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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야수를 이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바이올린 티처’
2016년 08월 13일 (토) 00:34:01 박상연 기자 0910118@hanmail.net

거대한 가림막 앞에서 그는 활을 내렸다. 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OSESP’의 단원을 모집하는 오디션장. 어렸을 적 ‘신동’ 소리를 들으며 바이올린 연주에 매진한 바이올리니스트 라에르트는 수년간 준비해온 노력에도 다시 활을 들지 못했다. 연주 한 마디 하지 못하고 허탈하게 오디션에서 탈락한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빈민가 ‘헬리오폴리스’의 공립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게 된다.

   
▲ 주인공 라에르트가 오디션을 보기 전 긴장하는 모습.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1일 개막한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 <바이올린 티처(2015)>는 바이올리니스트 주인공과 빈민가 아이들의 열정과 방황, 고뇌 등 섬세한 감정을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흘려낸다. 전진수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이날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즐거움을 줄 때 훌륭한 음악영화”라며 <바이올린 티처>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음악과 현실의 삶 사이

수업 첫날 아이들의 수업 태도와 연주 실력은 최악. 빈민 가정의 자녀인 아이들에게는 음악 공부보다는 생계유지가 더 중요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한폭탄이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생계가 어렵고 목표에 대해 강박감이 있는 ‘신동’ 라에르트도 아이들과 매한가지다. 같은 극은 멀어지듯 선생 라에르트와 학생들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아이들과의 관계 문제만이 아니었다. 슬럼가의 실세 마약 갱단 두목이 수업을 방해해 라에르트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쏘아붙인 까닭에 조직원 두 명이 라에르트의 퇴근길을 가로 막는다. 그들은 라에르트의 바이올린을 빼앗고 조롱하다가 라에르트에게 총을 겨누며 연주를 강요한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가 한 연주는 오디션에서 합격할 만큼 훌륭했다. 다음날 마약 갱단 조직원들을 바이올린 연주로 감동하게 한 라에르트의 소식이 학생들에게도 전해진다. 무섭지 않았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라에르트는 말한다, “음악은 야수를 이긴다.”

“바이올린 연주는 다른 걸 잊게 해줘요”

   
▲ 라에르트와 그의 반 학생들이 라에르트의 지도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연주 실력은 늘고, 천천히 라에르트와 학생들의 유대감도 쌓여 갔다. 그러던 중 라에르트에게 또 한 번 오디션 기회가 찾아온다. 오디션에 합격한 라에르트는 고민 끝에 학생들을 뒤로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로 한다. 라에르트와 특히 깊은 유대감을 쌓았던 제자 사무엘이 소식을 듣고 격한 배신감을 드러낸다. 그날 저녁,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무엘과 친구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도주하다 쫓던 경찰의 총탄에 뒤에 탔던 사무엘이 죽게 된다. 사무엘과 함께 오토바이를 탔던 친구가 라에르트를 찾아와 공연 연습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자기 때문에 사무엘이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흐느끼면서 그는 말한다.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만큼은 잊을 수 있어요.”

음악은 야수를 이긴다

첫 오디션 때 연주도 못하고 포기한 라에르트에게 친구는 묻는다. “도대체 넌 뭘 피하고 있는 거야?” 다시 찾은 오디션장에서 라에르트는 자신 앞의 거대한 가림막을 보고 한숨을 내쉬지만 이내 악보를 덮고 눈을 감은 채 연주에 몸을 맡긴다. 그가 피해오던 것은 ‘한 때 신동이자 오케스트라 입단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자신의 내면이 아니었을까. 그는 빈민가 아이들과 음악을 연주하며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의지하며 성장한다. 부끄러운 얼굴의 야수와도 같은 자아를 인정하지 않고 줄곧 도망치기만 했던 라에르트는 자신을 음악에 맡겼고, 음악은 결국 야수를 이긴다.

   
▲ 11일 청풍호반 야외 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 ⓒ 박상연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브라질의 실제 빈민가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모델로 해 <바이올린 티처>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배우들도 실제 빈민가 아이들로, 영화를 위해 캐스팅해 1년간 악기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그의 영화 제작 과정은 영화 그 자체와도 같다. 마차두 감독은 “아이들을 만나며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덧붙여 빈민가 아이들은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짚었다. 빈민가 아이들을 문제로 취급해버리는 사회의 야만성에 감독은 아름다운 현악기의 선율로 답한다. 다시 한 번, 음악은 야수를 이긴다. <바이올린 티처>는 영화제 기간 중 12일과 14일, 제천 메가박스에서 두 차례 더 상영한다.


편집 : 김영주 기자

[박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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