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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선진국’이란 자신감의 근거가 뭔가?
[이재형의 통계 이야기] ㉑
2019년 08월 07일 (수) 14:06:18 이재형 박사 jhlee01@kdi.re.kr

통계청의 자부심은 높아졌다지만...

   
▲ 이재형 박사

올해 초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10여 년 전부터 통계청의 자부심이 크게 높아졌다. 통계청 직원들한테 듣는 말에서도 긍지가 느껴진다. “한국은 이제 통계 선진국이 됐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5대 통계 강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는 이미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엔 이제 더 배울 것도 없고, 미국을 따라잡아야 한다.”

통계 이용자들인 학자나 정책당국자들도 우리나라 통계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으며 세계적 기준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하곤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좋지만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허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나라는 각자 형편에 맞는 통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다양한 통계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그 제도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 각 기관이 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통계작성 담당 부서를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재의 통계 제도로 정착되었다. 어떤 통계는 반드시 어느 정부 부처가 만들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각국의 정부 구조와 조직의 특징, 통계업무의 역사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통계 제도와 통계기관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종합적이며 대표적인 경제통계라 할 수 있는 국민 계정(국민소득통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작성한다. 그러나 미국은 상무부 경제분석국에서, 일본은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에서 이를 작성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통계를 어느 기관에서 작성하는가, 어떤 통계 제도가 바람직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좋은 통계를 만들 수 있는가이다. 이번에는 주요 선진국의 통계 제도와 조직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통계가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통계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2만에 육박하는 미국 연방정부 통계인력

미국은 강대국답게 통계 제도도 잘 정비돼 있다. 미국은 전형적인 분산형 통계 제도를 채택해 각 정부 부처가 소관 업무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한다. 이 경우 통계의 중복과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 전체 차원에서 통계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중앙통계기관이다. 미국의 중앙통계기관은 대통령실의 예산관리처(OMB,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이다. 이 기관은 예산·회계절차법(Budget and Accounting Procedure Act)과 서류사무감축법(Paperwork Reduction Act)에 근거해 연방정부의 통계 활동을 예산으로 총괄·조정한다.

미국 연방정부에서는 2017년 기준 128개 기관이 국가통계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가운데 상무부 경제분석국과 센서스국, 법무부 법무통계국, 노동부 노동통계국, 교통부 교통통계국, 농무부 농업통계국 등 13개 기관이 주요 통계작성기관으로서 활동한다. 이들 기관은 자기 부처가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할 뿐 아니라 정부 다른 부처 요청에 따라 통계작성을 대행하기도 한다. 13개 통계작성기관은 소속 인력을 기준으로 볼 때 하나하나의 규모가 대개 우리나라 통계청보다 크다. 이들 기관은 통계의 작성뿐만 아니라 분석‧연구 업무도 수행하며, 통계학을 비롯한 경제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 각 분야 우수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전체 통계 관련 인력은 2016년 기준 총 19,596명인데, 통계학자, 경제학자, 기타 연구자와 통계전문가 등 전문인력이 전체 1/3 정도를 차지한다. 상무부 센서스국은 인구센서스, 경제센서스 등의 주요 기본통계를 포함해 약 200종의 통계를 생산한다.

영국은 200여 기관에서 국가 통계 생산

영국은 1990년대 말 통계 부실이 중요한 정치 문제로 등장하여 개혁이 강력히 추진됐다. 1980년대 이후 대처 정부는 정부 기능의 민간 이전을 큰 폭으로 추진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통계기능도 많은 부분 민간으로 이전되었다. 이에 따라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통계 부실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부정확한 통계로는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가 기능의 효율화라는 관점에서 통계 개혁이 추진되었다. 이 결과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걸쳐 대대적인 통계 개혁이 추진되어 통계작성기관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영국은 다수 정부 부처와 정부기관, 비행정기관들이 정부 통계를 생산하는 전형적인 분산형 통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 국가통계청(ONS: Office of National Statistics)를 비롯하여 중앙정부의 각 부처와 산하기관, 비행정기관 등 200여 기관에서 국가 공식통계를 생산한다.

통계가 여러 정부기관에서 분산돼 작성되다 보면 자칫 부실 통계와 중복 통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은 이를 감시하고 평가하기 위해 통계위원회(UKSA: United Kingdom Statistics Authority), 통계기관 간의 정보교류를 위해 정부통계협의회를 두고 있다. 국가통계청은 영국의 공식통계기관 중 최대 규모 중앙통계기관으로서 조직의 독립성과 통계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영국의회에 소속돼 있다. 국가통계청은 영국 전체의 경제, 사회, 인구 관련 통계의 작성과 보급을 주된 기능으로 하고 있으며, 2016년 현재 260종 정부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국가통계청은 중앙에 3,000명, 지방에 3,000명으로 모두 6,0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 중앙정부 24개 부처에 1,000여 명, 4개 위임정부에 1,00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미국의 13개 통계작성기관은 통계의 작성뿐만 아니라 분석‧연구 업무도 수행하며, 통계학을 비롯한 경제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 각 분야 우수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 pixabay

일본 경제산업성 200명, 한국 산업자원부 단둘

일본 역시 분산형 통계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총무성 통계국은 인구센서스를 비롯한 경제센서스, 사업소‧기업조사 등 기간통계를 작성하고 있으며,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는 국민소득통계, 경제산업성 통계그룹에서는 경제와 산업 관련 통계, 농림수산성 통계부는 농림어업 관련 통계를 작성한다. 이외에도 법무성, 재무성,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등 각 정부 부처는 각자 통계담당부서를 두고 소관 업무와 관련한 통계를 작성한다. 독립행정법인인 통계센터는 각 정부 부처에서 조사한 조사자료를 전산 처리하고 관리하며 통계표를 작성하는 일을 맡는다.

총무성 통계국이나 통계센터는 인력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통계청 본청과 비슷한 규모의 조직이며,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통계담당 조직도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산업자원부에는 2명의 통계담당 직원을 두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200명 정도의 통계조직을 두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통계청의 경제통계국 직원 수보다도 훨씬 많다.

일본은 지자체에서도 상당한 통계담당 조직을 두고 있다. 광역지자체에는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150명 정도 통계담당 인력을 두고 있으며, 이들 지자체의 통계조직은 중앙정부가 행하는 통계조사의 조사업무를 담당함과 동시에 자기 지역에 관한 독자적인 통계를 작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경우 통계조사업무를 통계청 정식 직원이 직접 담당하지만, 일본의 지자체는 통계담당 공무원이 직접 조사는 하지 않으며, 임시 조사원을 고용해 이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광역지자체에는 기껏해야 서너 명 통계담당 직원을 두고 있을 뿐이며, 이들도 통계업무를 전담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무와 병행해 통계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기초자치단체에도 5~10명쯤 통계담당 인력을 두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1명 정도를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 통계조직과 인력을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해보면, 조직이나 인력 면에서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이런 취약한 통계작성 환경에서 어떤 근거로 “세계 5대 통계 강국”이니 “통계 선진국”이니 하면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통계작성기관의 취약성이나 통계인력의 부족은 곧바로 통계의 부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통계의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통계조직과 인력이 불충분할 때 통계 부실의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통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통계인력

필자가 10년 전 2년간 통계청의 통계개발원장 직을 마치고 통계청 직원들에게 고별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강연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전체 국가통계인력은 4,0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일 것입니다. 전담인력만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줄어들겠지요. 그런데 우리 통계청 인력규모는 어떻습니까? 2,300여명의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직원을 합하면 3,000명이 넘습니다. 통계청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정부기관의 통계전담인력은 고작해야 500명 남짓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대통령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정부 통계인력의 80% 가까이 모여 있는 통계청이 국가통계의 7%만을 생산하고, 나머지 20% 인력이 국가통계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현실을 대통령이, 그리고 국민이 안다면, 도대체 통계청이란 무엇을 하는 조직이고, 또 다른 정부기관은 무엇을 어떻게 해서 통계를 만든다는 것인가? 당장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퀴즈 문제를 두 개 내겠습니다. 한번 맞혀 보십시오. 먼저 1번 문제입니다. 가계조사통계 등 주요 통계 작성에서 일본 통계국은 통계청과 비교해 10배 정도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기 1) 일본 통계국 직원의 능력이 우리 통계청 직원의 1/10에 불과하므로, (보기 2) 우리 통계청 직원은 필요한 일의 에센스만 골라 하는데, 일본 통계국 직원은 90%가 안 해도 되는 불필요한 일을 하므로, (보기 3) 우리 통계청이 일본 통계국과 비교해 덜 철저하게 통계작성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두 번째 문제입니다. 규모나 난이도 면에서 비슷한 정도의 통계를 작성하면서, 예를 들면 교육과학기술부는 통계청보다 1/10 정도 인력만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기 1) 과학기술부 직원의 능력이 통계청 직원보다 10배나 뛰어나기 때문에, (보기 2) 과학기술부 직원은 필요한 일만 에센스를 골라 하는데, 통계청 직원은 90%가 안 해도 되는 불필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보기 3) 과학기술부가 통계청보다 덜 철저하게 통계작성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정답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우리가 세계 5대 통계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 중 상당수를 제쳐야 하는데, 과연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흔쾌히 추월당할 용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화려한 캐치프레이즈보다는 정말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때입니다.”

“집중형 통계 제도가 좋으냐 분산형 통계 제도가 좋으냐, 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분산형을 택하든 집중형을 택하든 통계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산자부에 해당하는 경제산업성은 통계청 경제통계국보다 더 큰 통계조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후생성은 통계청 사회통계국만한 통계조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동성, 문부과학성 다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 기관의 조사를 대행해주고 있습니다. 통계센터는 이들 기관의 통계처리를 대행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분산형 통계 제도가 성립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상무부 센서스국 외에도 각 부처 통계기능을 수행할 수많은 통계작성조직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우리 통계청 본청보다 훨씬 큰 기관도 적지 않습니다. 또 이들 기관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선진화해 있습니까? 또 스스로 통계조사를 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기관에서는 센서스국 등이 통계작성을 대행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부 각 부처가 충분한 통계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분산형 통계 제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산형 통계 제도를 운영할 기본 여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분산형 통계 제도를 고수한다고 하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입니까?”

필자가 이와 같은 내용의 강연을 한 지 꼭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10년 전 필자가 가졌던 문제의식이나 우리나라 국가통계 여건이 그동안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공론장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공론장이 건전해지려면 객관적 현실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게 통계다.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도 여론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도 통계 왜곡에서 출발한다. 언론인은 통계 해석을 잘못하면 ‘사회의 공적’이 될 수 있지만 잘하면 ‘해석특종’을 할 수 있다. 통계전문가인 이재형 박사가 통계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을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는 그는 <국가통계시스템발전방안>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등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해왔고 통계청 통계개발원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편집 :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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