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자원활동가 ‘짐프리(JIMFFree)’

제천음악영화제가 열린 5박6일 동안 행사가 진행되던 모든 곳에서 초록색 물결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영화관 매표소, 시내, 안내부스와 버스 안까지 자리한 그들은 자원활동가 ‘짐프리(JIMFFree)’였다. 짐프리는 제천국제영화제(Jecheon Int`l Music & Film Festival)의 앞 글자와 활동가를 의미하는 어미 –ree를 붙인 말이다. 늦게는 심야상영이 끝나는 새벽 5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객을 안내하고 현장에 필요한 물품, 조달, 자리 안내, 감독과 관계자들의 원활한 인터뷰 진행 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며 축제를 이끌어나갔다. 매표소 담당 자원활동가 황현석(21)씨는 짐프리를 한 마디로 “영화제의 자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운영팀 소속 짐프리 황현석(21)씨는 영화제경험을 살려 지역문화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 고륜형

영화제의 숨은 일꾼, 짐프리

제천국제영화제의 짐프리 자원활동가는 모두 200여 명으로, 시내, 청풍, 미술팀, 운영팀 등 10개 팀으로 구성됐다. 33명으로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속한 곳은 시내팀과 청풍팀이다. 그 외 미디어 사업실과 운영팀에도 많은 자원봉사자가 배치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5월에 모집한 짐프리엔 317명이 지원했고 그 중 216명이 합격했다. 주로 21세~25세의 대학생들이며 출신 지역은 서울을 비롯한 경기와 강원, 충청, 전남, 경남 등 다양하다.

현장에서 만난 짐프리는 자신들의 전공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운영팀 소속으로 현장 매표소 티켓 발권을 담당한 황현석씨는 문화경영 전공이다. 제천 출신인 그는 영화제를 지역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었다. 이번 경험과 전공을 살려 앞으로 지역 문화 산업을 구상할 것이라고도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영화 뿐 아니라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와 같이 직접 감독으로부터 영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있기 때문에 영화제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운영팀 소속 제천 메가박스 1층에 위치한 짐 보관소에서 짐 보관을 담당한 김문주(22)씨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인 미디어에도 관심이 많은 김 씨는 영화제 홍보에 관련한 의견을 피력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공식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홍보 수단이 있지만 주위에 아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며 홍보가 잘 되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좀 더 북적거리는 축제를 위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같은 업무를 하던 과 후배인 황혜민(20)씨도 옆에서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함께 자리한 김인회(23)씨 또한 “생각보다 영화제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제천국제영화제가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 메가박스 1층 짐 보관소에서 관객을 안내하고 있는 운영팀 소속 짐프리 김인회(23), 김문주(22), 황혜민(20)씨. ⓒ 고륜형

짐프리들에게 이번 자원봉사활동에서 어떤 경험이 가장 좋았느냐고 물었다. 한결같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을 꼽았다. 짐프리는 자원활동이어서 보수는 따로 없고 전 일정 교통비와 식비 96,000원이 지급됐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활동하며 자리를 지켰고 근무 시간외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잘 된 점을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황현석(21)씨는 자원활동가와 매니저 간의 원활한 소통을 꼽았다. 실제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자원활동가들은 바로 매니저에게 보고를 했는데, 그 보고는 홍보팀에게도 전달 됐다. 조직간 소통이 원활하다는 증거다. 황혜민(20)씨는 관객들이 수고한다며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나눠 줄 때, 수고한다고 말 한 마디 해 줄 때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선돼야 할 점으로는 안전 문제가 거론됐다. 지난 14일 오후 8시경, 제천 메가박스 주차장 앞에 경찰차가 도착했다. 영화관에 난입한 취객이 영화 상영 도중 난동을 부려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안전관리 요원의 충분한 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제천시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현석(21)씨는 “생각보다 자원활동가들 중에 제천 출신이 없다. 제천 시민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천엔 청풍호와 의림지를 비롯한 빼어난 자연과 빨간 오뎅이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놀러 오시라”고 제천 출신다운 홍보를 했다.

매니저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매니저는 각 팀마다 1명씩 30명이다. 폐막식을 앞두고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만난 공연팀 소속 매니저는 “날씨가 더워서 이번 영화제는 관객들이 고생이 많았다. 폐막식을 대비해서는 따로 물과 부채, 비상약품을 구비해놨다”며 이번 영화제에서 각 팀들이 제대로 활동해 왔음을 은근 자랑하기도 했다. 매표소 담당 매니저와 영화관 운영 매니저 역시 자원활동가들과 관람객에게 가스활명수와 팝콘 등을 제공하며 영화제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자원활동가들 역시 매니저들을 잘 따르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분산개최에 부정적

▲ 영화제 기간 내 메가 박스 일대 풍경. 왼쪽에 메가 박스 건물을 중심으로 기념품 판매 부스와 빨간 오뎅 가게가 보인다. ⓒ 네이버 거리뷰

제천 시민들은 이번 영화제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천 메가박스 앞 빨간오뎅을 운영하는 사장은 영화제 기간 매출이 올랐냐는 질문에 “매출이 오르긴 올랐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는 제천시가 올해부터 영화제 장소를 분산해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는 메가박스와 제천시 문화회관, 거리 3곳으로 나뉘었고 공연은 청풍호반과 의림지 무대 두 곳으로 나뉘었다. 예전엔 공연 역시 메가 박스 앞에서 열렸다. 사장은 “예전엔 영화와 공연 모두 한 곳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결했다. 천막을 치고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곤 했다. 캠프파이어가 열리기도 했다. 공연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노랫소리를 들으며 장사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영화만 보고 사라지니 재미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매해 줄어드는 관광객 수도 분산 개최와 관련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0년부터 3만 명을 넘어 2012년 3만 5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전체 관람객 수는 매해 줄어 현재 2만 9천 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메가박스 앞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은 “분산 개최 돼 영화제가 진행되는 것은 아쉽지만,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밤새 이어지는 축제 분위기에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은 것이다. “5일 벌자고 나머지 360일을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사장의 말에 축제의 명과 암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제천시 청풍호콜에 소속된 택시기사는 영화제에 사람이 없는 이유로 ‘잘못된 날짜 선정’을 꼽았다. 휴가철의 절정인 8월 초에 영화제를 열었으면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광복절을 낀 연휴였긴 했지만 8월 중순에 열린 축제에 사람들이 올 리가 없다”고도 말했다. 영화제를 개최한 제천시 공무원들의 잘못이라며 “제천시 공무원들이 시민들과 지역발전은 생각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한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   <정션 48>의 감독인 우디 앨런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모습. ⓒ 고륜형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 짐프리부터 매니저와 홍보팀, 지역상인, 관람객, 영화감독, 택시 기사와 공무원까지 영화제를 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정션 48>의 감독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눈 우디 앨런은 “제천 국제 영화제엔 청년들이 많아서 좋다. 다른 영화제엔 70~80대가 대부분이었다”며 웃음 지었다. 내일로 프로그램을 하며 금요일 심야영화제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 영화 볼 시간이 없었는데 심야영화를 상영해 좋다”고 말했다. 외국 매체의 기자들은 자막과 통역 서비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역 축제에 명과 암이 공존하지만 영화제가 지역 발전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청년층을 겨냥한 SNS 홍보와 중장년층을 배려한 포스터 등 오프라인 홍보를 더한다면 더 많은 관람객을 모을 수 있다. 축제는 계속되어야 한다.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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