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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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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과 ‘틈’ 속에서 나온 상상력의 경지
[제10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 수상작/첨삭후기
2017년 08월 01일 (화) 23:47:42 이봉수 hibongsoo@hotmail.com

[제시어] ’흠’ ‘틈’
[수상작] 우수
강훈아 (경북대 신문방송 졸업) '도둑비 내리는 밤에'
나혜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론과 현실이 동떨어진 이유'
박지원 (숭실대 언론홍보 졸업) '우리를 갈라놓은 것'
윤단비 (경북대 신문방송) '정신적 녹내장'
이설화 (서울시립대 국제관계) ‘틈 노동자는 요정인가'
이창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흠 대신 틈을 보는 눈'
장현민 (성균관대 소비자가족 졸업) '알지 못함을 아는 지혜'
정소희 (성균관대 철학 졸업) '어느 판매부진 상품의 호소'
조은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우리 안의 폭력성 '쉽볼렛 검증''

‘15기 대학언론인 캠프’가 끝나고 한 달 만에 수상작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캠프’가 4주간 열렸고 재학생뿐 아니라 글쓰기 특강을 한 경북대생들에게도 같은 제시어로 공모를 했기에 함께 발표합니다. 응모작이 33편(캠프 9, 재학생 9, 경북대 15)으로 늘어남에 따라 수상자도 9회의 두 배가 넘는 9명으로 늘렸습니다.

   
▲ 강의에 집중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15기 대학언론인 캠프’ 참가자들. ⓒ 손준수

수상자에게는 약속대로 올 봄에 쓴 책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를 선물하겠습니다. 한국사회를 언론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주소를 내 메일(hibongsoo@hotmail.com)로 알려주면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해 바로 보내겠습니다. 수상작은 <단비뉴스>에 첨삭본과 함께 실을 예정이고 수상하지 못한 글도 첨삭본을 필자에게 피드백 하겠습니다.

8편의 우수작 중에서 장원을 뽑지 않은 것은 ‘내가 결정장애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제시어가 두 개이기도 했지만 ‘흠’과 ‘틈’이 불러일으킨 상상력의 스펙트럼이 의외로 넓었습니다. 고정관념에 덜 젖은 청년의 상상력은 높이 살만했지만 수상작 중에도 잘못된 글쓰기 습관에 이미 빠진 글이 많았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글쓰기 습관인지 첨삭본을 꼼꼼히 봐주기 바랍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뛰어넘는 글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흠’과 ‘틈’을 제시어로 정할 때는 완벽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 풍토에 흠집을 내고 빈틈을 함께 찾아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숨막힐 듯한 세상의 숨구멍을 찾아서'

최근 미국에서 밀입국자 10여명이 트레일러 안에서 질식사한 사건은 작은 틈이 있어 번갈아 호흡하면서 그나마 희생자를 줄였다고 한다. 환기구가 막힌 상태에서 틈이 없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흠과 틈은 적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때로는 필요한 것을 넘어 미덕과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흠을 용인하지 않고 틈을 틀어막는다.

교육과정만 하더라도 우리 학생들은 조금만 삐끗하면 낙오자가 되고 만다. 유치원부터 음악⋅미술은 물론 전과목을 잘해야 이른바 ‘명문대’에 골인하고, 토익에서 어학연수, 인턴경력, 학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펙을 갖춰야 취업문을 넘을 수 있다. 이런 '완벽주의'는 경쟁지상주의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모든 것을 잘해야 출세하는 사회는 실상 경쟁적이지도 않다. 그저 널리 쓰이는 ‘범용인재’를 길러내 창의와 혁신을 가로막고 진정한 경쟁을 방해한다. 전과목에서 80점 정도 맞은 학생보다 한 과목 100점에 나머지 과목 낙제점을 받은 학생이 천재일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교육과정은 그런 천재를 낙오자로 만든다. 세 과목만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영국의 ‘A레벨’처럼 선진국에서는 창의와 개성을 살리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돼있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문명사에 족적을 남긴 사람 중에는 학교 교육 부적응자들이 많다.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이 학생의 지적 능력으로는 어떤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쪽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남과 같아지려면 결코 남보다 나아질 수 없다”며 “너는 남과 다르기에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석봉과 어머니의 일화를 좋은 훈육의 모델로 배워왔다. 그러나 자기가 썬 떡처럼 반듯하게만 글씨를 쓰도록 강요한 것이 쓰기 교육의 바른 길이었을까? 그의 글씨는 흠 하나 없어 보이지만 창의성도 없어 보인다. 추사 김정희 같은 진정한 명필들이 한석봉 같은 교육을 받았더라면 독창성에서 일가를 이루지 못했을 터이다. 한석봉은 글씨만 흠 없이 똑바르게 썼지 행실은 똑바르지 않았다. 그는 문장력도 없어 문서를 대필하는 사자관(寫字官)에 머물다가 가평군수로 가서는 재정을 탕진해 통천현감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소수의견을 많이 냈던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가 아직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도 다름을 흠으로 보는 보수계층의 편견이 스며있다.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그는 전체 결정문 255쪽의 절반인 127쪽의 소수의견을 냈다. 그는 ‘바다는 작은 물줄기들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그 깊이를 더해 가는 법”이라며 헌법의 포용성을 강조했다. 다수와 소수가 법리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헌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대법관 올리버 랜들 홈스와 윌리엄 더글러스는 소수의견을 많이 냈으나 세월이 흘러 다수의견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위대한 반대자’라는 칭송을 들었다. 더글러스는 “반대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얼핏 결함으로 보이는 것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풍토야말로 창의성 넘치고 소수자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다. 타인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이 있어야 관용의 사회도 만들어진다.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 같은 건 필요하지만 타인에게 완벽을 강요하면 획일주의에 가까워진다.

이란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카펫을 만들면서 일부러 흠을 남기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르는데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 인디언들은 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데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른다고 한다. 제주도의 돌담이 태풍에 무너지지 않는 것도 돌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살 때도 석조다리에서 '의도된 흠'을 발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편 적이 있다. 지명 자체가 케임(Cam)강에 걸린 다리(Bridge)란 뜻일 만큼 케임브리지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많다. 그중 클레어브리지 석조난간 위에는 축구공 만한 둥근 돌들이 조각돼 있는데 다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볼 수 없는 뒤쪽 일부를 파놓은 데가 있다. 아마도 석공이 장난을 치거나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닐까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봉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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