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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막힌 교실’에 말문을 튼다
[TV를 보니] ‘조용한 혁명’을 꿈꾸는 ‘차이나는 클라스’
2018년 10월 10일 (수) 12:42:49 이자영 기자 delicious_12@naver.com

‘덩따쿵따 쿵따쿵따’ ‘둥둥 둥 둥-‘ ‘개개개-개개개-개개갱’ ‘반길군악’이라는 국악 가락에 맞춰 모두가 강강술래 하듯 원을 그리며 행진한다. 바로 교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주입식 교육이라며 지탄받는 우리 교육계에 신선한 수업이 등장했다. JTBC 교양예능 프로그램 ‘질문 있습니다, 차이나는 클라스’다.

   
▲ 첫 회부터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질문을 통한 수업을 했다.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질문하는 게 직업인 기자도 말문이 막히는 사회

‘기본적인 질문조차 허하지 않는 불통의 시대, 궁금한 것에 대해 묻지 못했고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우리의 삶이 무너져가는 것도 몰랐다. 이제 우리의 교양을 위한 질문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이 사라진 시대, 답답한 침묵을 깨뜨릴 차이나는 클라스가 왔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에서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지점을 어렵지 않게 짚을 수 있다.

   
▲ 2010년 G20 정상회의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기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지만 질문자가 없어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 EBS ‘다큐 프라임’

‘차이나는’이라는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이 수업은 다른 수업과 다르다는 걸 표방한다. ‘질문은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이라며 ‘질문’과 ‘소통’을 강조한다. 이 클라스는 바로 우리 교육의 모습에서 굳어져버린 ‘질문 없는 수업’을 탈피하고자 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개최국 역할에 감사하며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다. 한국 기자들은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질문권은 중국기자에게 넘어갔다. 외국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은 질문이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일까 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막아온 우리나라의 관행이 문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 ‘질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기자들. 그들은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부족함을 내보일까 봐 부담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EBS ‘다큐 프라임’

질문 받고 털어놓은 황석영의 숨은 이야기

학교에서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듯이, 회차마다 예술∙역사∙문학∙과학 등 다른 주제로 다른 강연자가 스튜디오에 등장한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 곧 패널들은 전•현직 아나운서, 아이돌 가수, 배우, 베스트셀러 작가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로 꾸려진다. 모여 앉아 필기를 하며 듣는 수업이 아닌, 넓게 앉아 끊임없이 질문하고, 선생님은 답을 하며, 서로 소통하는 수업이다. 질문은 프로그램 방송 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다. 방송 전후로도 홈페이지를 통해 강연에 관한 시청자의 질문을 받는다.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만든다.

이슈가 된 회차는 ‘광주, 그 아픔과 슬픔을 넘어, 황석영’ 편이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록을 담은 책을 집필한 당시를 회상하며 80년 5월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방송된 이 편은 닐슨코리아 기준 5.062%라는 최고 시청률을 올렸다. 가장 최근 역사임에도, 일방적인 미디어인 책과 영화로 접할 때 새로울 게 없다고 느끼던 것과 달리 그는 책과 영화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에 패널과 시청자들은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반면에 가장 시청률이 낮았던 회차는 ‘광대, 시대를 두드리다, 김덕수’ 편이다. 사물놀이의 창시자 김덕수를 통해 국악과 전통에 관한 강연을 했으나, 1.5% 시청률에 그쳤다. 비공중파 방송의 시청률치고는 높은 수준이지만, 강연자에 관한 관심도에 따라 시청률 진폭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 28회 ‘광주, 그 아픔과 슬픔을 넘어’ 편에서 황석영 작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5.18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곡으로 만든 곡이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진행자 없이도 굴러가는 프로그램

TV 속에서 강연 프로그램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행자와 청중이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차이나는 클라스’에는 진행자가 없다. 누군가 방송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선생과 학생, 대중이 서로 질문을 하고 수업을 만들어나간다. 시각적인 자료 사용도 흥미롭다. MBC의 ‘라디오스타’는 포맷 자체도 관심을 끌었지만 컴퓨터 그래픽(CG)을 가장 흥미롭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차이나는 클라스’도 그래픽 사용을 통해 시청자의 흥미를 돋운다.

그러나 강연자의 검증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청자들한테 강연 주제와 강연자를 추천받지만, 역사나 정치적인 주제에서는 강연자 개인의 사상에 따라 편향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역사학자는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된 강연으로 전공자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 밖에도 80회 강연 동안 수 차례 강연자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명성 있는 강연자를 섭외하는 제작진의 섭외력은 돋보이나, 강연자가 대부분 현직 대학교수인 점은 프로그램을 고루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 첫 시도인 만큼 비판도 받지만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질문은 세련되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회가 갈수록 질문보다는 수업내용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어떻게 질문을 하면 잘하는 걸까’라는 기자의 말처럼, ‘차이나는 클라스’는 질문을 어려워하고, 주목받기 두려워하고, 정해진 ‘답’만 찾으려 하는 사회에서, 굳어져버린 우리의 입을 풀고자 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편집: 고하늘 PD

[이자영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장, 환경부, 미디어콘텐츠부 이자영입니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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