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 개관

▲ 2017년 12월 21일 화재 참사 직후의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모습. ⓒ KBS

2017년 12월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큰 불이 났다. 모두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는 참사였다. 건축물의 구조적인 취약성과 부실한 소방시설, 화재 대응의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중첩된 결과였다.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대피로는 막혀 있었으며, 불의 확산을 막을 방화문도 없었다. 건물주는 건물 시설 관리를 소홀히 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한 혐의로 2019년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 2017년 충북 제천 화재 참사가 일어났던 곳에 새로 지은 하소생활문화센터 전경. ⓒ 강훈

제천 지역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참사 현장이 시민 공간으로 돌아왔다. 스포츠센터는 참사 1년 반만에 철거됐다. 참사 현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 끝에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됐다. 건물 이름은 시민들이 산책하듯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산책’으로 지었다.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제천시가 2020년부터 모두 70억 원을 들였다. 오는 25일 개관식이 열린다.

센터 설립을 추진해 온 장미나 제천문화재단 팀장은 “이 공간이 시민들의 치유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시민들을 위한 독서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으니 편안히 방문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소생활문화센터는 도서관과 돌봄시설, 동아리방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제일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도서관이 있는 3층과 4층 가운데를 뚫린 구조로 연결해 소공연장을 만든 것이다. 도서관이 소공연장을 품고 있는 셈인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강연과 문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북 콘서트가 계획돼 있다. 개관식이 열리는 25일 오전에 시설 누리집을 통해 연간 운영 프로그램이 공개될 예정이다. 

도서관 4층은 일반 도서, 3층은 어린이 도서 위주로 비치하고 있다. 현재 예술 도서, 어린이 그림 동화 등 모두 1만 천여 권의 책이 있다. 제천 시민들은 이곳 도서관에서 대출도 가능하다. 제천시립도서관과 업무 협약을 맺어 도서 대출과 반납 시스템을 일원화했기 때문이다.

▲ 하소생활문화센터 3층과 4층을 연결한 도서관 내 소공연장. ⓒ 강훈

2층에는 동아리방 5개가 있다. 3개는 일반 회의실로 만들어졌고, 1개는 조금 넓은 방에 한쪽 벽면에 거울을 비치해 춤 연습을 하는 공간으로 쓸 수 있다. 나머지 1개는 드럼과 기타, 전자 피아노가 갖춰진 음악 합주실로 꾸며졌다. 제천시는 오는 6월 말까지 시범 운영 기간에는 동아리방과 소공연장 등 내부시설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했다. 이후에도 제천시 조례에 따라 시간당 3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저렴한 사용료를 내고 쓸 수 있다. 

1층은 지나가는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쉼터와 길거리 공연을 할 수 있는 소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제천시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다함께돌봄센터’도 만들어졌다. 4월 초에 제천시청 누리집을 통해 원아 20명을 모집해서 4월 중순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하소생활문화센터에 화재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공간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센터 건립계획을 세웠던 당시 청사관리팀장은 “내부에서 이미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건물에 별도의 추모공간은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며 “유족들도 추모공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립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도 추모공간 관련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 충북 제천시 하소동 체육공원에 있는 화재 참사 희생자 추모비. ⓒ 강훈

참사 희생자 추모비는 화재 현장에서 약 500미터(m) 떨어진 제천시 하소동 체육공원에 있다. 참사 1년 뒤에 세워진 추모비에는 29명의 희생자 이름과 함께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추모비 앞에서 유가족과 제천시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희생자 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편집: 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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