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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소통, 일단 실패한 시사토크쇼
[TV를 보니] 포맷 안착 시급한 KBS1 ‘오늘밤 김제동’
2018년 09월 28일 (금) 12:37:55 임지윤 기자 dlawldbs20@naver.com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오늘밤 김제동이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일부터 공영방송 KBS1을 통해 시작한 시사토크쇼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자주 등장하는 마무리 멘트다. 진행자인 김제동은 한때 ‘최고의 입담’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좌편향, 빨갱이, 종북’ 소리를 듣는 그를 방송보다는 광화문광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가 KBS에 복귀한 것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노제 사회를 맡은 일로 KBS2 '스타 골든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한 이후로 9년만이다. 최근에 밝혀졌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 때 김미화, 문성근, 윤도현 등과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82명 중 한 사람이었다.

   
▲ '오늘밤 김제동' 시사프로그램이 지난 10일 첫 방송을 했다. ⓒ KBS

편향성 논란 휩싸인 김제동 캐스팅

김제동은 기자간담회에서 “복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랜만에 하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편향성 논란 질문에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블랙리스트는 적힌 사람이 아니고, 적은 사람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저 생각보다 그렇게 편향적이지 않아요. 저는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전달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여기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자세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 잘 묻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바람과는 달리 편향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중앙일보> 양성희 논설위원이나 <뉴스타운> 박한명 논설위원 등은 편향성 논란을 넘어 재미도 없고 진행자의 역량과 제작진의 기획력도 크게 떨어진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2.8%로 시작해 지금은 1.8%까지 떨어지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과연 프로그램이 지속할 수 있을까? 문제는 무엇일까? 장점은 없을까?

   
▲ '오늘밤 김제동' 1화 '오늘 밤을 버티는 사람들' 자료 화면 갈무리. ⓒ KBS

‘오늘밤 OOO’, 김제동이 아니었다면?

먼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진행자 김제동에 관한 분석이다. SBS ‘힐링캠프’,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소통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원래 시사교양 프로그램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던 인물이다. 대학시절부터 결혼식이나 돌잔치,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축제 진행을 맡으며 쌓아온 순발력과 재치, 솔직한 입담이 그가 가진 무기였다. 그런 김제동을 방송계에 들여온 곳이 KBS였다. 2002년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방송을 쉴 때조차도 전국을 누비며 토크콘서트를 열고 광장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가진 무기에 공감과 소통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더해진 것이다.

그는 정치적인 색깔이 항상 논란거리였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는 유가족 농성장을 방문해 “태평양도, 대서양도 아닌 내 나라, 내 땅, 내 바다에서 아이들이 죽어갔는데, 책임을 누구한테 물어 보라는 거야”라며 유가족과 함께 분노했다. 성주 사드 논란이 있을 때는 “정부 없고 나라 없는 국민만 서러운 게 아니고, 국민 없고 시민 없는 정부도 힘이 없어 서러운 것”이라며 주민들 곁에 섰다. 그는 항상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고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 보수언론은 이런 그의 모습에 ‘좌편향 방송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정권은 블랙리스트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제동을 KBS라는 공영방송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세우는 것은 크나큰 결심이었을 터이다. KBS 제작진에게도 큰 결심이고, 김제동 자신에게도 그렇다. 그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입소문이 두려웠을 것이다. 방송인으로서도, 소신을 지키는 한 나라 시민으로서도. ‘오늘밤 김제동’ 2화를 보면 김제동이 게스트로 나온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에게 농담을 던지는 장면에서 그런 심정이 드러난다.

“생각보다 편파적이지 않죠? 시간을 3분이나 더 드린 겁니다. 자유한국당 가서 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 생각보다 편파적이지 않다고.” 

김제동에 관해 어떤 정보도 없는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봤다면 어땠을까? 김제동을 편향적이라고 얘기했을까? 그런 사람조차도 “김제동의 진행이 편향적인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김제동과 제작진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2주 동안 방송된 8편의 내용에서 김제동의 정치적 편향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가 ‘어린이, 이산가족, 밤늦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음악감독’ 등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을 자주 언급한 것을 두고 편향적이라 할 수는 없다.

‘음악감독님’을 자주 언급한 것은 좀 특별하다.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나영석 프로듀서를 자주 언급하고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김태호 프로듀서를 자주 언급했지만 음악감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잘 보지 못하고, 잘 듣지 못하며 그냥 지나쳐버렸던, 그러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한 개인을 진행자로서 비춰준 것이다.

김제동에 따르면 KBS 프로듀서들이 그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실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섭외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KBS 프로듀서들도 김제동이 가진 약점,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책임감을 알았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제작진은 이렇게 답했다.

“일단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프로그램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분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누굴까 했지요. 굳이 설명 드리지 않더라도 김제동씨가 아주 적합한 분이라고 생각해서 섭외하게 됐습니다." 

제작진이 말하는 소통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진행자는 세상에 많다. 하지만 김제동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진행을 했다면 어려울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제작진은 고려했을 것이다.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 강호동이 없는 ‘아는 형님’을 생각하기 어렵듯이 ‘오늘밤 OOO’에서 김제동으로 빈 칸을 채운 건 제작진이지만, 대답은 김제동이 보여주어야 한다. 그만이 가진 고유한 그 무엇인가를. 

   
▲ 세월호 보도 당시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KBS뉴스 갈무리. ⓒ KBS

변화의 시작을 알린 ‘오늘밤 김제동’

‘오늘밤 김제동’이 탄생한 배경은 KBS의 ‘잃어버린 10년’에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지키지 못한 언론의 자유, 정치적 중립, 시민을 위한 헌신 등 저널리즘 윤리에 관한 자성이 그 출발점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의 '전원구조' 오보는 역대 최악의 '흑역사'로 꼽힌다. <시사IN>에서 실시한 ‘2018년 대한민국 언론매체 신뢰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KBS는 16.4%로 2위를 기록해 지난해에 비하면 한 단계 올라섰다. 하지만 32.2%로 1위인 JTBC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불신매체 조사에서도 11.4%로 <조선일보> <TV조선> MBC 뒤를 이어 4위다. 이런 결과는 강제로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으로서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국가기간방송으로서 KBS는 마땅히 부동의 신뢰도 1위 매체여야 한다.

KBS는 변화가 필요하다. 소통을 통해 그동안 떠나간 시청자를 다시 불러모아야 한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이 KBS 1TV 주시청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젊은 시청자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김제동’과 ‘생방송’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고 새로운 포맷의 일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병권 부장은 ‘오늘밤 김제동’의 탄생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다.

“기존 시사 프로그램이 어렵고 딱딱해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물이 '오늘밤 김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티저] MC 김제동이 소개하는 오늘밤 김제동은? '오늘밤 김제동' 갈무리. ⓒ KBS

변화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밤 김제동’은 원래의 목표대로 잘 흘러가고 있을까? 2주 방송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동안만 놓고 봤을 때 아쉬움이 크다. 보통 주간 단위 다른 시사 프로그램들과 달리 ‘오늘밤 김제동’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주 4회, 11시 30분이 되면 시청자들을 만난다. 그래서 월-수, 화-목 두 팀으로 나누어 팀당 6명씩 총 12명의 프로듀서와 팀당 5명씩 총 10명의 작가가 프로그램을 만든다. 현재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최대한 투입됐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하지만 변화를 꿈꾸며 만든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라기에는 제작진의 실수가 너무 많았다.

‘오늘밤 김제동’의 큰 틀은 3단계로 이뤄진다. 시작은 ‘오늘의 뉴스’를 김제동이 소개하는 것이고, 중간 메인은 한 가지 특정 이슈를 놓고 관련 전문가와 나누는 토크코너다. 마지막은 ‘오늘 밤을 버티는 사람들’ ‘오늘밤 다큐’ ‘역스타그램’ 등 날마다 다른 포맷을 보여준다. 중간중간에 라이브 댓글 소개, 해외에 나가있는 프로듀서의 실시간 영상 연결, ‘오늘밤 제목학원’ 등으로 생방송 특징을 살린다.

문제는 시간이다. 30분 정도 안에 이 많은 포맷을 다루려니 시청자는 덩달아 조급해진다. 뭔가 전문가로부터 깊이 있는 얘기를 듣는다 싶으면 ‘생방송’이란 이유로 중단되고, 끝으로 갈수록 김제동의 진행에서도 급함이 느껴진다.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책임 못 지는 욕심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첫 화부터 방송사고가 이어졌다. ‘오늘 밤을 버티는 사람들’에서 잠을 자야 하는 밤, 자지 못하고 무언가를 하는 소시민과 실시간 영상통화를 연결했지만 소리가 계속 끊겼다. 첫 화이고 생방송이기니 제작진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만 준비와 대처가 미흡해 10분 가량 전파를 낭비했다. 3화에도 방송사고가 계속되었다. 시간 관리나 라이브 연결, 음악 연결 등 기술적인 사고가 시청자를 짜증나게 했다. 김제동이 재치있게 넘어가려 했지만 시청자가 보기에는 불편했다. 다행히 방송이 거듭될수록 문제가 조금씩 고쳐졌지만 KBS의 변화를 기대한 수많은 시청자의 실망을 자초했다.

자잘한 사고에도 ‘오늘밤 김제동’이 가진 ‘유쾌한 소통’이라는 방향이 뚜렷한 만큼 KBS를 떠난 시청자를 다시 불러모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방송 중, ‘가리베가스’에서 소개된 서울 가리봉동의 중국동포 이야기나 ‘역스타그램’에서 소개된 약 1,400년 전 ‘최초의 정상급 평양회담’ 등은 내용이 신선했다.

개선해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당연하고 내용에서도 그렇다. 여덟 번 방송 중 절반 이상이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쟁점을 다뤘지만 반복되는 말들과 맥락 없는 농담이 주를 이루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요 시사현안을 시민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목적은 이해하지만 시청자가 ‘뉴스 한 번 더 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미 시청자는 JTBC의 ‘뉴스룸’을 통해 다양한 시사현안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다.

더욱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밤 김제동’이 걱정해야 할 것은 김제동을 둘러싼 편향성 논란이 아니라 시청자의 무관심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한 개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방송출연금지 등 외압을 넣은 행위 자체가 이미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결국 불법으로 판결난 지금, 언론이 다시 한 번 편향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오늘밤 김제동’은 이제 ‘편향성 논란’에 신경쓰기보다 아이템 개발과 전달방식을 더 고민해야 한다. 방송시간을 늘리거나 포맷을 단순화하는 등 시청자의 눈과 귀를 편안하게 해주는 포맷을 안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오늘밤 김제동이었습니다”라는 마무리 멘트처럼 더 나은 방송을 만드는 ‘오늘밤 김제동’이 되어야 한다.


편집 : 박경민 기자

[임지윤 기자]
미디어콘텐츠부, 환경부, 전략기획부, 시사현안팀 임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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