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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워싱턴 룰’을 깨는 이유
[저널리즘특강]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주제 ① 미국은 왜 전쟁을 하는가: 미국 이데올로기와 군사주의
2018년 06월 11일 (월) 21:03:26 김소영 박선영 기자 kim314sy@gmail.com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저널리즘특강]에서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은 ‘미국은 왜 전쟁을 하는가: 미국 이데올로기와 군사주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남∙북 정상이 두 번이나 만났고,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격변기를 설명하면서 박인규 이사장은 “짧게는 70년 길게는 120년 만의 매우 큰 변화”라며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고 북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게 미국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외부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면 일제강점기 같은 고난을 겪을 수 있다”며 “특히 언론인 지망생인 학생들은 한국이 겪고 있는 변화를 미국 이데올로기와 군사주의 등 전체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이 미국 이데올로기와 군사주의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 김소영

미국은 어쩌다 전쟁 국가가 됐나

“우리가 살 길이 한미동맹이라는 건 한국의 이데올로기나 마찬가지인데 미국인에게도 미국 이데올로기가 있습니다. 미국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기보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고 갈 의무와 책임, 권한이 있다고 믿는 겁니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미국은 전세계 1,800개 기지에 약 30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켰습니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미군들이 힘을 발휘해 외국 정치에 개입하는 거죠. 미국은 자신이 세계 평화와 자유 인권을 지키는 나라이기에 세계 곳곳에 미국 군대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1945년도 이후 미국의 행적을 살펴보면 사실 미국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보다 평화를 교란한 가장 큰 주범입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미국이 1945년 이래로 영구 전쟁 국가라고 말한다. 박 이사장은 “미국 사람들은 2차세계대전을 ’굿 워’(good war), 곧 ‘좋은 전쟁’이라고 부른다”며 “역사상 최고의 전쟁이었다고 받아들인 미국인들의 경험이 미국을 전쟁 국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공황을 극복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1920년 뉴욕증시 폭락으로 촉발된 대공황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 공공투자로 극복했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은 강대국이 모두 참전한 2차대전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6년 동안 공급했다”며 대공황을 전쟁 특수로 극복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2차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단숨에 일어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전쟁은 최고의 장사예요. 당시 미국은 전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했고, 외환보유량은 70%를 차지해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는 경제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또한 유럽과 동아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됐지만, 미국 본토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요. 2차대전으로 전사한 독일 인구가 1천만, 소련이 3천만이었지만 미국은 10만에 그쳤습니다. 미국에 2차대전이 좋은 전쟁을 넘어 최고의 전쟁일 수밖에 없는 이유죠.”

미국 사람들이 2차대전을 ‘굿 워’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이유는 좋은 적과 싸웠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미국인들이 난징대학살을 일으킨 일본 제국주의와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독일 나치즘과 싸웠기 때문에 전쟁은 우리에게 돈을 벌어주고 나쁜 적을 없앤 좋은 전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단숨에 경제를 회복했고,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변신했다. 다른 나라와의 이견을 해결하는 미국 군사주의를 뒷받침할 미국 이데올로기가 마련된 것이다.

미국식 자본주의 확장을 위한 마셜플랜

2차대전이 끝난 뒤 사회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지지를 얻었다. 두 차례 세계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자본주의 강대국들이었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군정이 1945년 말 남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고 답한 비율이 70%였다. 당대 유명 과학자 아인슈타인이나 사회운동가 헬렌 켈러도 ‘앞으로의 사회는 사회주의로 가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 박 이사장의 강의를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김소영

미국식 자본주의로 세계를 이끌려 한 미국으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사회주의가 대세인 세상에서 자본주의를 유지할 시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2차대전 후 자본주의가 발달한 서유럽과 동아시아를 부흥시켜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로 만드는 것이 미국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들 나라 또한 사회주의 체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때였다. 미국이 찾은 해법은 ‘마셜플랜’이었다. 트루먼 대통령 집권기인 1947년 발표된 마셜플랜은 미국이 서유럽의 경제 재건을 지원해 사회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으려는 정책으로, 공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PR)이다. 4년간 130억달러가 들어간 마셜플랜은 결과적으로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 경제를 일으키지 못했다. ‘퍼주기’라며 미국 국민의 반대도 심했다.

“한국전쟁으로 미국의 군사주의 영구화”

미국은 실패할 위기에 놓인 미국식 자본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 목표와 계획에 관한 국무 및 국방 장관 보고서(NSC-68)’라는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았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를 공산화하려는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해서 미국의 군비확장을 정당화한 문서다. 박 이사장은 “소련은 2차대전 후 국내 경제를 구하기 바빴다”며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NSC-68을 평가했다. 트루먼 대통령 또한 당시 160억달러 가량의 국방비를 3~4배 늘리자는 무리한 요구가 담긴 NSC-68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전쟁은 트루먼 대통령이 결정을 번복할 수밖에 없게 했다. 박 이사장은 “미국이 보기에 북한은 소련의 꼭두각시”라며 “미국은 소련이 북한을 이용해 전세계를 공산화하려는 첫 번째 음모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미국은 NSC-68를 채택해 1950~53년까지 1500억 달러를 군사 부분에 투자했다. NSC-68은 이후 미국 군사정책의 기본이 된다. 그는 “한국전쟁이 미국의 군사주의를 영구화하는 결정적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군사주의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있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군산복합체’ 연설이 그 중 하나다. 아이젠하워는 1961년 퇴임연설에서 가상으로 만든 군사적 위협으로 군수산업을 일으키는 것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했다. 미국은 2차대전 후 전쟁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룬 국가다. 그에 따라 경쟁이 없고 이윤이 큰 군수산업이 생겨났다. 아이젠하워는 군수산업과 군부가 결탁해 나라의 자원을 군부에 쏟는 현상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미국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했다.

네오콘의 등장과 함께 부활한 군사주의 

베트남 전쟁 패배는 한때 미국에서 군사주의를 완화하기도 했다. 이후 미·소 긴장 완화(데탕트), 중국과 국교수립 등 화해 분위기가 이어졌다. 군사주의의 부활을 알린 건 공화당이 주축인 신보수주의자, 네오콘이었다. 네오콘은 미국이 군사력을 키워 세계의 패권국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네오콘의 조언에 따라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박 이사장은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가치를 무너뜨리려 한 소련이 무너졌으면 당연히 군사력이 필요 없는데 또 적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 지난 3월 트럼프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한 존 볼턴은 네오콘 출신의 대북 강경파로 알려졌다. ⓒ Flicker

박 이사장은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군사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9·11 테러 후 2003년에 일어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아직도 안 끝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은 ‘긴 전쟁’(Long war)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이라크 전쟁은 군부와 군수산업만 살찌울 뿐이지 그 외 미국에 남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최소 3조달러에서 최대 7조달러를 썼다. 박 이사장은 “미국이 국내 복지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데 외국에 적이 있다고 해서 계속 적을 만들어 군수산업에 돈을 써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였기에 변화가 가능했다”

박 이사장은 “군부, 정치인 등 미국의 대외 정책을 이끄는 집단은 미국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군사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워싱턴 룰(Washington Rules)’을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냉전 이후 미국이 군사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적 중 하나가 됐다. 북한과 이란은 현재 미국이 내세우는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은 이 국가들을 내세워 미국 군수산업체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미사일 방어망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앤드루 바세치의 <워싱턴 룰>을 소개하는 박 이사장. ⓒ 김소영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룰 브레이커‘ 구실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엘리트에 의해 외부의 적이 미국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군사주의를 유지하며 군수산업 등 소수 대기업의 이익을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2차대전 이후 모든 정치 엘리트들에게 기본적인 전제였던 ’워싱턴 룰‘을 깨고 있다. 남북과 북미 관계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 군사주의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명분 중 하나인 북한 위협이 사라질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박 이사장은 “트럼프였기에 가능했다”며 “트럼프는 우리(한국)에게 구세주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한승동 김영미 오연호 강정수 이정환 최경영 박인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승운 PD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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