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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찾는 디지털 미디어 세계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③ 실험과 도전
2021년 09월 28일 (화) 21:40:30 최태현 기자 cth3424@gmail.com

디지털 혁명이 미디어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오랫동안 신문과 방송은 광고를 토대로 사업을 영위해왔지만, 디지털 기반 뉴미디어가 성장하면서 광고 사업은 제로섬 게임이 됐다. 이로 인해 신문과 방송이 맞닥뜨린 경영의 위기는 저널리즘의 위기로 이어진다.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물적 토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주요 언론은 일찌감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다. 디지털 유료화다. 2011년 3월 <뉴욕타임스>는 독자가 디지털 뉴스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하는 디지털 유료화를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10년간 디지털 전환에 앞장선 결과, 2020년 2분기에 디지털 수입이 지면 구독과 광고 수입을 앞질렀다. 이제 미국 언론계에서는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매체를 비롯해 지역 신문까지 디지털 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 언론도 디지털 유료화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아득하다. 여전히 매출 구조에서 광고와 부가 사업의 비중이 상당하다. 질 좋은 기사를 제공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은 좋은 콘텐츠 생산의 동력을 꺼트리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독모델을 실험하고 도전한 두 매체의 사례가 소개됐다. 구독 플랫폼 ‘블루닷’을 실험한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와 경제와 테크 뉴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김인순 <더밀크코리아> 대표가 생생한 경험을 발표했다.

더 높은 수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구독모델

이성규 대표가 이끄는 <미디어스피어>는 국내 언론업계의 어벤저스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디지털 구독 플랫폼 ‘블루닷’을 실험했다. 이 대표는 ‘한국형 미터드 페이월의 실험’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구독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방법을 조언했다.

디지털 구독은 2010년대 들어 등장한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여러 형태 가운데서도 돈을 내야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만드는 ‘유료화 장벽’(paywall)은 디지털 구독의 대표격이다. 유료화 장벽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전혀 뉴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완전 장벽’(hard paywall)과 일부 뉴스를 무료로 읽을 수 있는 ‘부분 장벽’(partial paywall)이 있다.

이성규 대표가 실험한 ‘미터드 페이월’(metered paywall)은 ‘종량제’로 번역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무료 기사의 수를 제한하는 일종의 ‘부분 장벽’에 해당한다. 2011년 3월 <뉴욕타임스>가 선구적으로 종량제를 도입한 이래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 미국의 많은 신문사가 이 방식을 도입했다.

<미디어스피어>가 만든 ‘블루닷’은 해외의 구독 플랫폼 ‘고스트’(Ghost)를 본떠서 만들었다. 원화 결제가 불가능하고, 국내 사용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고스트의 몇몇 기능을 개선하여 블루닷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국내 4개 매체가 4개월 동안 블루닷을 통해 미터드 페이월을 실험하고 있다.

이성규 대표는 수익으로 이어지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수용자의 요구(needs)가 출발점이다. 누구에게나 결핍과 욕구가 있는데, 미디어는 그 지점을 겨냥해 콘텐츠를 생산한다. 뉴스를 궁금해하는 욕구나 자신이 부족한 지식에 관한 결핍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수익 모델을 만들려면,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과 경로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파악된 지표에 맞게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최종 단계다.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가 디지털 구독의 원리와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이성규 대표는 콘텐츠 소비를 측정하는 방법을 양적 지표와 질적 지표로 나눴다. 양적 지표는 흔히 말하는 페이지뷰(Page view)다. 그런데 양적 지표에만 매달리면 문제가 생긴다. 얼마나 많은 독자가 페이지에 접속했는지만 따지면, 선정적 제목으로 어뷰징 기사만 양산하게 된다. 이 대표는 ‘위계적 욕구발달론’이라는 이론을 통해 그 구조를 설명했다. 인간의 욕구는 생리-안전-애정-자기존중-자기실현 순으로 상승하는데, 페이지뷰와 같은 양적 지표를 높이려면 낮은 단계의 욕구를 충족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높은 단계의 욕구’를 겨냥한 수익 모델이 가능할까? <미디어스피어>가 도전하고 있는 핵심적인 화두다. 그래서 이 대표는 구독 플랫폼 ‘블루닷’을 기성 언론사가 아니라 지식 크리에이터나 소규모 언론을 겨냥해 만들었다.

블루닷은 지식 크리에이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했다. 월 단위 구독료가 얼마인지, 월에 몇 건을 무료로 보게 할 건지, 글을 가리는 창이 몇 문단에서 올라오게 할 건지, 마케팅 메시지는 어떻게 바꾸고 구성할지 등 페이월에 관한 모든 권한을 지식 크리에이터에게 넘겼다. 어떤 사람이 구독하는지, 누가 이탈하는지부터 어떤 콘텐츠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등 세부 데이터도 지식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했다.

이러한 질적 지표는 수용자의 관여(engagement)와 연관된다. 주로 콘텐츠의 질이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 유익하거나 가치관이 일치하는 콘텐츠를 볼 때 수용자들이 지갑을 연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수용자에게 지식정보를 제공하거나 심리적 결핍을 해소해주는 콘텐츠를 ‘유익 영역’으로 분류했다. 수용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지지하거나 이와 관련한 주장을 펼치는 칼럼 등은 ‘지지 영역’으로 봤다. 수용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유익 영역’과 달리 ‘지지 영역’의 주창 저널리즘은 신뢰받는 저널리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유료구독 콘텐츠의 유형을 크게 ‘지지 영역’과 ‘유익 영역’으로 나눴다. 위 그림에서 오른쪽 구석은 ‘지지 영역’ 가운데서도 ‘주창 저널리즘’의 영역에 해당한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대표는 이를 붉게 표시했다. ⓒ 미디어오늘

이 대표는 유료구독을 늘리기 위한 몇 가지 실용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가장 효과가 좋은 건 협업할 파트너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구독자가 있는 언론사끼리 공동으로 기획하는 방식은 자신의 콘텐츠를 더 많은 구독자에게 전달하는 마케팅 효과가 있다. 또한 ‘똘똘한 무료콘텐츠 1건’은 유료 구독자를 늘리는 출발이다. 괜찮은 무료콘텐츠를 읽은 신규 사용자가 관여자로 바뀌고, 시간이 흘러 구독자까지 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선물하기’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람들이 지속해서 찾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를 친구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신규 독자를 영입하는 방식이다. 페이월의 장벽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포함한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방법의 핵심은 신규 사용자를 얼마나 모으냐에 있다.

공짜 뉴스에서 돈 내고 보는 뉴스로

김인순 <더밀크코리아> 대표는 지난 1년간 디지털 유료구독을 실험한 결과를 설명했다. ‘왜 우리 언론은 광고에 이렇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이 <더밀크>가 탄생한 배경이다. <더밀크>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의 신기술과 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전한다. 초기에는 무료콘텐츠로 신규 사용자를 모았다.

김 대표는 이를 ‘퍼널 전략’(Funnel Strategy)이라고 말했다. 신규 고객이 언론사 브랜드를 인지하고 구독에 이르는 과정을 깔때기(funnel)에 비유한 것이다. <더밀크>는 유튜브에서 미국의 주식과 경제를 다룬 ‘미국형님’을 주요 콘텐츠로 제공했고, 지난해 2월부터 일주일에 3번씩 세계 각국의 테크 정보를 담아 ‘뷰스레터’를 전달하고 있다. 독자에게 <더밀크>를 알리고, 구독을 권하기 위한 고객 수요를 살피는 과정이다. 무료콘텐츠를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더밀크닷컴>이라는 프리미엄 유료구독 미디어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독자의 페르소나를 찾아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어떤 콘텐츠에 누가 돈을 내는지 살피라는 것이다. <더밀크>는 미국에서만 알 수 있는 기업을 소개하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많은 국내 투자자가 애플,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욕구를 채워줄 콘텐츠가 드물었다. <더밀크>는 이 지점을 노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미국 기업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담아 텍스트와 영상으로 제공했다. 나아가 아직 기업공개(IPO) 되지 않은 미국의 스타트업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지 보도하는 콘텐츠도 내놓고 있다.

   
▲ 김인순 대표가 <더밀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을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오늘

<더밀크>는 새로운 뉴스를 발굴하는 것에 더하여 깊이 있는 분석도 함께 내놓고 있다. 많은 독자가 뉴스뿐 아니라 탁월한 관점을 요구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에 관한 심층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더밀크>는 CES가 시작하기 전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고, CES가 끝나면 모든 전시회를 집대성해 리뷰 리포트를 만들어 제공했다. 2021년 상반기 경제 이슈를 정리하고 하반기를 전망하는 리포트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김 대표는 <더밀크>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독자가 누구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6개월 동안 미디어 종사자, 일반 직장인부터 아주머니, 나이 어린 학생 등 다양한 사람과 인터뷰하며 어떤 콘텐츠에 얼마나 돈을 낼 수 있는지 물어봤다.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현재 구독자와 처음 예측한 독자의 특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서비스 시작 이후부터 독자 특성을 지속해서 분석하여 그에 맞춰 콘텐츠 방향을 조금씩 꾸준히 수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미디어오늘>은 ‘2021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를 열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미래 컨퍼런스’는 미디어 업계의 도전과 실험을 공유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로 평가받아왔다. 7년째를 맞는 컨퍼런스의 올해 주제는 ‘내러티브의 발견, 스토리의 혁신’이었다. 34명의 연사가 10개 세션, 3개의 특강에서 발표했다. 메인 세션은 ‘내러티브의 발견’이었다. 그밖에도 ‘스토리텔링의 혁신’과 ‘미디어 실험과 도전’ 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가 발표했다. <단비뉴스>는 컨퍼런스 내용을 3차례로 나눠 싣는다. 1회는 내러티브 저널리즘, 2회는 스토리텔링, 3회는 미디어 실험과 도전을 다룬다. (편집자주)

편집 : 전윤재 PD

[최태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편집기획팀 최태현입니다.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기자가 될 건가'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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