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민심 흐름 따라간 주요 대선후보 환경공약

오는 9일 치러지는 제 19대 대통령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환경정책이 각 후보의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경주 울산 등 원전 지대에 자주 일어나고 있는 지진과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 피해 등 환경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등 생활화학물질의 위험성이 비극적 사건을 통해 부각되면서 ‘일상의 안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공약에 담겼다. 주요 정당들은 ‘반려동물 1천만 시대’를 맞아 ‘동물권’에 대한 공약도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단비뉴스>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등 대선후보 5명의 환경공약을 비교, 평가했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핵발전 벗어나야”

설계수명을 넘긴 낡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잦은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주요 대선후보 5명 중 3명이 ‘탈원전’을 공약했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대선공약집에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폐쇄’를 명시했다. 유승민 후보도 공약집에서 ‘원전의 점진적 축소’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원칙’을 약속했다. 다만 신규 원전의 경우 아직 건설에 착수하지 않은 원전 계획만 중단하고, 건설에 착수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공약한 것과 차이가 있다. 홍준표 후보는 공약집에 원전에서 인접 고속도로까지의 방재도로 구축 등 안전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 원전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드러냈다.

원자력안전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주요 대선후보들의 원전 공약에 대해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 방향이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공약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유승민 후보는 탈원전 공약을 하진 않았지만, 이전 새누리당의 정책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과거 새누리당의 정책과) 큰 변화가 없지만 (지난달 15일 울산을 방문했을 때) 원전을 새로 짓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원전을 공약한 3명 중 가장 빠른 ‘원전 제로 사회’를 약속한 이는 심상정 후보다. 그는 2040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5기와 건설 중인 5기, 계획 중인 6기 모두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법원이 수명연장을 취소한 월성 1호기 뿐 아니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원전의 조기폐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심상정 후보보다 약 20년 늦은 ‘40년 뒤 원전 제로’를 공약했다.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는 구체적인 탈원전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

유승민 후보는 원전 주변의 단층 조사를 실시하고 원전 내진 설계를 강화겠다는 정책을 내걸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더라도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익중 교수는 “원전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지만, 원자력의 위험성이 지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존재하는 원전의 안전규제와 관련,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4명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원자력안전 규제 기구를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밖에도 원전 안전관리 관련 업무의 외주 금지와 직접고용(문재인), 방사능오염식품 수입규제 및 관리방안 마련(안철수, 심상정) 등이 눈에 띈다.

김익중 교수는 “남은 문제는 (탈원전) 공약의 실천”이라며 대선후보들에게 강한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국민들의 인정과 합의를 거쳐 방향을 틀어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주요 대선후보들은 명시적으로 탈원전을 공약하거나 최소한 원전 자제 여론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 박수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는 한 목소리

탈화석연료·탈원전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대안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바이오, 폐기물, 지열, 태양광, 풍력)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2%)에 한참 못 미치는 꼴찌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은 친환경에너지 비중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한참 뒤처졌다는 비판을 듣는다. 국제환경단체인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CAN Europe)가 올해 초 발표한 2017 기후변화이행지수(CCPI)에서 한국은 58개국 중 최하위권인 55위에 머무르고 있다.

▲ 1972~2014년 한국과 OECD 34개국의 연료별 발전량 추이(위가 한국·테라와트시(TWh)기준). 그래프 맨 윗부분부터 지열/태양광/풍력발전량(주황색으로 표시된 부분)과 바이오/폐기물 연료(녹색)를 이용한 발전량이 한국은 거의 보이지 않거나 선형으로 미미하게 나타난다. ⓒ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 갈무리

대선후보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당위성에는 다들 공감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 모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목표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심상정 후보가 2040년까지 발전량의 40%,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는 모두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로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늘릴 것을 약속했다. 홍준표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진 않은 채 “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판매가격을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도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의 공약사항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2001년 도입됐으나 2012년 RPS로 대체해 폐지됐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 RPS 비율을 현행 10%에서 20%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명확한 시행일시는 빠져있지만, ‘40년까지 재생에너지 공급 40%’ 공약의 일환이다. 또 기후에너지부 신설, 지속가능발전기본법, 기후변화대응기본법 신설 등 다른 후보에 비해 촘촘하게 정책을 준비했다.

결이 다른 지점도 있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신재생에너지에 앞서 천연가스(LNG) 등 저탄소발전을 강조했다. 석탄, 원자력보다는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적고 신재생에너지보다는 경제성이 높은 천연가스를 징검다리(Bridge Energy)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른바 ‘단계적 에너지 전환’ 구상이다. 문재인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확충을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트레이드마크인 4차 산업혁명을 엮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에너지 자강’을 외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원과 관련해서는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비교적 명확한 구상을 내놨다. 심 후보는 위험한 에너지발전에 대해 탄소세와 핵발전연료세 등 ‘기후정의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재생에너지 활성화기금 신설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유승민 후보도 석탄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세제혜택을 점차 줄이고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과세정책과 현행 용도별 전기요금체계를 전압별, 계시별(계절·시간대별), 지역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후보는 친환경에너지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준표 후보는 별다른 재원 마련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미경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주요 대선후보 5명의에너지 정책 공약에 대해 “이전 대선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로, 탈핵·탈석탄·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의 세계적 흐름에 발을 맞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를 제외하고는 에너지 수요 관리와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 등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새 정부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 참여를 통한 ‘에너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중심의 정책결정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걸맞은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선후보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취지에는 다들 공감했지만, 세부 정책에서는 크고 작은 차이를 보였다. ⓒ 박수지

미세먼지 주범 석탄화력, 문·안·심 “줄이겠다”

미국 예일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 2016’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 질 수준은 180개 국 중 173위다.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만 따지면 순위는 한 계단 더 내려간 174위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86회로 지난 해 같은 기간 48회보다 약 89.5% 잦아졌다. 이렇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선주자들도 앞 다투어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핵심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돌아가고 있다. 또 현재 11기가 건설 중이며 9기가 계획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발전원별 전력 비중은 석탄 39.4%, 원자력 32.3%, 천연가스 19.4%, 석유 5.2%, 신재생 2.8%, 수력 0.9%로 석탄의 비중이 가장 높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후보는 모두 초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간에도 온도차이가 있다.

문재인 후보는 ‘임기 내 미세먼지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가동한 지 30년이 지난 노후석탄발전기 10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 건설은 전면 중단, 공정률 10% 미만인 발전소는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에는 공해물질 배출 저감 장치를 의무화하고 배출 허용 기준 역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산업단지, 공항•항만 등 미세먼지 집중 배출지역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대책이 교통수요관리 없이 친환경차 보급과 도로 청소차 보급 정도에 그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는 석탄 사용 감축 의지는 밝혔으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발전소는 계획을 취소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30% 가량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발전소 가동률을 내리겠다는 정책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오염물질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 이외의 부문에서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후보는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고, 석탄화력발전을 전기생산의 우선순위에 두는 현 방식 (경제급전방식)을 오염물질 배출이 덜 한 가스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식(환경급전방식)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유일하게 급전방식 개혁을 주장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유 후보는 석탄에 주어지는 세제 특혜도 없앰으로써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안철수 후보와 마찬가지로 석탄화력발전 감축에 대한 구체적 목표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석탄화력발전소 자체를 줄이거나 건설계획을 중단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유일하게 기후변화라는 더 큰 구도에서 미세먼지 문제와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다루었다. 2050년까지 탈석탄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노후석탄화력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쇄, 신규 건설은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지금처럼 10조원 가까이 도로 관리와 건설에 사용하는 대신 미세먼지 해결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화력발전에는 ‘기후정의세’를 부과해 이를 미세먼지 대응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심 후보의 현실성 있는 재원마련 계획을 높이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노후 화력발전소, 신규화력발전소에 대한 정책을 공약집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소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신규 발전소에는 현존 최고수준으로, 기존 발전소에는 현재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다른 후보와 견주어 주요 배출원인 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에 관한 정책이 미흡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명대학교 바이오환경공학과 류준필 교수는 “(후보들이)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환경기준항목(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오존, PM10, PM2.5, 벤젠, 납) 관리를 통한 종합적인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는 모두 석탄화력발전소 축소를 약속했다. © 박수지

‘안방의 세월호’ 화학물질 안전대책은 비슷
 
가습기살균제의 독성 때문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라 불릴 정도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특히 치약, 화장품 등 다른 생활용품에서도 유해 성분이 검출되면서 ‘케미포비아(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증)’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화학제품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유독성 화학물질을 제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문재인 후보는 ‘성분 등록제, 전 성분 표시제 확대, 안심마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는 ‘제품성능 표시제도 개선’을, 홍 후보는 ‘제품 성분조사 확대 실시’를 약속했다. 심 후보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개정을 통해 흡입독성안전시험(호흡기로 흡입된 물질들이 일으키는 생체에서의 독성작용을 평가하는 시험)을 의무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은 경우 이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홍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의 공약사항이다. 문 후보의 경우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은 물론 관리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이에 대한 국가 배상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힌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의 차이를 보였다.

화학물질에 대한 피해 보상과 관련, 문재인 후보는 피해자의 보상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일반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고, 안철수 후보는 생활화학제품 피해 구제기금을 설치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홍준표 후보는 피해구제제도를 통합해 ‘환경피해보상-분쟁조정-피해구제’로 나아가는 편리하고 신속한 구제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피해 구제보다 관리기준 강화와 같은 예방에 초점을 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화학제품의 안전기준과 관련해서 “정보공개는 안전관리에 있어서 기초적인 도구”라며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학성분을 공개하면 자체적인 스크리닝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는 “물론 소송으로 갔을 경우에 기업들이 2심, 3심을 통해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부응해 대선후보들은 관리감독 강화,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피해보상 시스템 마련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 박수지

반려동물 정책 “누가 제일이냐~옹?”

이번 대선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은 다섯 후보가 모두 반려동물 등 동물복지관련 공약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인데, 내용상으로는 후보마다 각기 방점이 다르다.

문재인 후보는 오는 2022년까지 버려지는 동물을 5만 마리 이하로 줄이기 위해 유기동물 입양을 활성화하고 입양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반려동물이 평생 한 명의 수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민간 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반려견 놀이터를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민간주치의사업은 이미 농림부에서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고, 놀이터 확충도 여러 지자체에서 실행 중”이라며 이미 시행중이거나 계획 중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기동물을 5만 마리 이하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바람직하지만 개식용 금지나 학대 방지를 위한 구체적 정책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강력하게 ‘개고기 식용 금지’를 약속했다. 이는 개고기 금지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꺼려온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안 후보는 또 문재인 후보가 길고양이 중성화에 대해 ‘사업 확충’을 약속한 것과 달리 ‘전면 실시’를 공약했다. 지자체동물보호소 확충 역시 심상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만 제안했다. 학대당하는 동물을 주인의 동의 없이 격리시킬 수 있는 구조조치 권한을 자치단체장에서 명예감시원이나 동물보호센터종사자로 확대시키겠다는 공약 역시 동물단체들의 오랜 요구 사항이 반영된 것이어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고 동물을 물건이나 재산으로 취급하는 민법도 개정할 것을 공약했다. 동물권을 헌법에 포함한 독일은 동물을 인간과 함께 존엄성을 가진 존재이며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한다. 심 후보는 안 후보와 함께 소, 닭, 돼지를 옴짝달싹 못하게 좁은 공간에 가두는 사육 감금틀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가 혼자 공약한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은 공공동물화장장 설치를 들 수 있다. 지금은 공공장묘시설이 없어서 숨진 반려동물의 장례를 원하는 경우 사설장묘업체에 20만~1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심후보는 반려동물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참여형 공공동물의료보험’을 제안했다.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동물진료비의 적정가를 산출하고 공공기관 관리 아래 반려동물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공의료보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후보는 개농장 불법운영 금지와 개고기 식용 문화의 단계적 변화 유도를 약속했다. 또 짧은 보호기간이 지나고 안락사되는 유기동물을 줄이고 입양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행 10~20일인 유기동물 보호 기간도 연장할 것을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는 기본 진료 외의 동물진료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매장 같은 비인도적 살처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이동식 살처분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소연 대표는 “부가가치세 폐지로 진료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고 이동식 살처분 시설 마련도 좋은 정책”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주요 후보들이 모두 동물복지 관련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 박수지

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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