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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②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방
2017년 09월 25일 (월) 23:04:53 강민혜 박진홍 서지연 기자 unicorn131@hanmail.net

“원전보다 더 값싸고 (발전량이) 충분한 청정에너지가 있다면 굳이 원전을 계속 주장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한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현 시점의 탈원전은 국가적 손해입니다.”

김병기(55)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은 원전의 경제성과 공급안정성,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청정성을 강조하며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은 재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원자력이 ‘기저부하(고정적인 전력수요)용 발전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람이 불어야 돌아가는 풍력, 햇빛이 있어야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등은 '파트타임(시간제)‘ 발전원일 뿐이며, 고정생산이 가능한 원자력이 있어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찬핵 진영 “싸고 안전한 에너지” 주장

그는 또 “우리 한수원 노조는 솔직히 일자리도 걱정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이 사장되지 않길 바란다”며 “(신고리5·6호기가 백지화하면)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울산에서 열린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집회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전기요금이 대폭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앞줄 왼쪽)과 서울대 주한규 교수(앞줄 가운데) 등이 지난달 1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중단시켜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원은 이 신청을 지난 6일 각하했다. ⓒ 연합뉴스TV <뉴스리뷰> 화면 갈무리

지난 6월 1일 원자력 전공 교수들의 탈원전 반대 성명을 주도한 주한규(55)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후 커진 원전재난 우려를 일축하며 “원전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지난달 16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경단체의 원전 위험성 우려는 과장됐으며, 특히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과 원전을 연결 지어 사고 가능성을 부각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감성적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 주한규 서울대 교수 등 ‘찬핵’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을 계기로 고조되고 있는 국내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이고 감성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 YTN <뉴스특보> 화면 갈무리

주 교수는 “세계 원전 역사상 지진이 원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지진해일)가 원인이었고, 당시 원전은 진도 9.0의 대지진도 견뎌냈다는 설명이다. 만약 쓰나미에 대비한 방벽을 철저히 쌓았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한국탈핵> 등의 저서와 강연을 통해 ‘다음 원전 사고는 한국에서 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에 대해 “(의학 전공인) 김 교수와 같은 사람은 원전 전문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찬핵’ 진영은 이처럼 원전이 싸고 안전한 에너지이며 수출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포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국민들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것이며, 원전 종사자의 일자리 상실과 건설업체들의 손실 등 지역경제 타격도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신고리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는 ‘탈핵’ 진영은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탈핵 진영 “재생에너지 경제성, 원전 추월 중”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제니퍼 리 모건(51) 국제본부 공동사무총장은 지난 7월 12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풍력과 태양광 등의 경제성이 원전을 이미 넘어섰거나 곧 추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6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태양광의 평균 발전단가는 2015년 대비 17%, 육상풍력은 18%, 해상풍력은 28%나 낮아졌다고 소개했다.

모건 사무총장이 인용한 에너지 단가는 에너지시장 분석업체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와 유엔환경계획(UNEP), 독일 프랑크푸르트경영대학원 등이 공동으로 펴낸 <재생에너지투자 국제추세 2017>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는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며,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풍력의 발전단가가 원전보다 싸다.

   
▲ 위 그래프는 육상풍력(연두색), 해상풍력(파란색), 태양광(노란색)의 발전단가가 매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이에 앞서 지난 6월 7일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비영리 국제단체인 국제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가 <2017 재생에너지 세계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2416억 달러로 전년보다 23% 줄었지만, 신규설비용량은 161기가와트(GW)로 전년보다 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보다 2016년에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급했다는 뜻이다.

REN21은 “이는 일부 국가에서 (석탄·석유)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인도, 멕시코, 페루 등에서 체결된 최근 계약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은 킬로와트시(kwh)당 5센트(약 56원) 이하에 공급됐다. 이 가격은 해당 국가의 화력, 원자력의 발전단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전기의 생산단가가 낮아지는 추세는 같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화력과 같은 전통적 발전원의 기저부하가 필요하다는 것도 ‘신화(Myth)’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REN21은 같은 보고서에서 “전력시스템이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지열)히트펌프 등과 충분히 결합한다면 기저부하 전력이 없어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안전

그런데 ‘탈핵’ 진영이 이런 경제적 요소보다 훨씬 중시하는 명분은 ‘안전’이다. 울산, 경주, 부산 등 인구밀집 지역에 이미 많은 원전이 몰려있는데, 또 짓겠다는 것은 주민의 안전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다. 특히나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후로는 지진으로 인한 대규모 원전재난이 ‘현실적 공포’로 다가왔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울산 시청을 기준으로 반경 30킬로미터(km) 이내에 핵발전소가 총 14기(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가 있어요. 울산 시민이 약 120만 명인데, 그 중 100만 명 이상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사고 대비 지역) 내에 거주 중이에요. 그런데 여기다 2기를 또 짓겠다고 하는 것은…우리처럼 이렇게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 지역에 핵발전소를 몰아 짓는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 “울산 시민 120만 명 중 100만 명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사는데 원전을 더 짓겠다고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는 용석록 국장. ⓒ 박진홍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의 용석록(49·여) 사무국장은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로 먼저 ‘세계 최대 원전 밀집도’를 들었다. 그린피스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 세계 원전단지 내에 원자로가 6개 이상 있는 곳은 총 11군데인데, 그 중 4곳(고리, 한울, 한빛, 월성)이 우리나라에 있다. 나머지는 캐나다 2곳(브루스·피커링), 우크라이나(자포리자), 프랑스(그라블린), 중국(친산), 인도(라자스탄), 일본(가시와자키가리와) 각 1곳이다. 이들 중 반경 30km 내 인구수가 가장 많은 곳 1, 2위가 고리(382만 명)와 월성(130만 명)이다.

   
▲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원전밀집단지 현황. 곧 가동될 신고리 4호기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고리·신고리는 캐나다 브루스와 함께 원전밀집단지 공동 1위이고, 신고리5‧6호기까지 건설하면 단독 1위가 된다. ⓒ 강민혜

세계 최대 원전밀집단지에 지진 공포까지

환경단체들은 원전이 몰려 있으면 자연재해 등 중대 사고에 따른 연쇄폭발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45·여) 에너지국 처장은 “원전이 8개가 있을 때와 10개가 있을 때는 위험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자로가 밀집될수록 하나의 원자로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웃한 원자로에서 연쇄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인접한 원자로 4기에서 연쇄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IAEA는 이 사고를 계기로 개별 원자로 사고 때 인접한 원자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 연구하는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를 모든 회원국이 실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한수원이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지난해 6월 23일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가 나온 후였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은 총 6기의 원자로 중 1~4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지진해일(쓰나미)이 원전을 덮치면서 원자로의 전원이 끊겨 노심(爐心)을 식혀 주는 냉각수 유입이 중단됐고, 이 때문에 연료봉이 녹으면서 수소가 발생했다. 이 수소가 격납용기 밖으로 새어나와, 격납용기를 둘러싼 직육면체 콘크리트 구조물 내부에 쌓였다가 폭발한 것이다. 일본 정부 사고조사·검증위원회는 사고 당시 점검을 위해 가동 중지 상태였던 4호기에서 일어난 수소 폭발은 3호기에서 나온 수소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3호기와 4호기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핵연료가 녹아내린 1~3호기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방사선 수치가 높으며, 지난 2월 기준으로 원전 인근 주민 중 8만 명이 아직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녹아내린 노심의 상태조차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고의 최종 수습비용은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 2011년 3월 24일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오른쪽부터). ⓒ 일본 에어포토서비스

지진 우려 지대에 몰려 있는 원전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에요. 울산은 작년 7월 5일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했고, 9월 12일에는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거든요. 5.8 지진이 났을 때는 울산 시민들이 다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지진이었어요. 제가 있던 곳에서도 탁자 위 컵이 미끄러지고, 책장의 책이 떨어지고, 벽에 금이 갔어요.”

용 국장은 지난해 직접 체험했던 경주 지진을 회고하며 “당시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감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다가왔다”고 털어 놓았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10월 전국 성인 남녀(만 19세 이상) 1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지진 위험지역에 지어진 원전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답했을 만큼 경주 지진의 파장은 컸다.

문제는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고리‧월성‧한울원전에서 20~30km 떨어져 있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는데, 지난해 10월 5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 맞다”고 답변했다.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단층 주위에 원전을 지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용석록 국장 인터뷰. ⓒ 박진홍

환경단체들은 신고리 일대에 60여개 이상의 활성단층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됐는데도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심의 당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들은 주한규 교수 등 원전 전문가들이 ‘지진이 나도 원전 사고가 일어나진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한다. 후쿠시마 참사는 지진 때문에 쓰나미가 덮쳐 일어난 것인데,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전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일본은) 격납용기가 있는 자기네 원전은 괜찮다고 했어요. 하지만 격납용기가 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사고가 났어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원전이 견디지 못한 거잖아요. 우리나라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후쿠시마 지역은 동일본대지진 이전에는 큰 지진이 없는 곳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대형 쓰나미를 고려하지 않았고, 방벽 대비와 침수 방지에 소홀했다. 하지만 규모 9.0의 거대지진이 동반한 쓰나미로 인해 원전 사고가 터졌다. 용 국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예측 못한 상황이 부른 대참사”라고 말했다.

   
▲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쳐 거센 물살이 마을을 삼키는 모습. 이 재난으로 2만 명 이상이 사망,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 NHK 뉴스 화면 갈무리

중요한 것은 원전 사고의 원인이 지진이냐 쓰나미냐가 아니라,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원인으로 언제든 원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 원전 사고는 기계의 오작동이 원인이었고,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는 운전원의 실수로 사고가 일어났으며, 2011년 일본 후쿠시마는 자연재해가 원인이었다. 만일 우리나라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면, 땅이 갈라지고 흔들리며 화재, 지진해일, 산사태 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원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탈핵운동가들의 지적이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일어나는 세상

시장조사회사인 비주얼캐피탈리스트(Visual Capitalist)는 지난해 10월 ‘세계 금융에 격변을 일으킨 9대 블랙스완 사건’을 발표했다.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미국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탈레브가 저서 <블랙스완>에서 “과거의 관측과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유명해진 개념이다. 비주얼캐피탈리스트의 9대 사건에는 2000년 3월의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포함됐다.

디스커버리채널의 <체르노빌의 전투>와 독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의 <후쿠시마의 거짓말> 등 기록영화에 따르면 구소련의 핵발전 기술자들은 “원전은 사모바르(물주전자) 만큼이나 안전해서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세워도 된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체르노빌을 맞았다. 일본 정부는 체르노빌 참사를 보고도 “일본 원전은 다르다”며 발전소 증설을 강행했다. 모두 ‘블랙스완’을 부인했다가 참화를 당한 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찬핵 전문가들은 ‘우리 원전은 일본보다 안전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비주얼캐피탈리스트(Visual Capitalist)가 발표한‘세계 금융에 격변을 일으킨 9대 블랙스완 사건’에 포함 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 ⓒ 강민혜

전기요금 상승 미미하고 일자리는 더 늘 수도

탈핵 진영은 이밖에 전기요금 상승과 지역경제 충격에 대한 찬핵 진영의 우려도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용 국장은 “신고리5·6호기는 5년 후 완공예정이었므로 백지화한다고 해도 당장  전기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며 “2022년에 이를 대체할 가스발전소를 가동한다고 했을 때 가구당 월 286원이 오르는 정도”라고 추산했다. 현대경제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친환경 전력정책의 비용과 편익’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원전을 짓지 않고 2030년에 원전 20%, 석탄화력 24%, 재생에너지 20%, 천연가스 35%를 가동할 경우 가구당 매월 5572원의 전기요금이 추가되는 정도다. 이 보고서는 “친환경 전력정책으로 국민 안전, 재생에너지산업 육성 기회 등 편익도 함께 발생한다”고 밝혔다.

   
▲ 원전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친환경 전력정책을 추진하면 앞으로 13년 후인 2030년에 가구당 전기요금을 5572원 더 부담하게 된다. ⓒ 박진홍

신고리5·6호기 백지화로 인한 일자리 영향에 대해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 가동 전인 원전이라 인력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수원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수가 줄면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 역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고리 1호기처럼 수명을 다한 원전의 경우 폐로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곳에 근무하던 인력 일부는 폐로 과정에 투입되고, 남은 인력은 가동 중인 다른 원전에서 흡수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 경우 10명이 담당하던 부분을 11명이 담당하는 식의 잉여인력이 생겨날 테지만, 오히려 그 편이 지금보다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영화 <판도라>는 원전 안전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현실을 그렸다. <판도라>에서 원전 노동자로 출연한 배우 김남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원자력은 에너지 밀도가 굉장히 높은 산업이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5~10배 정도 고용 효과가 높아요.”

박 교수는 정부 방침대로 향후 60년에 걸쳐 서서히 원전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린다면 에너지 산업의 전체적인 일자리 수는 현재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안형기 기자

[강민혜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TV뉴스부 강민혜입니다.
굽은 길도 함께 걸어주는 삶,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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