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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사업가’가 제시한 ‘경제 살리기’ 비법
[TV를 보니]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019년 02월 01일 (금) 11:07:05 장은미 기자 josinrunmi@naver.com

우리 집 고양이 주치의는 동네에서 소문난 ‘츤데레’ 수의사 선생님이다. 무뚝뚝하게 동물의 상태를 묻고, 보호자에게 쌀쌀맞다. 진료중에 그에게 혼나는 것 같았다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 어떤 보호자는 그에게 호통도 들었다. 그래도 그 병원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나 역시도 가깝고 친절한 수의사가 있는 동물병원 대신, 긴 대기시간을 감수하고 그곳으로 간다. 그의 진료 실력 때문이다. 동물들에게도 다정하다. 진료를 마치고 무심히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길에서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어서 믿음이 간다. 고양이를 반려하고 나서 수많은 병원에 다녔지만 괜찮은 곳은 소수였다. 좋은 인테리어, 친절한 수의사와 수의 테크니션, 편리한 주차공간, 교통 편의, 저렴한 진료비 등 모든 조건을 다 갖춰주면 좋겠지만 병원을 찾는 목적은 치료 아닌가. 생각보다 기본에 충실한 곳이 많지 않다.

‘음식점 폐업률 92%’와 백종원의 인기

SBS에서 방송중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인터넷 화제성을 조사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점유율이 6.29%로 3주 연속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지상파를 주 대상으로 한 TNMS 미디어데이터 조사 시청률도 5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월 5일 첫 방송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수도권 시청률이 10.1%로 두 자릿 수를 넘었다. ‘골목식당’은 백종원의 개인기에 상당히 기댄 프로그램이다. 한 언론사에서 선정한 ‘2018 히트상품’ 10선 중 외식 분야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뽑히기도 했다. 백 대표가 이끄는 TV 프로그램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tvN ‘집밥 백선생’,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Olive ‘한식대첩’,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등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백종원 레시피’나 ‘백종원 맛집’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자영업자들의 진입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며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도 식당을 열라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를 향한 국회의원들의 칭찬과 질문, 러브콜이 이어졌다. ⓒ KBS 뉴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는 21.3%로 568만2000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5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83만7714명이었다. 신규 개업자 대비 폐업률은 음식점이 92.7%로 가장 높다. 자영업자 대출이 600조 원 규모임을 고려하면 빚을 내서 음식점을 열지만 살아남는 것은 10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2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대표는 우리나라 외식 산업의 문제점을 묻는 백재현 의원의 질문에 “우리나라는 외식업이 포화 상태”라면서 “식당 하시는 분들이 너무 겁 없이 준비 없이 뛰어들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답했다.

식당 주인과 손님이 손바닥을 맞출 때

시청자들은 한번쯤 가봤을 만한 식당들을 브라운관 안 ‘골목식당’에서 만난다. 살면서 만난 식당은 ‘이 집은 이게 문젠데’라고 손님 편에서 생각하게 되지만, ‘다음에는 안 와야지’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괜찮은 식당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영업자뿐 아니라 손님에게도 좋은 일이다. 식당과 손님에게 모두 좋은 일을 백종원 대표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셈이다.

백 대표는 지난달 11일 <뉴시스> 인터뷰에서 “외식업자는 음식값을 낮추고, 손님은 음식 칭찬도 해주고 잘 먹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서로 손바닥이 맞을 때’ 우리나라 외식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한다”며 “그 이익은 나를 비롯한 외식업자에게도 오고 소비자에게도 간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외식산업에 보탬이 된다면 앞으로도 그런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 대표의 외식산업 철학은 사람들 공감을 산다. 외식사업에 관한 그의 진정성과 기본기에 박수를 친다. 식당에 가는 이유도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다. 그러나 이 단순한 욕망이 식당에서 실현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시청자들의 기억 속 식당, ‘골목식당’ 사례에서 보듯 위생, 재료 손질, 늘 같은 맛을 내는 요리법, 정량 등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백 대표에게 칭찬받은 곳은 모두 이런 기본을 잘 지킨 식당이다.

백종원이 화병 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

가장 화제를 모은 방송은 ‘홍은동 포방터 시장편’이다. 백종원 대표는 홍탁(홍어+탁주)집 아들에게 “어머니가 무슨 죄냐”, “더 망신당해야 해”, “노력은커녕 기본이 안 돼 있다”고 일갈하면서 ‘불효자 정신 개조’를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백 대표는 직접 사비를 들여 매일 생닭을 보내면서 홍탁집 아들에게 재료 손질을 시키고 자신에게 확인 문자를 보내게 하는 등 숙제를 냈다.

   
▲ ‘홍은동 포방터 시장편’에 등장한 홍탁집 아들에게 누리꾼들은 그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하며 악플을 쏟아냈다. 일반인을 지나치게 비난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 SBS ‘골목식당’

‘골목식당’ 이관원 PD는 지난해 11월 8일 <스포츠조선> 인터뷰에서 “홍탁집 아들 문제는 섭외한 제작진도 자세히 몰랐는데 백종원이 음식점 아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아들 문제와 어머니 노고까지 알게 됐다”고 했다. 백 대표는 방송을 통해 홍탁집 어머니에게 “아들을 내가 혼내 주겠다, ‘사우디에서 온 삼촌’이 되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시청자는 기본기가 안 되어있거나 불성실해 보이는 자영업자에게 분통을 터트린다. 반면 다양한 방법과 탁월한 성찰로 각 식당에 맞는 해법을 내놓는 백종원에 감동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식당 주인들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모습은 그의 가치를 더 높인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뉴스에 이런 댓글이 줄을 잇는다.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백종원의 모습에 나도 감동받았다, 대단하다.” “백종원의 인내심 테스트 프로그램.”, “백종원을 화병 나게 하려고 하냐.”

백 대표를 칭송함과 동시에, 고집을 부리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출연자의 모습에 분노한다. 냉정한 태도를 보이며 회의감도 드러낸다.

“사람은 잘 안 변해요. 저럴 시간에 다른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 주는 게 좋지 않나?”

‘백종원이 했으면 하는 사업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종원이 했으면 하는 사업’ 리스트가 돌아다닌다. 족발, 피자, 보쌈, 치킨, 부동산, 미용실 등등. 이런 사업도 해달라는 누리꾼들 요청에 닮긴 속뜻은 그만큼 해당 업계의 가격, 서비스 등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 중에는 ‘이건 아닌데’ 싶은 곳도 적지 않다. 뉴스 속에서 만나는 영세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살려야 하지만 내가 만나는 ‘문제가 있는 자영업자’는 다른 문제가 된다.

   
▲ 홍은동 포방터 시장편’에 등장한, 부부가 운영하는 돈가스집. ‘골목식당’ 시청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 SBS ‘골목식당’

백종원 대표가 외식산업에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다. 그는 다수의 방송을 통해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요리를 했다, 전국에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다가 학사경고도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요리 자격증 하나 없는 백종원 대표의 커리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애정을 갖고 걸어온 결과다. 국감에서도 그가 ‘골목식당’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아무나 식당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 일에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라는 그의 조언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홍은동 포방터 시장편’에 등장한 또 다른 식당인 돈가스집은 극찬을 들었다. 메뉴를 21개에서 3개로 줄이도록 설득하면서 손님이 줄어들면 책임지겠다는 각서까지 써줬다. 단가의 50% 이상을 재료값에 쓴다는 17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는 백종원의 시식에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잘 튀겼다”는 칭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만든 돈가스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장님이 곳곳에 있다면 굳이 맛집을 찾아다닐 이유도 없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요리에 자부심을 갖고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얼마나 있을까?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수는 경쟁에 밀려 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 전국을 다닌다. 백종원을 통해 자신의 음식에 자부심을 갖고 파는 식당이 흔해지길 바라는 소박함을 기대한다. 올해 정부 경제정책 1순위는 자영업자 살리기다. 자영업자를 살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보다 백종원이 소박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편집 : 오수진 기자

[장은미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장은미입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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