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보다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씁쓸해요.”10대 청소년에게 인간관계는 입시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가치이다. <단비뉴스> 취재팀은 지난 7월 2일부터 이틀간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대 신청자 1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모님, 친구, 선생님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내가 상상하는 하루’를 그려보았다. 문답은 소셜픽션 방식으로 ‘학교 성적이 대학입학에 반영되지 않고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며 돈/시간이 모자라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상이다.친구와 수다 떨고 가족과 맛있는 저녁 한 끼10대 쳥소년이
민간연구단체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지난 2012년 녹색당의 의뢰로 <탈핵 에너지 전환: 대안 시나리오를 구상하다>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2030년까지 탈핵, 즉 ‘원자력발전에서의 탈출’을 이루기 위한 시나리오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두 시나리오는 공통적으로 모든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 건설을 중단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이 설계수명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2030년에는 아직 수명이 남아있는 나머지 원전도 모두 멈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오는 2050년
“(독일)연립정부는 오랜 협의 끝에 원자력발전을 끝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일관되고 확고하며 명료합니다. 번복될 수 없습니다.”2011년 5월 3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모든 원전을 2022년까지 폐기한다”고 선언한 후, 노르베르트 뢰트겐 환경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설명했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30년 전쟁이 끝났다"고 표현했다. 지난 40년간 원전을 지지하는 보수진영과 반핵평화운동진영 간에 벌어졌던 싸움을 17세기 초 30년간 유럽에서 벌어졌던 구교
나는 종교가 없지만 부처와 예수, 두 신의 존재를 믿는다. 유치원과 고등학교 때 가입한 기독교 동아리 때문이다. 조그만 암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불교를 접했다. 졸업한 뒤로 반야심경을 외운 적은 없지만 석가탄신일에는 가끔 가족들과 절을 찾았다. 기숙사 생활을 한 고등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기독교 신자 친구들이 모임을 진행했다. 비종교인이지만 두 종교를 체험했고 지금도 친근감을 느낀다.우리 사회에는 종교에 개방적인 이들이 많다. 한국 종교인 분포는 불교 22%, 개신교 21%, 천주교 7%로 나타난다. 불교와
나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글을 쓸 줄 몰랐다. 유치원에 가기도 전에 구구단 외우기를 시작한 오빠보다 한참 늦었다. 부모님은 또래보다 글 배우기가 늦은 막내딸에게 협상안을 제시했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때 피아노학원에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반해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내게 꼭 맞는 처방전이었다.피아노학원 입구를 들어서면 피아노 선생님 앞에서 연습한 곡을 검사받는 ‘레슨피아노’가 있었다.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틀리면 선생님 언성이 높이지고 보충연습을 하는 피아노에 올라가 추가 연습을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승민과 서연이 아지트로 삼았던 한옥이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돌아 걸어가면 기와지붕에 목재 대문이 있는 조그만 한옥들이 등장한다. 경복궁 서쪽에 있다 하여 ‘서촌’이라 불리는 이곳 한옥마을은 청와대 인근 고도제한으로 조선시대 거주지의 모습이 남아있다. 출퇴근하는 내시들을 위한 작은 집들서촌 한옥은 고래등 같은 북촌 기와집과는 대조를 이룬다. 북촌에는 사대부가, 서촌에는 중인들이 살았기 때문이다. 궐 밖에서
“요르단의 자타리 난민캠프에는 8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살아요. 그 중 절반이 10살 이하의 아이들이죠. 학교가 있긴 한데 한 교실에 학생이 150명 가까이 앉아 있고 (요르단 사람인) 젊은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페이스북을 하고 커피를 마시다 시간이 되면 집에 가요. 교사는 부족하고, 그들을 관리하고 감시할 사람은 없어요.” 지난 12일 오후 7시부터 서울 통인동의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시리아의 비극, 끝나지 않은 이야기’ 토론회 현장. 구호단체인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
용기라도 다 같은 용기가 아니다. “내 재능을 평가해 줄 사람에게 무시당했을 때 달려가서 한 대 쳐 주는 것은 객기다. 반면 그에게 무릎 꿇고 자신의 재능을 한 번 더 보일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패기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 소개된 이근우 감독의 <프로젝트 패기>에 나오는 대사다. 실패를 거듭하던 가수 지망생이 진정한 음악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담았다.영화는 주인공인 보컬트레이너 ‘하시용’이 미사리 라이브카페 가수 ‘도밍게즈 남’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패기’라는 노래의
1997년, 인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청년이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태국 방콕에 내렸다. 당시 그가 방콕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라곤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몰려든다는 ‘카오산 로드’의 이름뿐이었다. 밤늦은 시간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게 겁나 국제공항에서 두 시간을 서성거렸다. 그러다 용기를 내 택시를 타고 찾아 간 카오산 로드는 새벽 세시가 넘었는데도 대낮같이 환했고 수많은 외국인의 에너지로 활기에 넘쳤다.8년 뒤인 2005년, 그는 카오산 로드를 찾은 각국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여행서로서는 드물게 10
“강의한다기보다 여러분들을 제 동지로 만들 욕심이 커서 온 겁니다.”<경향신문>에서 농업농촌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은 이재덕 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에서 ‘농업∙농촌, 무엇이 기사인가’라는 발제를 하면서 농업∙농촌 문제를 제대로 다룰 기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외면하는 언론, 소외되는 농촌 이 기자는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대산농촌전문기자양성과정을 함께 이수한 뒤 경향신문에 입사해 농업 등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불과 4년차 기자인데도 삼성언론상을 두
지구온난화와 원전사고 위험 등에 대한 시민의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매년 환경재단이 마련하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개막했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신문로의 서울역사박물관과 인디스페이스, 서울시민청 바스락홀 등에서 이어지는 이 영화제는 이탈리아 시네맘비엔떼(cinemambiente), 파리환경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환경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12회를 맞은 올해는 개막작인 <사랑해, 리우>와 국제환경영화 경선작 <구름 위에서>, <해드윈의 선택>, <핵의 나라2> 등 총 47개국 113편의 영화가
지난달 10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시 용두동 주민센터 주차장. 주민센터의 박연대(48) 시민복지팀장이 연녹색 기아차 레이 이브이(Ray EV)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 옆의 동그란 버튼을 눌렀다. 일반 차와 달리 ‘부르릉’ 소리가 전혀 없이 조용하게 시동이 걸리고, 가속기를 밟자 차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주민센터에서 하소동의 제천종합사회복지관까지 가는 도중 좁은 골목을 지날 때는 보행자들이 차가 다가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 가볍게 경적을 울려야 했다. 반면 4차선 도로에서 시속 60킬로미터(km) 정도로 달릴 때는 가솔린(휘발유)이
“안녕하세요. 서해성입니다. 왜 하필 밤 11시, 이 야심한 시각에 모였을까요? 어른들이 옛날부터 귀신 나오는 시간이라는 자시에 말이에요. 이때는 우리가 현실로부터 자유롭고, 마음속 생각이 자유롭게 떠도는 시간이에요. 여러분, 많은 베트남 분들이 한국군 총부리 앞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분들을 추모하자는 뜻에서 모였습니다. 말하자면 제사를 지내는 거죠.”지난 29일 오후 11시, 정말 야심한 시각임에도 직장인·영화감독·사진사·대학생 등 20명도 넘는 사람들이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전시장 ‘스페이스99’를 가득 메웠다. 베트남전 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