, 배달모아만 주문이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모아 앱 관리는 공공배달앱의 효시인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 등 여러 지역에서 공공배달앱을 개발한 아람솔루션이 맡고 있다. 이준 아람솔루션 대표는 <단비뉴스>와 통화에서 점주마다 다른 불편을 호소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주문 관리용 단말기의 호환성 문제를 꼽았다. 주문 관리용 단말기 제작 업체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는 공공배달앱의 특성상 모든 프로그램에 배달모아를 호환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들어오면 제천에 상주하는 운영팀이 출동한다. 연락이 들어오는 건 최대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지역화폐 할인 외 다양한 유인책 필요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공공배달앱으로 유인하는 다양한 전략을 세우는 것은 여전한 과제다. 공공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경험하는 가장 큰 혜택은 지역화폐를 충전한 뒤 결제할 때 5~10%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약 21개 공공배달앱 가운데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0명이 넘는 공공배달앱인 배달의 명수(3만 명), 배달특급(1만 5000명), 대구로(4258명), 배달e음(3068명) 등은 지역화폐 결제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현재 배달모아 매출 중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비율은 67%다. 지난달 21일부터 제천시 재난지원금으로 지역화폐가 지급되자 배달모아의 주말 매출이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0명을 넘는 공공배달앱과 배달모아를 비교한 표. 대다수 앱은 지역화폐 결제비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높았다. ⓒ 최은솔
지난해 12월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0명을 넘는 공공배달앱과 배달모아를 비교한 표. 대다수 앱은 지역화폐 결제비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높았다. ⓒ 최은솔

다만 지역화폐 결제를 통한 할인 외에 또 다른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 이채은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초빙교수는 공공배달앱과 민간배달앱을 비교한 지난해 논문에서 “공공배달앱도 이용객들의 주문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매순위가 높은 메뉴를 화면 디자인에서 강조해 소비자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민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작성하는 댓글 이벤트를 잘 활용해 이용자 관심을 유도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쟁력 관건은 유지보수

'배달의민족'은 점주들을 위한 웹사이트 ‘사장님광장’이 있다. ⓒ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은 점주들을 위한 웹사이트 ‘사장님광장’이 있다. ⓒ 배달의민족

이처럼 공공배달앱은 편의성 측면에서 민간앱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배민은 ‘사장님광장’이라는 웹사이트를 따로 운영해 점주들의 불편사항을 실시간으로 접수한다. 피드백을 수용하고 앱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배달앱은 지역 주민만 이용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배달앱은 끊임없이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보이면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는 서 교수가 강조한 지표다. 30일 이내에 앱에서 활동한 이용자 수를 나타낸 이 지표는 전반적인 배달앱의 성장과 성과를 판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서 교수는 이 지표가 크게 떨어지면 “사업이 실패하고 있다는 징조”라며 “똑같이 시작한 앱이라도 1년이 지나면 큰 차이가 나듯 앱의 유지보수도 중요하다”며 “시장이나 책임자가 바뀌어도 나 몰라라 해선 안 되고, 사후 예산을 계속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모아에서도 앱 오류를 접수하는 콜센터를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등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이용자 의견을 받고 있다. 배달모아 점주들도 지속적인 보완을 원한다. 청전동 양식당 주인 김모 씨(32)는 “민간배달앱 홍보비가 적지 않게 지출되는 상황이다. 저희 소상공인 입장에선 공공배달앱이 잘 됐으면 한다”며 “주문받기 쉽도록 프로그램이 계속 보완돼서 경쟁력을 계속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공배달앱 협동조합’ 모델도 대안 중 하나

공공배달앱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협동조합’ 모델을 제시하는 연구도 있다. 지난 13일 양지원 강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원도 공공배달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공공배달앱은 자체 수익인 중개수수료 대신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기에 사업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책임연구원은 배달플랫폼에 입점한 점주들이 함께 배달플랫폼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배달 플랫폼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협동조합에 참여한 점주들이 플랫폼 경영권을 가지고 앱 운영 방안과 애로사항에 관한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단비뉴스>와의 통화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은 참여하는 주체들이 모두 경영권과 소유권을 가지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유리한 이익 배분 구조를 짤 수가 있다”며 “점주들 자신이 불편했던 점을 반영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짤 수 있고,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하면 민간 앱처럼 쿠폰 발행이나 다양한 프리미엄 전략을 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선 정책적 지원도 따라야 한다. 강원도 공공배달앱의 경우 기존에 플랫폼을 운영, 관리하는 업체인 (주)코리아센터와 도내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결합해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협동조합 구성에 필요한 적정 규모의 자본과 실패비용을 (정책적으로) 일부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기도 성남에는 지난 1월 설립한 배달협동조합인 ‘굿딜리버리’가 있다. 굿딜리버리는 기존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직접 결성한 배달협동조합이다. 최영조 굿딜리버리 이사장은 <단비뉴스>와의 전화에서 “아직 배달모아 같은 주문플랫폼은 구축하지 못했지만 배달 대행 플랫폼은 운영하고 있다”며 “점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인 만큼 낮은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기존 배달대행업체 수수료보다 200원 저렴하다”며 “낮아지는 수수료만큼 점주들 수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굿딜리버리는 성남의 자영업자 100여 명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이곳에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배달 기사도 소속돼 있다. 이들은 배달플랫폼 수수료를 건당 200원씩 인하하고, 자영업자와 배달 기사가 각각 100원씩 더 가져가고 있다. 최 이사장은 주문플랫폼을 만들어 배달협동조합이 자생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점주가 직접 운영에 참여해 수수료를 낮게 매길 수 있다. (민간배달앱과) 경쟁하면서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는 높이자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38개의 가게만 가맹했지만, 배달협동조합이 여러 군데 생기면 민간배달앱도 견제할 수 있는 대안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밀착성 강화’를 전략으로 선택한 배달모아

배달모아는 쿠폰 이벤트 외에 플랫폼에서 배달하고 예약할 수 있는 품목을 확장하고 있다. 지역 내 골목상권에 있던 가게들을 온라인 플랫폼에 유치하겠다는 발상이다. 제천시는 미용실 예약 기능을 추가하거나 지역 내 특산품을 판매하는 로컬푸드 판매 탭을 두어서 지역 밀착성을 강화하고 있다.

모아키친은 배달모아 앱 접속 시 먼저 보이는 곳에 있다. 오른쪽 사진은 제천시 중앙시장 1층에 있는 모아키친 간판. ⓒ 제천시
모아키친은 배달모아 앱 접속 시 먼저 보이는 곳에 있다. 오른쪽 사진은 제천시 중앙시장 1층에 있는 모아키친 간판. ⓒ 제천시

제천시는 이른바 ‘스타 점포’를 배달모아에 입점시킬 예정이다. 스타 점포는 제천문화재단 상권르네상스사업단이 진행하는 사업이다. 중앙동 문화의 거리에 비어 있는 점포에 창업하려는 사람에게 지원금과 혜택을 제공한다. 제천시는 스타 점포 가운데 배달음식점이 생기면 전통시장 음식점으로 구성된 ‘모아키친’과 합쳐 ‘모아키친 앤 스타 점포’라는 탭을 배달모아에 신설할 계획이다. 현재 모아키친은 배달모아 앱 화면에서 가장 앞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지역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차별점을 두면서, 전통 상권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배달앱 시장에서는 점차 더 비싼 배달비를 내고도 빨리 음식을 받을 수 있는 ‘단건 배달’이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22일부터 배달의 민족이 단건 배달 서비스의 수수료 할인을 끝내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배달모아를 비롯한 각 지역의 공공배달앱은 민간배달앱과의 경쟁에서 아직 크게 뒤지고 있지만, 몇 개의 민간배달앱이 과도하게 시장을 장악한 상황을 해소하는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