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에너지바우처
연일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난방비가 폭등했습니다. 난방비에는 ‘부익부 빈익빈’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주택의 단열 성능에 따라 연료비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단열이 부실한 쪽방이나 연립주택의 난방비는 단열이 잘되는 신축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올랐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습니다.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저소득층 에너지비용 보조를 위해 도입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임산부, 소년소녀가장 등이 있는 기초생활보장 대상 가구주가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바우처(지원금 이용권)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 수급자나 중위소득 40% 이하인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노인이나 영유아, 장애인 등이 있는 가구가 에너지바우처를 받아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 제도의 지원 금액을 올해 겨울만 특별히 늘리겠다고 지난 26일 밝혔습니다. 에너지바우처 대상자인 117만 6000가구에게 기존 총액 15만 2000원이었던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30만 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예비비 등 18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주민등록상 거주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자신이 직접 신청하는 에너지 바우처는 1년에 딱 한 차례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겨울 몇 달을 지내야 합니다. 30만원으로 지원 최대 액수를 늘렸지만, 저소득층의 난방비 해결에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이외의 지원 방안도 모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국가·독립유공자나 차상위계층,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해당하는 가구의 가스요금 할인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월 최대 3만 6000원 할인에서 최대 7만 2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자도 가스요금 할인 혜택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최근 난방비가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인상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액화천연가스 수입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올랐습니다. 도시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 수입단가에 연동돼 산정됩니다.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한국은 국제 가격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 평균 가격은 열량 단위(MMBtu)당 34.24달러로 재작년(15.04달러)보다 128% 올랐습니다.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문제도 있습니다. LNG 가격은 1년 만에 128% 상승했지만, 국내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 2020년 8월 이후 1년 8개월간 동결되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 사이 38% 인상됐습니다. LNG 도입 가격과 판매 가격의 격차가 고스란히 적자로 쌓였다고 가스공사는 설명합니다. 지난해 말까지 쌓인 적자가 9조 원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가스공사의 적자 문제를 오는 2026년까지 해소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 줄(MJ)당 2.6원씩 총 4차례에 걸쳐 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 이상 고온현상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줄면서 국제적 선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국내 가스요금으로 반영되는 데는 3~4개월의 시차가 걸립니다. 게다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도시가스 요금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1분기(1~3월)에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2분기(4~6월)부터는 요금 인상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난방비에 대한 걱정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 주의 시사맥(脈), 에너지바우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