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① 제천 공공배달앱 ‘배달모아’ 점검

2020년 3월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를 시작으로 등장한 공공배달앱이 올해에도 전국 각지에서 새로 출시되고 있다. 지난 2월 전북 전주에서는 ‘전주맛배달’, 지난달에는 여수 공공배달앱 ‘씽씽여수먹깨비’가 등장했다. 공공배달앱은 대형 민간배달앱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자영업자들의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배달앱 시장의 98%를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가 차지할 정도로 독과점이 심각하다. 민간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경영을 돕겠다는 공공배달앱의 도입 취지는 달성되고 있을까?

편의성과 기술, 콘텐츠 분야에서 민간배달앱과 격차를 보인 끝에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종료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대전 공공배달앱 ‘부르심’이, 올해 1월에는 천안시 ‘배달이지’가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충북 제천시가 내놓은 공공배달앱 ‘배달모아’는 어떨까? 배달모아를 사용하는 업주들과 소비자들은 앱 운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은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출시 1년 막 넘긴 제천시 공공배달앱 ‘배달모아’

제천시의 공공배달앱 ‘배달모아’ 아이콘. ⓒ 제천시
제천시의 공공배달앱 ‘배달모아’ 아이콘. ⓒ 제천시

제천시 공공배달앱 배달모아는 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에 대한 중개수수료, 가입비, 광고료가 없다. 이 앱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려는 업주는 배달모아에 가입한 뒤 주문을 받는 데 필요한 ‘포스(POS)기’라고 불리는 판매 관리용 단말기나 포장용 일회용품 등만 준비한다면 별도의 비용 없이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앱을 쓰는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있다. 매달 특정 기간이나 시간대에 풀리는 할인 쿠폰을 이용해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다. 제천시 지역 화폐 ‘모아’로 결제하면 10% 할인이 적용된다. 1인당 월 50만 원 충전까지만 할인 혜택이 있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중개수수료나 광고료 부담 없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기도 하다.

제천시가 배달모아 앱과 관련해 투입하는 예산은 올해 총 4억 3000만 원이다. ▲플랫폼 운영비 ▲고도화 사업비 ▲홍보 마케팅비로 구성돼 있다. 1억 6000만 원이 편성된 플랫폼 운영비는 앱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 이용료와 문자 알림톡을 보내는 통신 운영비 등으로 쓰인다. 홍보 마케팅비 1억 2000만 원은 매달 소비자 할인쿠폰을 발행하고 홍보 현수막, 전단지 등을 제작하는 데 지출된다. 고도화 사업비 1억 5000만 원은 앱의 기능을 확대하는 데 쓰인다. 제천시는 배달 플랫폼 기능 외에 미용실 예약이나 로컬푸드 등 지역 내 골목상권을 위한 창구로 배달모아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24억 원 매출 달성…시민 10명 중 1명 가입

지난 6일까지 배달모아를 통해 결제된 총 누적 매출은 약 24억 4700만 원 정도다. 배달 음식을 결제한 금액 외에도 앱 안에서 지역 로컬푸드 상품을 판매한 금액도 포함됐다. 유수원 제천시 일자리경제과 주무관은 “(배달모아 앱 수익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는 꾸준히 상승하다가 그 뒤로는 상승세를 멈추고 유지됐다”며 “12월 매출이 조금 높았고 올해 3월 매출은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과 이달 6일 현재 가입자 수와 누적 주문실적을 비교한 그래프. ⓒ 최은솔
1년 전인 지난해 4월과 이달 6일 현재 가입자 수와 누적 주문실적을 비교한 그래프. ⓒ 최은솔

지난 6일 현재 앱 가입자 수 1만 5600명, 등록 가맹점 수는 696개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제천시 내 전체 음식점 3027개소 가운데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13만 제천시민 10명 중 1명은 이 앱에 가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천 시내 배달음식점과 소비자들은 플랫폼 홍보와 프로그램 이용환경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주들은 ‘주문량 부족’ 지적…젊은층 위주 사용

배달 음식 업주들은 대형 배달업체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에 비해 아직은 배달모아 주문량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다. 제천시 청전동에서 양식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2) 씨는 배달모아로 주문이 들어오는 게 “전체 주문 50건 중에서 1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비슷한 위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고복영(51) 씨는 “배달모아로 일주일에 한 3~4건밖에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활성화가 아직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모아를 이용하는 제천 시내 버거 가게. 배달모아 로고가 붙어있다. ⓒ 조성우
배달모아를 이용하는 제천 시내 버거 가게. 배달모아 로고가 붙어있다. ⓒ 조성우

수수료가 없다는 혜택이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주문 건수가 어느 정도 늘어나야 한다. 홀 장사만 하던 식당에서 배달업을 시작하려면 30~50만 원인 포스기(POS) 설치 등 초기 투자비용이 든다. 배달업주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위해 주문 건수가 훨씬 많은 민간 배달앱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천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수빈 씨는 “업주들 입장에선 수수료가 안 들고 소비자도 할인이 돼서 좋은데 아직 홍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배달모아를 쓰는 사람이 젊은 세대에 국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제천시 의림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직접 배달을 가보면 공공배달앱을 쓰는 사람은 대부분 20~30대쯤 되는 젊은 사람”이라며 “50대, 60대는 배달모아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천시 중앙동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승주(57) 씨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주로 전화로 주문하고, 배달의민족은 알아도 배달모아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주문 과정에 오류 발생하기도…메뉴 선택폭도 아직 좁아

<단비뉴스>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배달모아로 두 차례 직접 주문을 하면서 결제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첫 주문 당시엔 결제 계좌에 잔액이 없어서 결제에 실패하자 한동안 앱이 멈춰버렸다. 주문을 마치고 앱의 첫 화면으로 돌아오니 로그아웃되어 잠깐 주문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배달모아를 관리하는 제천시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을 임시 저장 공간 부족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배달모아에 로그인할 때마다 임시 파일들이 쌓이는데, 자주 앱에 접속하면 임시 저장 공간이 가득 차서 로그인이 풀린다는 설명이다. 배달모아 개발사에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되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배달모아로 주문 도중 결제에 문제가 생기자 왼쪽 사진에서처럼 화면이 멈추는 오류가 발생했다. 오른쪽은 배달모아 앱 화면. ⓒ 최은솔
지난 2일 배달모아로 주문 도중 결제에 문제가 생기자 왼쪽 사진에서처럼 화면이 멈추는 오류가 발생했다. 오른쪽은 배달모아 앱 화면. ⓒ 최은솔

상대적으로 민간 배달앱에 비해 메뉴 선택폭이 좁다는 점도 개선할 부분이다. 당장 가맹 음식점이 적은 부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있는 메뉴를 제대로 보여주는 기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제천시 의림동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대호 씨는 “배달모아에서는 당장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찾아서 보여주는 기능이 부족하다”며 “등록된 가게 중에도 ‘영업 준비 중’으로 뜨는 등 실질적으로 주문 가능한 음식점 수가 적다”고 말했다. 기능적인 측면을 이용자에게 편하게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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