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유재인 기자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하지 않았다. 2021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되자, 역대 최저 인상률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실패론에 불이 붙었다. 소비로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려는 정책은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 경기가 침체하고 불평등이 심화한 지난 2~3년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필요한 시기였다.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다. 다만 이 정책을 계속 끌고 가려면 큰 수정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은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지향한다.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면 소비가 기업 매출을 확대하고 이는 다시 가계소득으로 순환한다는 논리다. 임기 동안 최저임금을 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현 정부 공약은 고리의 시발점이었다. 2015년 5580원이던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으로 3000원 넘게 올랐다. 시급 상승은 상류층보다 소득 하위층에게 더 큰 영향을 끼쳐 저임금 노동자 비중을 줄였다. 2016년 7.0이었던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이 2019년 6.5로 감소했다.

이런 성과에도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소득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정부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고용 영역에 지원을 확대하면서 전 연령층의 고용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 비율이 더 많이 증가했다. 임금 수준이 높고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린 게 아니라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린 것이다. 불안정성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비정규직 임금 노동자의 소득은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고, 자영업자의 경우 생산비용이 증가해 소비가 더 위축됐다.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도 인상하고 시중에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 코로나19가 가속화한 경기 침체로 지난해 민간소비가 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 하강을 막고자 했지만 역성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 KBS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경제 위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소득주도성장은 다시 꺼내 볼 만한 카드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하기 어려워지고 해고되는 사람은 늘어나면서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재분배에 효과가 있다. 다만,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노동자에게 소득의 안정성을 담보해줘야 한다. 먼저 취업장려금, 구직촉진제도와 같은 근로장려제의 수정이 필요하다. 현행 근로장려제는 취직하면 어떤 일자리든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라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구직자를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성과를 과시하는 일시적 구제책이 아니라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1929년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정책’을 통해 위기를 타개했다. ‘뉴딜’은  새로운 계약을 의미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도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다. 루스벨트의 뉴딜이 시민에게 인프라 확충, 반독점, 사회보장 강화 등을 약속하는 것이었다면, 오늘 우리의 뉴딜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편집 : 임효진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