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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안전 ‘에너지 정치’로 지키자
[원전재앙은 막자] ⑮ 독일의 경험에서 한국이 배울 것
2016년 02월 15일 (월) 10:23:49 김민지 기자 mgone357@naver.com

민간연구단체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지난 2012년 녹색당의 의뢰로 <탈핵 에너지 전환: 대안 시나리오를 구상하다>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2030년까지 탈핵, 즉 ‘원자력발전에서의 탈출’을 이루기 위한 시나리오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두 시나리오는 공통적으로 모든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 건설을 중단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가동 중인 원전이 설계수명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2030년에는 아직 수명이 남아있는 나머지 원전도 모두 멈추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오는 2050년까지 1차 에너지소비량이 2010년에 비해 25% 정도 줄어들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너지절약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을 제시했다. 이 구상이 실행된다면 석탄과 석유 사용은 급격히 줄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늘어나게 된다.

   
▲ 탈핵 전력 시나리오.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두 시나리오는 차이는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어떤 속도로 늘려 가느냐에 있다. 시나리오 A는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2020년 20%, 2030년 50%, 2050년 100%로 잡았다. 오는 2050년까지 탈핵은 물론 탈화석연료까지 달성해서 신재생에너지로만 굴러가는 나라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나리오 B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2020년 15%, 2030년 40%, 2050년 90%의 속도로 늘어나고 LNG와 석유가 2050년 공급 비중의 10%를 차지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A가 실행되면 오는 205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0년 대비 8.8% 수준으로 줄어들고, B에 따르면 2010년 대비 17.5% 수준으로 감소한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추구하는 에너지전환 방향과 크게 보아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고,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같은 원전 재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핵 재앙 두 번 겪은 일본을 따라가는 한국 

그러나 우리 정부가 실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정책은 이와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9년 피크기여도(발전설비) 기준 각 발전원별 비중은 석탄화력이 32.3%, 원전이 28.2%, LNG 24.8%, 신재생에너지 4.6% 등으로, 여전히 화석연료와 원전이 전체 전력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돼 있다. 2014년과 비교했을 때 화석연료 중 가장 온실가스 배출이 심한 석탄화력 비중이 29.8%에서 2.5%포인트 늘어나고, 대형재난의 가능성이 있는 원전도 23.5%에서 4.7%포인트 증가한다.

화석연료 중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덜한 LNG 비중은 30.3%에서 오히려 5.5%포인트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에서 2.5%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친다. 특히 이 계획에 따르면 원전은 2016년 현재 24기에서 2029년까지 12기를 더 증설하게 되며 석탄화력발전소도 현재 53기에서 같은 기간 중 20기를 더 건설하게 된다. 녹색당 등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해 ‘세계적인 기후변화방지 노력과 탈원전 추세에 역행하는 구상’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나타난 2029년 전원구성 전망. ⓒ 김민지

우리 정부의 이런 태도는 후쿠시마 참사를 겪고도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자민당 정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이자 운영 중이던 원전 48기를 일제히 가동 중지시키고 원전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시 집권하고 있던 민주당은 이듬해 5월 ‘원전 제로’ 정책을 발표하고, 안전을 위해 원전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2012년 12월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자민당은 원자력산업에 우호적이던 기존 정책기조로 돌아가 ‘원전 재가동’을 결정했다.

가동 중지 상태에 있던 원전 중 센다이 1호기가 지난해 8월 재가동을 시작했고, 현재 10여개 원전에 대한 재가동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름 전력난, 전기요금 인상 부담, 재계의 공장이전 압박 등이 이런 정책 선회에 배경으로 작용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피해자가 됐던 일본 국민들은 2011년 후쿠시마 참사를 겪고도 탈핵을 이루지 못한 채 또 다시 원전 재앙의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 지난해 8월 센다이 1호기 재가동이 시작되자 일본 시민이 이를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TV> 화면 갈무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본 뒤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가 탈원전을 결정한 반면 정작 당사국인 일본은 원전 재가동으로 회귀하고 있는 데 대해 시민사회의 힘과 민주주의의 차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지난 2014년 출판된 <탈핵학교>에서 “독일이 탈핵에 이르게 된 것은 시민들의 자각과 시민운동이라는 강력한 역돌출부가 강고한 핵발전 사회 기술체계의 관성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이웃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재앙을 목격하고도 탈핵은커녕 원전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역시 시민의 자각과 결집된 힘이 부족한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독일 탈핵 이끈 지역 에너지 운동, 한국서도 싹 트다

독일의 경우 시민이 주체가 된 ‘에너지 정치’가 수십 년의 노력을 통해 탈핵이라는 결실을 만들어 냈다. 독일 바덴뷔템베르크주의 쉐나우는 지역사회 수준에서 성공적인 에너지 정치를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쉐나우의 시민들은 돈을 모아 1991년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만드는 쉐나우 전력회사(EWS)를 설립했고,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거쳐 전력망까지 사들였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쓰겠다는 의지였다. 쉐나우 전력회사는 주택 지붕에 가설한 태양광 패널과 마을 반경 5킬로미터(km) 내에 세운 열병합, 수력, 풍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이익을 주민들과 나눈다. 독일에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동네 발전소들이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주역이 되면서 탈핵을 위한 물적 기반을 만들고 탈핵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 쉐나우 전력회사는 태양광 패널과 마을 반경 5킬로미터 내에 세운 열병합, 수력, 풍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고 이익을 주민들과 나눈다. ⓒ Goldman Prize 제공

한국에서도 미약하지만 시민의 각성과 참여를 통해 탈화석연료, 탈원전을 추구하는 ‘에너지정치’가 환경단체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5월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시행 중이다. 에너지 절약과 소비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1기 생산분의 전기를 절감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전기절감인센티브, 태양광패널 설치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2013년 전국 평균 전력사용량이 1.76% 증가하는 동안 서울은 1.4% 감소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탄소 없는 섬’을 추진 중인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에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서울신대방현대아파트 등 시민들이 직접 전력 생산과 판매의 주체가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후 태양광 발전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이 서울 10, 부산 1, 경기 7, 강원 1, 인천 1, 경남 1, 전북 1, 제주 1 등 총 23곳 설립돼 사업을 벌이고 있다.

   
▲ 한국에서도 지자체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에너지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 원전하나줄이기, 한살림 페이스북 제공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 꼴찌에 머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5년 5월 기준 한국의 전체 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0.8%로 OECD 평균 7.7%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1등인 덴마크의 47.9%에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가 ‘값싼 전기의 대량 공급’에 집착해 원전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고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과 투자는 사실상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의 시장가격을 보장해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난 2011년 폐지된 후 신재생에너지 투자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등 ‘정책 일관성의 결여’가 큰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FIT 대신 도입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가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자연에너지 확대에 실질적인 자극제가 되도록 공급의무비율을 높일 것과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성화할 수 있게 FIT를 재도입할 것 등을 주문하고 있다. 또 에너지 선택에 대한 민의가 수렴될 수 있도록 녹색당 등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촉진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선거제도 개편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독일이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11시간 생방송 토론회를 열었던 것처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자세와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상임연구원은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했지만 산업용 전력요금을 인상하고 누진율을 강화해서 FIT 기금을 마련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고 필요했다”며 “현재의 RPS는 친환경적 입지 등 에너지원 선택조건을 더 엄밀하게 규정하도록 개선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시켜서 향후 5~10년 정도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성숙시킨 뒤 점진적으로 지원규모를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녹색당 이보나 탈핵특별위원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관련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지역주민, 국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전혀 없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같은 중요기구의 논의가 밀실담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당연히 에너지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일반적인 ‘사업’만이 남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유권자들이 기득권 정당들과 달리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에 관심 가지고 그것을 표로 연결해주어야 (이 같은 현실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 후 독일, 벨기에, 스위스, 프랑스 등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은 원전을 폐기하거나 줄여가는 ‘탈원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설계수명을 넘긴 월성 1호기를 연장 가동하고, 새로운 원전을 증설하기로 하는 등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노후 원전의 사고 가능성과 지역주민의 건강 피해, 대책 없는 핵폐기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외면한 채 이처럼 ‘원전대국’으로 직진해도 되는 것일까. <단비뉴스>는 우리나라 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원자력발전의 근본적 위험성을 짚어보고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 체제’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편집 :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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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i (188.XXX.XXX.155)
2016-05-13 07: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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