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
지구온난화와 원전사고 위험 등에 대한 시민의 경각심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매년 환경재단이 마련하는 서울환경영화제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개막했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신문로의 서울역사박물관과 인디스페이스, 서울시민청 바스락홀 등에서 이어지는 이 영화제는 이탈리아 시네맘비엔떼(cinemambiente), 파리환경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환경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12회를 맞은 올해는 개막작인 <사랑해, 리우>와 국제환경영화 경선작 <구름 위에서>, <해드윈의 선택>, <핵의 나라2> 등 총 47개국 11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올해 참가작의 주제가 되는 환경 키워드는 나무, 농업, 동물, 어린이, 핵, 음식 등 6개다. 영화제에는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관객과의 만남(Guest Talk)’ 행사도 마련됐다.
체험·전시 천막에서 ‘탄소제로 대작전’ 참여도
서울역사박물관 야외광장 일대에는 총 22개의 체험·전시 천막이 설치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환경연대, 전국여성농민총연합, 동도중학교 과학환경동아리, 서울시 등 16개 단체와 김경오, 김난희 작가의 천막이 운영되고 있다. 영화제측은 체험·전시 행사를 ‘탄소제로(zero) 대작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방문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생태계를 지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역사박물관 야외광장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중·고등학교 환경 동아리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 여기 있는 곰 인형 풍선이 불어나게 돼요.”
폐현수막으로 만든 꽃과 하얀색 막재(膜材)를 활용한 돌고래, 북극곰, 펭귄 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조형작가 박정구의 작품 <동행> 옆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전시안내를 담당하는 자원활동가의 설명에 따라 학생 두 명이 자전거 페달을 밟자 공기막으로 제작된 북극곰 인형이 부풀어 올랐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면 온실가스인 탄소의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로 위기에 몰린 북극곰 등이 지구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코너다.

영화제측은 어릴 때부터 환경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3년 전부터 ‘시네마 그린틴’을 운영하고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서울 소재 초·중·고·대안학교 재학생 등 청소년들이 참여해서 체험·전시 천막 행사와 눈높이에 맞는 영화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제 기획운영팀 이지은 코디네이터는 “이번 영화제에서도 <소년과 세상>, <언트 일다!>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선정하고 어린 학생들이 즐길만한 체험 행사를 기획했다”며 “단체로 온 학급 또는 환경동아리 중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인희(19·의정부 부용고)군은 “영화제에 오니 (평소) 관심이 없었던 다큐멘터리 장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모두 자기 이익을 챙기느라 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원전 위험 키워”
지난 8일 저녁 광화문 씨네큐브 1관에서는 <핵의 나라2>를 본 관객들과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후타바정(町) 지역 피난민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심각하고도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객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등 일본은 핵에 대한 반대가 다른 나라보다 심할 텐데 내부에서는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후나하시 감독은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일본 국민 80% 이상이 원전에 반대하지만 실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원전 문제를 멀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2011년) 3·11 후쿠시마 사태 이후 정치에 무관심해졌으며 투표를 하더라도 더 나은 정치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군소정당에 투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후타바정 주민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감독은 "사고 이후 117명의 학생에게서 암 발병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사고 이전보다 급격하게 증가한 수치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와 명백한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답했다.

영화를 본 강수정(43) 서울시찾아가는에너지놀이터 담당자는 “슬펐다”며 "원전 사고로 자국민들이 피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피해 주민을 위한 대책을 세우기보다 원전의 안전성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정부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경쟁 부문인 ‘국제환경영화 경선’, 세계 환경영화를 조망하는 ‘그린파노라마’, ‘중남미 환경영화특별전’, ‘한국환경영화의 흐름’ 등 제작 국가와 주제에 따라 9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한국환경영화의 흐름에 소개된 단편 <절망>의 박정수(29) 감독은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영화제와 달리 주제가 분명한 영화제이다 보니 관객들의 참여도 훨씬 적극적”이라며 “영화를 매체로 환경이야기를 하다 보니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측은 재생지를 사용하고 74명의 자원활동가들이 1회용 컵 대신 주최측에서 제공한 텀블러(대형컵)만 쓰는 등 작은 부분에서도 환경친화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제 안내 전단도 관객들이 깨끗하게 보고 되돌려 준 것을 다시 나누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