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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직접민주주의 승리 아니다”
[사회교양특강]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주제 ② 직접민주주의 대 대의민주주의
2017년 08월 21일 (월) 20:26:25 박희영 곽호룡 임형준 기자 avoidapuddle@daum.net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를 직접민주주의의 승리로 착각합니다. 그런데 촛불집회는 대의민주주의의 한 요소이고, 또 대의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면 촛불집회는 인정될 수 없었으리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죠.”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촛불집회’는 직접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접민주주의란 시민이 번갈아 공직을 맡는 것을 말한다. 박 학교장은 “고대 아테네에서는 대부분 공직을 시민이 돌아가면서 직접 맡았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직접민주주의를 “개개인의 권리에 기초를 둔 체제가 아니라, 유기체로서 전체가 먼저 있고, 그것에 맞춘 시민 개개인의 의무가 뒤따라오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촛불집회는 대의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얘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 임형준

촛불집회는 대의민주주의에서 가능하다

박 학교장은 “시민들이 국회나 정부를 폐지하고 자신들이 직접 사회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으로 촛불을 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보다는 대통령이 대통령답기를 바랬을 것이고, 입법부의 역할을 중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의 표출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고 풀이했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견이라 할지라도 민주주의 체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면 가혹하게 처벌받았어요. 소크라테스 사례에서 보듯이, 아고라에서 젊은이들에게 다른 생각을 말하고 다른 가치나 믿음을 설파했다는 이유로도 죄가 됐습니다. 이와 달리 현대의 대의민주주의는 ‘인간 누구에게나 허용돼야 하고 그 누구로부터도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 위에 서있습니다. 민주주의에 반하는 의견조차도 자유로운 개인의 권리가 되고, 사상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한 것은 인간의 역사에서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유일합니다.”

‘시민 참여 만능론’의 역설

박 학교장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즉자적인 이해이다 못해 심각한 오해와 착각을 동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시민의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정도나 규모는 직접민주주의보다 대의민주주의가 훨씬 더 크고 넓다”고 주장했다. 직접민주주의는 소득 취득의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고, 참여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자기 의사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진 ‘중산층의 로망’일 수는 있어도 ‘민중을 위한 정치체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박 학교장은 ”주민투표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정치인은 무책임하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남용되는 현상을 비판했다. © 임형준

“1980년대 초 프랑스에서 사형제가 폐지될 때를 생각해봅시다. 당시 사회당 정부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존재를 절멸시킬 권리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과 ‘사형제가 범죄를 줄이는 효과도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형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시민사회 여론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부정적이었어요. 절대 다수 시민이 사형제가 폐지되면 흉악범죄가 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졌습니다. 프랑스의 사형제 폐지는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의정치의 한 영역에서 내려진 결정인 겁니다. 10년이 지나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를 잘했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가 됐습니다. 정치가 시민사회의 공적 의견 형성과 변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박 학교장은 “정치의 개입 이전에 존재하는 시민의 여론을 모아 결정을 한다면, ‘시장에서의 소비자 결정’과 유사한 것이 되고 만다”고 지적한다. 또한 “인권 문제나 도덕적 이슈 말고는 사회의 지배적 의견에 가까운 결정이 내려질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사’ 민주주의가 가진 최고의 매력

우리는 모든 일에 참여할 수 없다. 박 학교장은 “갈등적이고 복잡한 의제일수록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을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민주주의의 최대 매력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사’는 공통의 이익을 가진 시민의 단체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 충돌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민주주의를 이끄는 힘이다.

“구의원이 된 친구가 있어요. 집 앞 주차장 문제나 개인적인 부탁으로 자기를 괴롭히던 한 사람 때문에 괴로웠대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대형 마트가 들어와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위협을 받게 됐어요. 상인들은 연합회를 조직하고 대응했죠. 그런데 이 문제에 앞장 섰던 사람이 자신을 괴롭혔던 그 사람이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대요. ‘결사’의 힘이에요. 집단은 시민들의 행동을 지혜롭게 만들고 공적인 힘을 가지게 해요.”

   
▲ 박상훈 학교장은 <민주주의의 시간>에서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결사에 기초를 둔 정치의 방법’을 통해 경제 권력과 행정 권력을 제어하고 통합하는, 일종의 권력 균형 체제라는 관점을 펼친다. ⓒ 후마니타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과 시민이 협력하는 체제다.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조직이 필요하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정부에 책임을 물었죠. 이건 ‘저항권’이에요. 하지만 약자의 목소리가 반영됐나요? 앞으로 가난한 사람이나 약한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약자를 대변해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해요.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해요.”

   
▲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 곽호룡

박 학교장은 “지난 30년간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약자들은 더 차별받는,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게 이 모양”이라며 약자들이 소외받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꼬집었다. 이어 그는 기존 정당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유일한 대안은 약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표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정당이 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 설립 어렵게 하는 정당법은 ‘악법’

박 학교장은 다양한 정당이 출현하기에는 한국의 정당법이 ‘살인적’이라고 했다. 정당법을 비롯해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을 바꾸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당은 자율적 결사체여서 헌법의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 정치선진국은 정당법 자체가 없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이다. 지구당 수, 당원 수, 이중당적 제한 등 정당 요건 자체가 없어 정당을 넓은 의미의 정치단체로 인식한다. 독일의 경우 정당국가로서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이 일치하는 정당명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정당법은 시도당이나 지구당, 당원의 수 등을 요구하지 않고, 일부 사항에 대한 신고제도만 있다. 프랑스는 정당이 200여 개가 있을 정도로 정당 만들기가 쉬워 창당 절차가 까다로운 한국과 대조적이다.

“모든 체제에서 그 제도가 원래 이상을 꿈꿨던 것이 현실에서 나빠지면 결국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더 우대받는 거는 피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그런 문제를 안고 한계를 많이 보여줬어요.”

   
▲ 박 학교장은 다양한 의견이 토론을 통해 합의되는 점을 강조했다. 강의 역시 토론수업이 병행되었다. © 임형준

박상훈 학교장은 ‘현재 정당 정치가 시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냐’는 학생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정당정치를 좋게 바꾸지 않는 한 시민들에게 정치의 책임을 옮겨줘도 해결될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과 같은 정당정치가 조금 더 나아지기를 꾸준히 그 방향으로 대선 주자들이 가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선 정국에서 각 당 대선 주자들이 취해야 할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더 나은 정당정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했다.

“저는 정당이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정당 정치가 제대로 할 때만 민주주의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있는 정당들이 문제가 있다면 더 나은 정당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 달리 답은 없어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홍기빈 박상훈 전중환 김진혁 서남수 김동춘 곽정수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강민혜 기자

[곽호룡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지역농촌부, 시사현안부 곽호룡입니다.
지행합일(知行合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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