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 농업진흥구역 훼손하는 대형 태양광발전소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을 보급하는 것도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이 친환경이라고 해서 건설되는 모든 태양광발전소가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농지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시설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 ⓒ 최영길
농지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시설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 ⓒ 최영길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여기는 큰 규모로 경지정리를 두 번이나 했어. 나라에서 농지를 반듯하게 정리하는데 막대한 돈을 투자해 놨는데, 이젠 농사꾼도 아닌 사람들이 건물 지어놓고, 이 좋은 땅을 다른 사업에 이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여.”

충남 아산시 선장면 드넓게 펼쳐진 농지 가운데서 만난 주민 최영성 씨(83)의 이야기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농사만 지어 온 농사꾼이다. “굼벵이 사육한다고 거짓말로 창고 지어놓고 태양광 사업을 하는 거여. 저쪽에는 양봉을 한다고 거짓말로 건물 짓고 태양광 시설을 지붕에 설치했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 건물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끔 사람이 한 번씩 다녀가는데, 더 이상 저런 게 안 생기게 기자 양반이 좀 도와줘. 아산시 공무원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콧방귀도 안 뀌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산림 훼손 문제도 종종 제기되지만 식량을 생산하던 논, 밭이 이렇게 태양광 시설을 만든다며 계속 사라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을 늘리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무분별하게 농지에 태양광 시설을 짓는 것을 용인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농지에 이렇게 편법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문제점은 정부에서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과거에 ‘절대농지’라고 불리던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시설을 할 수 있도록 관할 관청이 계속 허가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태양광발전소 현황. ⓒ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화면 갈무리
전국 태양광발전소 현황. ⓒ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화면 갈무리

한국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에는 11만 120개의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전북과 전남이 각각 2만 5222개와 1만 6548개로 가장 많고, 충남에는 1만 5054개가 있다. 태양광 시설의 약 52%가 우리나라의 곡창지대인 전남·북과 충남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농지가 잠식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사업의 수익구조

태양광발전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직접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파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태양광발전 사업자로부터 이른바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을 기준으로 전력을 구매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SMP의 평균가격은 킬로와트(kw) 당 142.81원이다. 두 번째는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인증서를 파는 것이다. 이 인증서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라는 것이다. 태양광사업자는 직접 SMP에 따라 전기를 팔거나 REC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약 215제곱미터(㎡, 65평)의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하면 일조량이 연중 가장 적은 12월에도 수익이 월 150만 원 이상이다.

정부는 건물 위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하는 경우 REC 가중치를 1.5배 더 준다. 건물 위에 태양광발전시설을 하면 REC 판매 수익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이른바 건물 태양광의 REC에 가중치를 주는 이유는 축사나 공장 등 기존 건축물의 지붕을 활용해서 태양광발전을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별도의 토지에 태양광 시설을 짓지 않고 기존 건축물 지붕을 이용함으로써 국토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시장에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건물 위 태양광발전사업자는 곳곳의 농지와 산지에 태양광을 목적으로 한 건축물을 짓고 수익을 얻고 있다. 14개 시군에서 건물 태양광발전을 하는 곳이 4537개인 전북의 경우를 보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해에 준공된 태양광발전소의 현황을 검토한 결과, 태양광 사업 개시일과 건축물 사용승인일의 간격이 3개월 이내인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을 신축한 뒤에 곧바로 태양광 시설을 했다는 말이다. 기존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시설을 올리게 하려는 정부 의도와 다르게 사실상 태양광을 목적으로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충남 아산시 선장면의 드넓은 들판 곳곳에 이른바 ‘건물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 최영길
드론으로 촬영한 충남 아산시 선장면의 드넓은 들판 곳곳에 이른바 ‘건물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 최영길

농업진흥구역인 논을 뒤덮은 검정색 건물들

기자가 찾은 충남 아산시 선장면은 1970년대 삽교호 완공 후 대규모 경지정리 작업이 이뤄졌다. 선장면과 도고면의 드넓은 들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간척지이자 우량농지였다. 가을이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곳이다. 하지만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곳곳에 검은색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나화만 씨(77)도 태어나서 평생 농사만 지어온 농사꾼이다. 그는 "나이 들고 농사도 힘들어지는데, 객지에서 사람이 와서 평당 7~8만 원인 논을 10만 원씩 준다고 하니까 농사꾼들이 땅을 팔아버려…"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논에 태양광 하는 걸 우리도 반대했는데, 아산시 공무원들이 문제가 없으니 허가를 내주는 거 아니겠어?"라고 말했다. 땅을 산 업자는 굼벵이를 키운다며 조립식 가건물을 짓고 동시에 태양광발전 시설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민 이강학 씨(83)도 “저기 보이는 검정색 하우스가 진짜 굼벵이 농사를 짓던 곳이야. 옛날에 굼벵이 시세가 좋을 때 했다가 지금은 안 해”라고 말했다. 업자들이 굼벵이를 키우거나 양봉을 한다며 건물을 신축한 곳에서는 사실, 태양광발전만 한다는 것이다. 이 씨는 손으로 태양광발전시설을 가리키며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은 주민들이 현수막도 붙이고 반대를 심하게 했는데 법적으로 어쩔 수 없더라고. 기자 양반이 농민들 좀 살게 해줘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곳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 농업용 드론으로 병해충 항공방제를 하는 것도 방해되고, 농번기에는 밤낮없이 농지를 돌봐야 하는데 어두울 때 가로등도 없는 음산한 태양광발전시설을 지날 때면 공포 분위기도 느껴진다는 것이다.

▲ 농민들이 얘기하는 실제 굼벵이를 키우던 검은색 비닐하우스(왼쪽 위)와 태양광발전시설을 목적으로 하는 가짜 굼벵이 사육사로 지목된 곳들. ⓒ 최영길
▲ 농민들이 얘기하는 실제 굼벵이를 키우던 검은색 비닐하우스(왼쪽 위)와 태양광발전시설을 목적으로 하는 가짜 굼벵이 사육사로 지목된 곳들. ⓒ 최영길

최적의 태양광발전소 부지가 되어버린 경지정리된 농지

대규모 경지정리로 바둑판처럼 반듯한 들판에는 햇볕이 잘 들고, 농기계의 진입이 수월하도록 농로가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업자들이 태양광발전시설을 만들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농사를 짓던 주민들 대부분 나이가 많아, 팔 걷고 반대에 나서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황금들판 곳곳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위한 편법적인 건축물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들판에 지어진 이런 건축물 주변에는 공통적으로 연두색 철제 담장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고, 주인이 언제 다녀갔는지 확인하지 않은 우편물이 꽂혀있다.

아산시 선장면 일대에서 지붕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된 건축물들의 용도는 대부분 곤충사육사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니 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곤충을 사육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많은 이들이 편법으로 정부의 건물 위 태양광시설에 대한 장려금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경지정리를 해서 도로개설 등 기반시설을 할 필요도 없는 농지에 편법으로 건물을 신축해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선장면 일대의 건물 위 태양광발전소의 토지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검토하다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농지를 잠식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소 건물주가 다른 지역에서도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산시에서 굼벵이사육사로 건축물 허가를 받아서 실제로는 태양광발전시설만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충북 옥천군에서도 대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었다. 옥천군에서는 최초 곤충사육사로 허가를 받고 건축물을 지은 뒤에 지난해 6월에는 버섯재배사로 용도를 변경했다.

충남·북에 곤충사육사로 농지에 건축 허가를 받고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인 법인의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건축물 신축 6개월 후 법인을 설립했다. ⓒ 최영길
충남·북에 곤충사육사로 농지에 건축 허가를 받고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인 법인의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건축물 신축 6개월 후 법인을 설립했다. ⓒ 최영길

충남 아산시 관계자는 “농업진흥구역 내 곤충사육시설은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물 신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이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시설물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면 곤충사육사에 곤충은 없지만 시설물은 있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교묘히 움직이는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폭등을 바라보면 더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곡물 자급률, 식량 자급률도 생각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2020년 현재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애써 가꿔온 황금 들판이 태양광시설로 바뀌어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해서 이런 시설이 무분별하게 농지를 잠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편집: 서현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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