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온라인 음식배달업체 딜리버루(Deliveroo)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긱 이코노미는 필요할 때마다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기업 형태다. 2013년 런던에서 첫 점포를 낸 딜리버루는 현재 전 세계 65개 도시에 점포를 냈다. 올 예상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0배 상승한 1억3천파운드(약 2,100억원)다.딜리버루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소속 배달원들의 고통이 스며 있다. 딜리버루는 배달원들이 개인 사업자로서 근무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소속 배달원의 입장은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밤이었다. 색색의 한복이 이리저리 나부꼈다. 경복궁에 들어서자마자 다리를 수놓은 오색의 빛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뗄 때마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올랐다.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영제교 아래엔 노루와 자라, 용 등 12신이 되살아나 뛰놀았다. 고즈넉한 선율이 흐르는 영제교는 21세기에서 금방이라도 세종의 연회가 벌어질 것 같은 15세기로 통하는 다리였다. 지난 달 27일부터 문화재청과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주관하는
지난 8월 12일 저녁 7시,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기록적인 폭염의 열대야 속에 주민 30여명이 아파트 뒤편 놀이터에 모였다. 무더위만큼이나 치솟은 불쾌지수에 아랑곳없이 넉넉한 표정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민들. 무슨 이유일까? 모두의 시선은 어둠이 채 내려앉기 전 황혼의 석양 위로 쏟아지는 저녁 달빛에 꽂혔다. 아파트며 가로등의 주변 불빛을 모두 끄고 온전한 자연의 달빛을 즐기는 ‘불끄기행사(earth hour)’다. 홍제성원 에너지자립마을 회원과 주민들이 마련한 행사다. ‘에너지랑 놀자’ 청소년 마
경찰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 폭동, 그리고 언론의 충격 보도로 구성된 일련의 사이클은 언제까지 반복될까. 한 명은 오클라호마에서 다른 한 명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경찰의 흑인 사살이 또 일어났다. 항의와 폭동도 다시 이어졌다. 방송사는 시각적인 자극과 뒤따르는 높은 시청률을 이유로 흑인의 죽음, 고통과 고뇌를 주제로 마치 ‘포르노’ 같은 프로그램을 어김없이 틀어준다.지난 26일 뉴욕 타임즈는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전보다 더 격렬해졌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시위자들이 개인적인 동기로
지난 27일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안과 밖은 서로 다른 성격의 물줄기로 휘감겼다. 밖에선 가을을 재촉하는 빗줄기, 안에선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탄의 물줄기가 조문객들의 가슴을 슬픔과 애도에서 분노로 적셨다. 추모객들로 붐빌수록 그래서 더 적막감이 깊었다. 백남기 농민이 우리 곁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추모 현장에 다녀왔다. 추모객으로 붐비는 속에도 적막함이 감도는 이유는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조문 안내 전광판에는 단 한 명의 고인 이름만 보였다. ‘백남기’. 그러나 장례식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거지도 손 볼 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취업준비생이라면 정장을 빼입고 증명사진을 찍는 날을 맞는다. 설렘과 흥분 속에 약간의 불안감이 더해진다.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하는 생각에 입꼬리를 실룩 거린다. 화려한 조명아래 가만히 앉은 모습에 절로 코웃음이 난다. ‘아차, 화장을 고쳐야 하는데’ 하는 순간 플래시가 팡 터진다. 첫 번째 취업 면접용 사진은 그렇게 어색한 표정으로 세상에 나온다. 청년을 응원하는 열린 옷장청년을 응원하는 기업이 있다. 비영리단체 ‘열린 옷장’이다. 2011년
부산시의 <다이빙 벨> 상영금지 압력과 그를 둘러싼 갈등을 딛고, 부산영화제가 영화인과 시민의 힘으로 다시 열린다. 21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의 컨셉은 ‘산 속 바위 틈 사이에서 뿌리를 깊게 내린, 홀로 선 소나무'.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강인한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미스테리를 주제로 한 영화 <다이빙 벨>을 비롯해 도발적인 영화와 개성 넘치는 영화를 소개해왔다. 아시아와 한국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온 영화제의 풍성함은 여기서 나온다. 아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바쁜 걸까? 취업준비생 A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귀향하지 않았다. 9월 신입사원 채용 공고가 대거 뜨면서 연휴 기간 자기소개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고향 집에 오라는 부모님의 말씀에는 바쁘다는 말로 안부를 대신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난 현재, A씨는 자기소개서 하나를 작성했을 뿐이다. 5일간의 연휴 중 반나절만 할애하면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바쁘지 않은데도 바쁘다고 느끼는 사람들현대인들이 얼마나 바빠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된다. 산업화 이후 사람들은 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궁부터 최신 문화 시설까지 관광명소가 즐비한 서울에서, 시민들은 주말 나들이 장소를 정하느라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남산공원은 시민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진다. 남산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해마다 늘어 수천 명을 훌쩍 넘는다. 서울의 관광 명소, 남산공원 입구에 조금 특별한 공간이 들어섰다. 지난달 29일 제막식을 가진 ‘기억의 터’에 다녀왔다. 시민 성금으로 만든 위안부 기억의 공간기억의 터는 ‘
“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모두 아는 것이다.” 박성원의 소설 <하루>의 한 구절이다. 그래서일까. 전시 사진을 찍은 고경태는 저서 <1968년 2월 12일>의 머리말에서 ‘그 날 퐁니·퐁넛 사람들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세상을 모두 알 수 있을까?’ 질문한 뒤 ‘그저 그날 하루를 통해 1968년의 세계와 그 너머를 어슴푸레하게나마 보려고 했다’고 밝힌다. 고경태 기록전 <한 마을 이야기-퐁니·퐁넛>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과 학살의 희생자, 유족·친지의 삶과 기억을 기록하려는 그의 열망의 결과물이다.
“여긴 시급이 4천5백 원이네요.” 편의점 알바가 답을 한 설문조사지. 시급이 얼마인지 묻는 질문란에 ‘4500’이라는 숫자가 도드라져 보인다. 중국인 유학생이 일하는 편의점의 경우다. 2016년 최저시급은 6030원.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날 실태조사에 나선 권리지킴이 김상미(29) 씨는 “한국 현실을 잘 모르는 유학생을 상대로 최저시급 미만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
<정션 48>은 최초의 아랍 래퍼를 그린 영화다. 영화 도중 흘러나오는 아랍 랩은 아랍어를 몰라도 흥겹다. ‘아랍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구나’하는 생각조차 든다. 멜로디와 선율이 아름다운 까닭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정션 48>은 음악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화 속 녹아든 정치적 메시지가 음악을 만나 감미롭게 전달된다. 음악영화가 가진 힘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 Lod지역에 사는 주인공 카림은 마약 밀거래로 생계를 유지하며 랩을 노래하는 래퍼다. 마땅히 생계를 유
높은 실업률과 고액 등록금, 주거난으로 신음하는 청년들이 직접 만든 정책을 들고 서울시의회를 찾았다. 21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와 서울시의회 청년발전특별위원회가 서울시 의회에서 주최한 ‘2016 서울 청년의회’가 그 현장이다. 서울시 민간협력 기관인 청정넷은 올해 5월 139명의 서울청년의원을 위촉해 서울시 청년정책을 점검, 제안하는 모임을 가져왔다. 현재 서울시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도 여기서 제안됐다. 서울시의회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치른 청년의회에 다녀왔다.
제천음악영화제가 열린 5박6일 동안 행사가 진행되던 모든 곳에서 초록색 물결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영화관 매표소, 시내, 안내부스와 버스 안까지 자리한 그들은 자원활동가 ‘짐프리(JIMFFree)’였다. 짐프리는 제천국제영화제(Jecheon Int`l Music & Film Festival)의 앞 글자와 활동가를 의미하는 어미 –ree를 붙인 말이다. 늦게는 심야상영이 끝나는 새벽 5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객을 안내하고 현장에 필요한 물품, 조달, 자리 안내, 감독과 관계자들의 원활한 인터뷰 진행 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며 축제를
“한일자로 늘어서서/ 출근전쟁 시작하세/ 부딪히고 북적대도/ 피할 수 없는 새벽의 공기”무대 위 4명의 배우가 정신 없는 출근길을 연기 한다. 너무 늦어 시말서를 써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 화장을 할 시간도 없는 사람. 모두가 출근 전쟁에 나서는 전사들 같다. 경기소리그룹 앵비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선보이는 현대판 노동요 <이상사회 ver.2>의 한 장면이다. <이상사회 ver.2>는 매일 똑같은 출근길을 가는 직장인,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웃음을 팔아야 하는 서비스직, 원하던 선생님이 되었지만
거대한 가림막 앞에서 그는 활을 내렸다.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OSESP’의 단원을 모집하는 오디션장. 어렸을 적 ‘신동’ 소리를 들으며 바이올린 연주에 매진한 바이올리니스트 라에르트는 수년간 준비해온 노력에도 다시 활을 들지 못했다. 연주 한 마디 하지 못하고 허탈하게 오디션에서 탈락한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빈민가 ‘헬리오폴리스’의 공립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게 된다. 11일 개막한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 <바이올린 티처(2015)>는 바이올리니스트 주인공과 빈민
밤까지 지속되는 무더위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요즘, 만사를 제쳐놓고 여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의림지로 달려가라. 당신은 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물과 바람을 만날 수 있다. 청풍호반을 중심으로 의림지 무대, 제천시 문화회관 등 제천시 일원에서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오늘부터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로,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원스>와 <서칭 포 슈가맨>, <치코와 리타> 등 국내외 다양한 음악영화들을 소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