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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통계학자보다 잘할 수도 있는 일
[이재형의 통계 이야기] ⑲
2019년 06월 13일 (목) 21:19:09 이재형 박사 jhlee01@kdi.re.kr

국가 통계기능의 효율화와 통계제도 

   
▲ 이재형 박사

지난번에 통계를 생산할 때 국가(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국가 전체 자원 가운데 통계 분야에 배분되는 자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그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에 필요한 통계를 효과적으로 많이 작성해 공급하는 것이 통계기관의 임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 통계작성기관에서 통계를 담당하는 인력은 5천명 정도다. 통계작성기관이란 정부 승인통계를 작성하는 기관을 말한다.

그러면 국가는 효율적인 통계생산을 위해 제도적 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해답은 통계행정의 특성과 통계의 생산구조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계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을 통계작성기관의 사업비에 국한해 파악하는 경향이 있으나, 경제적 의미의 통계생산비용은 통계생산에 투입되는 모든 자원에 대한 기회비용 개념으로 이해하면 타당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통계생산비에는 통계작성기관이 특정 통계를 생산할 때 드는 직접 사업비 말고도 기관 운영을 위한 경상예산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통계생산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기관이나 조사대상자들의 시간과 인력 또는 정신적 부담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통계조사대상자인 기업이나 국민은 통계조사에 응답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이런 것들도 모두 통계생산에 드는 비용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통계생산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며, 통계행정의 효율성 제고는 이러한 비용구조를 감안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통계생산에도 ‘규모의 경제성’(economies of scale)과 ‘범위의 경제성’(economies of scope)이 작용한다. 규모의 경제성이란 제품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단위당 비용은 줄어든다는 경제원리다. 예를 들어 논 5마지기를 농사짓는 것보다 100마지기 농사를 지으면 쌀 1가마당 생산비용이 싸게 먹힌다. 생산량이 많으면 투입되는 생산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다. 예를 들면 모내기를 하거나 수확을 할 때 어차피 트랙터 등 농기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경작 면적이 넓다고 농기계 사용 비용이 비례해서 비싸지는 것은 아니다.

‘범위의 경제성’이란 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여러 제품을 생산하면 단위당 비용이 줄어든다는 원리다. 기업을 운영할 때 공통 자원이 필요한데 이것은 생산하는 제품수가 많다 해도 공통 자원을 그에 비례하여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다. 예를 들어 과자를 만드는 회사라면, 한 종류의 과자만을 만들더라도 사장과 이사가 있어야 하며, 총무과, 재무과, 관리과 등 사무조직이 필요한데, 아이스크림을 함께 생산한다고 해서 이러한 조직을 둘 셋씩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통계생산도 이러한 경제원리가 적용된다. 한 통계를 작성하는데 표본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그에 비례하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 한 통계작성기관에서 여러 개 통계를 만들면 통계당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생산하는 통계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기본적인 행정관리조직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데이터 관리와 통계표 작성을 위한 전산업무, 연구개발 업무 등 여러 통계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통계생산도 다른 농산물이나 제조업 제품처럼 생산비용의 특징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비용은 줄이고 이용은 늘리려는 노력

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물건을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cost)에 겨주어 그로부터 얻는 생산물(product)이나 편익(benefit)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편익/비용이나 생산/비용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효율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생산이나 편익을 높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통계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는 모두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면 하나의 통계가 이미 생산되어 있다고 할 때, 즉 통계 생산비용이 이미 결정됐다고 할 때 통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편익, 즉 통계의 이용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국가 통계업무의 효율성은, 목표 수준의 통계 품질을 충족한다는 전제 아래, 생산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고 그 이용을 확대함으로써 높일 수 있다.

통계제도란 사회가 요구하는 통계를 생산, 공급하고 이를 적절히 제공하는 종합적인 통계행정 체계를 의미한다. 즉, 국가(정부)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통계수요를 파악하고, 통계수요에 대응하여 적절히 통계를 생산(작성)하며, 생산된 통계를 통계수요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국가적 체계를 말한다. 통계조직은 통계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개별 통계작성기관을 의미한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통계조직이 구성‧배열되어 있는 체계가 바로 통계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통계제도와 조직은 통계라는 정보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여러 통계자원들을 조합하고 배분하며, 이들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기본 틀로 기능한다.

통계는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정책당국자나 언론인들도 통계라면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이가 많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학으로 골머리를 썩였고, 수학 가운데서도 특히 통계는 더욱 많은 학생의 머리를 아프게 한 것이 이유일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통계라 하면 먼저 통계학을 떠올리고, 수학보다 훨씬 더 어렵고 골치 아픈 거라고 생각하고 듣기도 전에 손을 내젓는다. 통계를 통계학으로 생각하는 선입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국가통계가 작성되고 있는지, 통계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문제에 부닥치면 많은 이들이 그것은 통계전문가들이 판단할 영역이라고 내쳐버린다. 그들이 생각하는 통계전문가는 대개 통계학자들이다.

자동차나 반도체 제조업체와 통계작성기관을 비교해보자. 자동차와 반도체는 첨단산업제품이므로 관련된 과학 지식의 축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많은 과학자나 기술자가 연구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자동차나 반도체 제조회사 전체로 보면 과학자나 기술자가 하는 역할은 극히 일부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회사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재무, 노무관리, 하도급 협력회사 협조, 인사 등 다양한 기능이 종합적‧유기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인력구성 면에서도 과학자와 기술자가 중요하지만, 경영능력을 가진 사람, 회계전문가, 행정전문가, 생산현장의 기술자나 기능인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 통계 작성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계작성기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적절이 배치되고 활용돼야 할 것이다. ⓒ pixabay

이들은 모두 자기가 담당한 분야에서 자기 구실을 다하지만, 이들이 자동차나 반도체의 과학적 원리에 관해 깊은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동차나 반도체 회사는 다양한 인력과 기능, 생산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전혀 모르는 이들도 스스로 운전 경험을 통해 자동차의 개선점에 관해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의견들은 제조업체에 전달돼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소중한 정보가 된다.

통계도 마찬가지다. 통계 전문가들이 담당할 영역이 중요하지만 통계 작성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계작성기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적절이 배치되고 활용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표본조사 통계에서 표본 추출 등을 위해서는 통계학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응답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현장조사를 할 때는 통계학에 전혀 지식이 없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마음씨 넉넉한 중년 여성이 뛰어난 통계학자보다 훨씬 더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통계작성기관도 자동차나 반도체 업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계생산 부문도 통계학자나 경제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관심만 있다면 상식을 가진 일반시민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집중형이냐 분산형이냐

국가통계 문제를 다룰 때 제도적‧조직적 측면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은 통계가 매우 전문적인 분야여서 국가통계의 문제를 흔히 통계이론의 문제나 통계학 차원의 문제로 파악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 분야나 정책부서에서는 통계를 전문 분야로 치부해버리고 제도나 조직 문제에는 등한시하기 쉽다. 그렇지만 통계라는 재화도 다른 상품이나 용역과 마찬가지로 특정 생산과정을 거쳐 나오는 생산물이기에 그 생산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통계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집중형과 분산형이 그것이다. 집중형 통계제도란 국가의 모든 기본 통계를 한 통계생산기관이 생산하는 제도를 말하며, 분산형 통계제도란 개별 정부부처가 각각 소관 행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통계를 스스로 작성하는 통계제도를 뜻한다. 그러면 어느 쪽이 좋은가? 여기에는 하나의 해답이 있을 수 없다. 두 제도가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처럼 완전 분산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캐나다처럼 완전 집중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특정 국가가 어떤 형태의 통계제도를 채택할지는 정부조직의 전통, 행정기구의 작동원리, 국가(또는 정부) 규모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분산형 통계제도를 택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견주면 매우 집중된 형태다.

집중형과 분산형은 각자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대체로 집중형의 장점은 곧 분산형의 단점이 되며, 집중형의 단점은 분산형의 장점이 된다. 집중형 통계제도는 통계 전문인력의 집중 활용,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 효과에 따른 통계예산 절감, 통계 조사대상자와 통계이용자의 부담 경감, 통계작성기관의 중립성과 전문성 확보, 통계자료의 효율적 축적과 관리 등 많은 장점이 있다. 반면에 통계작성자와 통계이용자 사이 소통이 부족할 수 있고, 정책 분야와 관련한 통계작성기관의 전문지식 부족, 중앙통계기관의 비대화 등과 같은 단점도 지적된다.

마이크로데이터 활용의 걸림돌

집중형과 분산형이 갖는 이런 장단점은 어느 나라가 특정 통계제도를 선택할 때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중형이나 분산형 통계제도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 제도가 갖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배제하거나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집중형이냐 분산형이냐를 떠나서 제도를 선택했을 때 그 제도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중형 통계제도를 선택했다면 중앙통계기관이 정부 부처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통계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분산형 통계제도를 선택했다면 정부 부처들이 고품질 통계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함과 동시에 중앙통계기관에게 효과적인 통계조정 기능이 부여돼야 할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그동안 이 칼럼을 통해 통계 이용에서 마이크로데이터 활용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으며, 통계작성기관도 마이크로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통계작성기관이 마이크로데이터 제공을 결정했다고 해서 그것을 간단히 실행하기는 어렵다. 통계 제공은 응답자의 비밀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응답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마이크로데이터를 제공하려면 데이터 보안과 관련한 여러 가지 기술과 장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부분 통계작성기관이 한두 명 통계담당 직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 내에 마이크로데이터 제공을 위한 환경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회적으로 마이크로데이터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는데도 많은 통계작성기관은 이를 외면해버리는 게 현실이다. 분산형 통계제도는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만약 국가통계 전체 마이크로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을 둔다면 분산형 통계제도 아래서도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공론장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공론장이 건전해지려면 객관적 현실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게 통계다.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도 여론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도 통계 왜곡에서 출발한다. 언론인은 통계 해석을 잘못하면 ‘사회의 공적’이 될 수 있지만 잘하면 ‘해석특종’을 할 수 있다. 통계전문가인 이재형 박사가 통계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을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는 그는 <국가통계시스템발전방안>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등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해왔고 통계청 통계개발원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편집 : 황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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